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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보 김정남 "잊히며 한때 우울증…갑작스런 관심 두렵죠"

송고시간2015-01-09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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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무한도전' 토토가 출연해 화제…"길거리서 터보 노래 들리면 움찔해요"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갑작스러운 관심에 '너무 좋아'라고 들뜨기보다 무섭고 두려움이 앞서네요. 워낙 TV 활동을 안 해 오랜만에 보는 얼굴에 관심을 가져주신 것 같아요."

1990년대 남성듀오 터보 출신인 김정남(43)은 MBC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토토가)에서 S.E.S의 슈와 함께 가장 주목받은 출연진이다. 방송 출연 한 번에 이목이 쏠리자 그는 "무대에 대한 그리움이 컸는데, 이토록 큰 반응은 예상하지 못해 어리둥절하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1997년 터보에서 탈퇴한 그는 '토토가'에서 멤버 김종국과 17년 만에 호흡을 맞춰 '나 어릴 적 꿈'(1995), '러브 이즈...(3+3=0)'(1996) 등을 선보였다. 그는 이날 객석에 난입할 정도로 흥에 겨워 보였다.

방송 이후 파급 효과는 컸다. 라디오 등 여기저기서 출연 섭외 전화가 왔고 인터뷰 요청도 잇따랐다.

오랜만에 방송에 얼굴을 내민 점도 작용했겠지만, 그의 재미있는 입담과 녹슬지 않은 춤 실력이 예능인으로서의 가능성도 보여줬기 때문이다.

터보 김정남 "잊히며 한때 우울증…갑작스런 관심 두렵죠" - 2

지난 8일 전화로 인터뷰한 김정남은 김건모, 엄정화, 지누션, 쿨, S.E.S, 소찬휘, 김현정, 조성모, 이정현 등 옛 동료 가수들과 함께 무대를 꾸민 데 대한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김건모 형이 '잘못된 만남'을 부를 때 출연진 전원이 우르르 무대에 올랐는데 마치 예전 순위 프로그램에서 어떤 가수가 1위 하면 축하해주던 때가 생각나더군요. 쟁쟁한 분들과 한 무대에서 노래 부르고 얼싸안을 거라고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토토가' 출연은 김종국의 전화 한 통으로 시작됐다. 김종국과 연락을 한 것도 오랜만이었다.

그는 "종국이가 문득 전화가 와 '무한도전' 얘길 하기에 마음 써주는 게 너무 고마웠다"며 "보탬이 된다면 하겠다고 했다. 종국이와는 10년 넘게 못 봤지만, 다시 만나니 어제 본 동생 같았다"라고 말했다.

방송이 나가고 나서 터보가 선보인 곡들은 몇몇 음원차트 1위에 올랐고 마치 1990년대로 돌아간 듯 길거리와 카페 등지에서도 연방 흘러나왔다.

그는 "평소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터보 노래가 들리면 길을 가다가 '움찔'한다"라며 "사람들이 알아봐 주시면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사실 김정남이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은 건 터보가 아니었다. 19세 때부터 클럽 DJ로 활동한 그는 서태지와아이들이 등장하던 1992년 그룹 '제갈민과 울랄라'로 데뷔했다. 제갈민이 주로 노래를 하고 김정남과 다른 멤버는 퍼포먼스의 비중이 컸다.

이후 터보 멤버가 된 그는 1995년 1집, 1996년 2집까지 내며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그는 당시 인기에 대해 "터보가 첫 방송 후 딱 15일 만에 떴다"라며 "난 안경을 쓰고 있어 알아보기 어려웠지만 종국이는 사람이 많은 곳을 돌아다니지 못할 정도였다. 언젠가 내가 이화여대 앞에 혼자 신발을 사러 나갔는데 사람들이 신발가게 앞을 메워 회사에 전화해 매니저를 보내달라고 한 기억도 있다"고 웃었다.

그러나 그는 1997년 팀에서 갑작스럽게 탈퇴했고 이후 그 자리는 '마이키'가 메웠다.

그는 탈퇴 이유에 대해 "하루에 12시간씩 잡지 사진을 찍으며 인터뷰를 하는 등 스케줄이 정말 많았다"며 "그땐 어려서 힘든 것들이 쌓이더라. 어느 날 밥을 먹는데 한 그릇을 더 시켰다고 회사에서 뭐라고 해 마음이 상했고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 밥이 그간 쌓인 마음에 불을 지핀 것이다. 종국이가 설득했지만 다시 그 생활로 돌아가는 건 압박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보니 종국이를 홀로 남겨둔 건 혼자 사지로 밀어 넣은 느낌이더라. 그런 마음 때문에 미안해 더 연락을 못 하겠더라"라고 덧붙였다.

팀을 나오자 처음에는 해방감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처음 10년간은 홀로 터보의 노래를 부르며 클럽과 행사 무대에 섰다. 2005년 솔로 음반도 한 장 냈다. 그러나 대중에게서 잊혔다는 걸 깨닫고서 다른 일을 하고자 노래 부르는 걸 그만뒀다.

"이때부터 대인기피증이 생기며 우울증을 앓았어요. 집에만 있었는데 안 되겠다 싶어 작은 누나에게 상태를 알리고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았죠. 다행히 지금은 회복됐어요."

물꼬가 트인 만큼 본격적인 연예계 활동을 재개하느냐고 묻자 "너무 큰 사랑을 주시니 무섭다"라며 "TV는 부담돼 라디오부터 출연했는데 요즘은 얼굴이 나가는 '보이는 라디오'로 진행돼 깜짝 놀랐다. 하하. 우리 같은 사람들은 늘 목말라 있지만 아직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진 않다. 얼떨떨한 상황이고 방송이란 게 내가 하고 싶다고 되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토토가'에 나가기 전부터 한 회사에 이사로 있으면서 춤과 관련한 한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제가 터보를 그만둔 후 인지도가 없어 전파력이 큰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활용한 춤 프로젝트를 꾸미고 있었어요. 몸에 익어 있는 춤 연습을 하다 보니 몸 관리도 됐죠. 터보 시절 48㎏이었는데 '토토가' 출연 이후 4㎏을 더 감량해 지금은 58㎏이에요. 터보 시절의 느낌을 알기에 몸이 무겁다고 느껴 5㎏만 더 빼려고요."

그는 '토토가' 시즌 2가 제작된다면 보고 싶은 얼굴들이 많다고 했다.

H.O.T, 핑클, 노이즈, 언타이틀, 유피, 량현량하, 영턱스클럽, 잼, 알이에프 등 그 시대를 풍미한 여러 팀을 거론하며 "이번에 참가 못한 분들을 다 불러주신다면 우린 게스트여도 상관없다"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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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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