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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재단 주최 '한미일 대학생' 세미나…"과거보다 미래로"

송고시간2015-01-09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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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카와재단 후원 '통일 이후' 토론…"자위대 PKO로 파병" 주장도한국 학생 "일본관료들 신사참배 이해못해…진전하려면 상호이해 필요"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카네기 국제평화연구소에서는 한·미·일 대학생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반도 통일 시나리오를 주제로 한 이색 세미나가 열렸다.

북한이 갑작스럽게 붕괴했을 경우를 전제로 한·미·일 3국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이냐에 대한 학생들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쏟아진 자리였다.

이는 최근 북한 위협 대처를 목적으로 한·미·일 3국의 안보협력 논의가 부상하는 시점에서 이뤄져 큰 관심을 모았다.

3국 대학생 대표들은 북한 붕괴 이후 각국이 수행할 역할과 관련해 나름대로 연구해온 청사진을 제시했다.

한국 측 학생대표들은 한국이 북한 붕괴 후 통일과정에서 핵무기를 안전하게 확보·관리하고 기본적 생필품을 공급하는 등 '영토적 통합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경제적 측면에서 대북 원조와 투자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유도하고 '유라시아 철도'(Eurasia Railway)와 같은 초국경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일본 측 학생대표들은 일본이 국제금융기관들을 통한 경제지원과 교육정책 수립 등 사회·경제적 지원과 함께 군사적 지원을 제공한다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미국측 학생대표들은 미국이 한반도 상황의 불안정에 따른 안보질서 유지와 인도주의적 지원을 맡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번 세미나는 일견 3국 대학생들이 한반도 통일을 주제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나누는 장(場)이라는 성격을 띠고 있지만, 의제와 논의방향을 설정하는 데서 구조적인 제약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나왔다.

세미나를 주최한 기관은 2008년 창립된 국제학생회의(ISC)라는 워싱턴 내 비영리 단체이지만, 실제로 이를 후원한 곳은 워싱턴 내에서 일본의 이익을 대변하는데 선두에 서 있는 사사카와 평화재단이었다. 특히 ISC의 전신은 미국내 지일파 인사들을 대거 배출한 일·미학생회의(JASC)였다.

이에 따라 한·미·일 협력이 흔들리는 원인이 한·일관계 악화이고 그 뿌리에는 '과거사' 문제가 놓여 있다는 점을 분명히 직시하지 않은 채 미래의 협력, 특히 북한 붕괴와 이후 통일과정에서 한·미·일의 협력과 역할분담에 중점을 뒀다는 점에서 일정한 한계가 있어 보인다.

또 이번 세미나는 통일 이후 일본이 한·미·일 안보협력의 틀 속에서 한국, 미국과 동일한 '지분'을 갖고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는 듯한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일본 측 학생대표는 북한 붕괴 이후 한반도에 파견될 유엔 평화유지군(PKO)에 일본 자위대가 포함되는 구상을 제안했고, 한국과 함께 기본 역사교과서를 만들자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세미나를 후원한 사사카와 재단의 데니스 블레어 이사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한국과 일본에 대해 '양비양시론'을 펴며 과거사 문제의 논점을 흐리기도 했다.

블레어 이사장은 "1930년대와 40년대는 야만적인 유혈전쟁의 시기였고 전쟁과정에서는 어느 국가도 잘못을 저질렀다"며 "한국과 일본 모두 마찬가지이며 이제는 과거사를 극복하고 화해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래로 나아가려면 역사를 정면으로 직시하려는 의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학생대표들은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와 국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내 눈길을 끌었다.

경희대 국제학부 4학년생인 노지연양은 블레어 이사장에게 "2차대전 당시 일본이 저지른 과거의 일들은 우리 국민들의 마음에 상처가 되고 있다"며 "과거에 모든 나라가 다른 나라에 대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과거에 한 일들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노 양은 특히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일본 고위관리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없다"며 "진전은 상호 이해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초 발표주제를 선정하는 예비논의 과정에서 한·미·일 학생들은 과거사 문제를 놓고 적잖은 이견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측 학생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미래로 나가기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했으나, 일본 학생들은 국가적 입장임을 전제로 "과거 전쟁 때 모든 나라들이 다 범죄를 저질렀는데, 왜 일본만 갖고 그러냐"는 식으로 반론을 폈다는 후문이다.

이에 미국 측 학생들은 과거사 논란을 서둘러 접고 미래로 나가자는 어정쩡한 입장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세미나는 비록 3국간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행사이지만, 워싱턴 내에서 과거사 문제에 대한 여론을 형성하는데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세미나에는 토마스 허바드 전 주한미국 대사, 대니 라이프지거 조지워싱턴대 교수, 앤드류 오로스 워싱턴 칼리지 교수, 니시노 준야(西野純也) 게이오(慶應)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와 관련 기관이 필요한 자원과 인력을 보다 적극 투입해 올바른 '워싱턴 컨센서스'를 형성해내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r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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