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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두 '하씨' 배우의 허씨 얘기 '허삼관'

송고시간2015-01-11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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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에 답하는 하정우 감독
질문에 답하는 하정우 감독

(서울=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감독 겸 배우 하정우가 9일 오전 서울 성동구 행당동 CGV 왕십리에서 열린 영화 '허삼관' 언론시사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5.1.9
xanadu@yna.co.kr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강냉이를 파는 마을 처녀 '허옥란'(하지원)의 모습에 첫눈에 반한 '허삼관'(하정우)은 옥란에게 장가를 가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옥란에게는 만나는 남자 '하소용'이 있다.

일단 피를 팔아 결혼 자금을 마련한 허삼관은 옥란에게 대뜸 만두와 냉면, 불고기를 사주면서 "저한테 언제 시집오실 거예요?"라고 들이대고, 옥란의 아버지를 찾아가 "같은 허씨니까 대를 이을 수 있다" "데릴사위를 하겠다"는 둥 초면에 뻔뻔한 소리를 늘어놓으며 결국 결혼 허락을 받아낸다.

<새영화> 두 '하씨' 배우의 허씨 얘기 '허삼관' - 2

그리고 11년 뒤. 자신을 닮아 의젓한 '일락'과 옥란을 닮아 꼼꼼한 '이락', 철없는 막내 '삼락' 등 아들 셋을 낳아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던 허삼관의 귀에 첫째 일락이가 하소용을 닮아간다는 마을 사람들의 얘기가 들려온다.

중국 베스트셀러 작가 위화(余華)의 소설 '허삼관 매혈기'를 원작으로 한 영화 '허삼관'은 허삼관이 11년간 남의 자식을 키운 사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얘기를 그린 작품이다. 하정우·하지원, (예명이) '하씨'인 두 배우가 허씨 부부를 연기한다.

혈액형 검사로 그동안 살뜰하게 챙겨온 아들 일락이 하소용의 아들이라는 걸 알게 된 허삼관은 일락에게 "우리 둘만 있을 때는 아저씨라고 불러"라며 대놓고 남의 자식 취급을 한다. 거기다 옥란에게 걸핏하면 성질을 내고 툭 하면 누워서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하며 얄미운 짓만 골라 한다.

비행기 안에서 벌어진 소동을 유쾌하게 풀어낸 '롤러코스터'(2013)로 성공적으로 감독에 데뷔한 하정우는 첫 상업영화 연출작인 '허삼관'에서도 특유의 재치와 입담을 선보이며 꽤 괜찮은 가족 영화 한 편을 완성했다.

<새영화> 두 '하씨' 배우의 허씨 얘기 '허삼관' - 3

하정우는 9일 언론 시사회가 끝난 뒤 간담회에서 "허삼관이 굉장히 입체적인 캐릭터여서 영화로 풀면 상당히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원작 소설이 워낙 훌륭하고 탄탄해 소설의 밀도와 장점, 매력, 재미를 어떻게 2시간 안에 소화할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하정우는 이어 "처음에는 원작을 훼손하지 않고 최대한 살려야겠다는 마음으로 작업을 시작했는데 많이 힘들었다"며 "이후 (위화의 또 다른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 '인생'을 보면서 원작의 10%만 영화에 녹여낸 것을 보고 원작에 발목 잡힐 필요 없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포즈 취하는 하지원과 하정우
포즈 취하는 하지원과 하정우

(서울=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배우 하지원(왼쪽)과 하정우가 9일 오전 서울 성동구 행당동 CGV 왕십리에서 열린 영화 '허삼관' 언론시사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5.1.9
xanadu@yna.co.kr

영화는 문화대혁명 등 중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을 배경으로 한 원작 대신 한국전쟁 직후 1950∼60년대의 가난한 한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롤러코스터' 때와는 달리 감독뿐 아니라 주연도 맡은 '만능 재주꾼' 하정우는 너무나도 얄밉지만 그래도 미워할 수 없는 '뒤끝 작렬'의 모습에서 가족을 위해 목숨을 걸고 피를 파는 모습까지 오롯이 허삼관으로 분했다.

워낙 가난해 돈을 구하려면 피를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이전 영화에서처럼 하정우의 '먹방'을 볼 수는 없지만 잠자리에서 배고파하는 아이들을 위해 고기왕만두를 '만들어' 주는 모습이 '먹방'의 아쉬움을 달랜다.

충무로의 대표 여배우 하지원이 본격적인 엄마 연기에 처음 도전해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이고, 장광·주진모·성동일·김성균·조진웅·정만식 등 내로라하는 탄탄한 조연들의 감초 연기가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새영화> 두 '하씨' 배우의 허씨 얘기 '허삼관' - 4

영화는 상당 부분을 허삼관이 '남의 피'인 아들 일락이를 온전히 아들로 받아들이기 이전의 모습을 그리는 데 할애한다. 이 과정에서 위트가 넘쳐나지만 정작 허삼관의 부정(父情)을 강조한 영화 후반에 일락이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이 도시 저 도시를 돌아다니며 피를 파는 허삼관의 안쓰러운 모습을 그리면서도 막판까지 해학을 잃지 않던 원작의 매력이 빠진 점이 다소 아쉽다.

어쨌거나 작년 연말 극장가를 휩쓴 부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가 또 한 편 추가됐다.

비슷한 시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 '국제시장'이 한평생 가족을 위해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아버지를 그린다면 '허삼관'은 때로는 가족에게 억지도 부리고 성질을 부렸다가도 겉으로는 아닌 척하면서 가족을 위한 깊은 속정을 드러내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린다.

지금 시대가 원하는 아버지상이 어떤 모습인지는 영화를 보는 관객이 판단할 몫이다. 물론 피를 파는 일은 빼고.

1월 14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123분.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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