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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아픔 딛고 여성인권 앞장 20대 인도 교수

송고시간2015-01-11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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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여성인재 과정 참석 방한 조셉 교수…금주 수요집회 참석키로

아픔딛고 여성교육 앞장 조셉 교수
아픔딛고 여성교육 앞장 조셉 교수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이화여대에서 열리는 아시아-아프리카 여성인재 양성과정인 '이화글로벌 임파워먼트 프로그램'(EGEP)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인도 레이디독(Lady Doak) 대학의 앤 수잔 반다나 조셉(25·사진) 부교수. 2015.1.11 << 사회부 기사 참조 >>
shine@yna.co.kr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학교에 가는 길에 나비 날개를 단 소녀상이 있더라고요. 뭘까 하고 의아했는데…."

인도 레이디독(Lady Doak) 대학의 앤 수잔 반다나 조셉(25·여) 부교수는 지난 10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최근 이화여대 근처 대현문화공원에서 본 '평화의 소녀상'의 의미를 전해 듣던 순간을 떠올리며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기 위한 조형물인데, 그 역시 성폭력을 당한 아픔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6∼20일 이화여대에서 열리는 아시아-아프리카 여성인재 양성과정인 '이화글로벌 임파워먼트 프로그램'(EGEP)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런 끔찍한 경험은 단 한 번으로도 평생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법인데, 일본군 성 노예 피해자들의 고통이 얼마나 클지 상상도 못할 만큼 가슴이 아픕니다."

조셉 교수는 고작 5살이었을 때 친할아버지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한다.

그는 "당시 어린 나이였어도 불쾌한 기분이 들었지만 할아버지의 행동이 잘못된 행동인지, 성적 학대인지도 몰랐다"고 털어놨다.

7년 만에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는 말만 돌아왔다.

이 때문에 그는 아픔을 삼키고 살아야 했다. 하지만 이 경험은 훗날 여성을 상대로 한 교육에 앞장서게 된 계기가 됐다.

레이디독 대학에서 학부 과정을 마친 그는 인도 멥코 쉴린크 공과대학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을 거쳐 2013년 23세라는 어린 나이에 경영학과 부교수로 부임했다.

인도에서는 교육 당국이 주관하는 자격시험에 합격하면 부교수에 임용될 수 있는데, 조셉 교수 역시 이 경우에 해당한다.

그의 전공은 경영학이지만 레이디독 대학에서는 모든 재직 교수들이 일정한 교육과정을 거쳐 전공 수업과 별도로 여성학도 가르치도록 하고 있다.

그는 특히 단순히 여성학 수업을 맡는 데 그치지 않고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학내에서 제자들과 함께 다양한 여성 인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엔 직접 만든 여학생 모임에서 성폭력 피해자에게 법률 상담을 하고 수사기관과의 연계를 도왔다. 대학생들이 주축이 된 성폭력 근절 캠페인도 벌였다.

그는 "인도에서는 아직도 수많은 여성이 성폭력을 당하고도 수사기관에 알리지 못한 채 스스로 고통을 감내한다"며 "제자들에게 '피해를 봤을 때 침묵하지 말고 당당히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셉 교수는 다른 EGEP 참가자들과 함께 14일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에 참여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로하고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사과·배상 촉구 목소리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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