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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인질범, 막내딸 시신 옆에 둔 채 5시간 인질극(종합2보)

송고시간2015-01-14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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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시신 옆에서 협박당한 큰딸은 정신적 충격에 '실어증세'경찰, 막내딸 사망시점 정정 논란…안산시 등 피해자 지원 나서

안산 인질범 검거
안산 인질범 검거

(안산=연합뉴스) 신영근 기자 = 13일 오후 경기도 안산에서 별거 중이던 아내를 불러달라며 자녀들을 인질로 잡고 경찰과 대치한 40대(붉은 원)가 검거돼 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2015.1.13
drops@yna.co.kr
http://blog.yonhapnews.co.kr/geenang

(안산=연합뉴스) 최해민 류수현 기자 = 안산 인질범은 인질 3명 중 의붓 막내딸을 살해한 뒤 시신을 옆에 둔 채 5시간여 동안 경찰과 대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동생의 주검 옆에서 목에 흉기를 댄 인질범과 같은 방에 있었던 큰딸(17)은 아직도 정신적인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악몽의 23시간…범죄의 재구성

14일 경기 안산상록경찰서에 따르면 인질살해 피의자 김씨는 지난해 8월부터 별거 중인 부인 A(44)씨가 휴대전화를 받지 않자 지난 12일 오후 3시부터 3시 30분 사이 안산시 상록구에 있는 A씨 전남편 B(49)씨 집으로 갔다.

B씨 동거녀(32)에게 'B씨 동생이다'고 속이고 집으로 들어간 김씨는 동거녀를 위협, 결박해 작은방에 감금하고 나서 B씨가 이날 오후 9시께 집에 돌아오자 목 등을 수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이어 시신을 욕실에 방치한 뒤 오후 11시까지 차례로 집에 돌아온 의붓 막내딸과 큰딸을 넥타이와 신발끈 등으로 묶어 작은방에 가뒀다.

B씨 집에서 밤을 꼬박 새운 김씨는 13일 오전 9시 17분께 큰딸 휴대전화기를 이용, A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3분 뒤 A씨가 큰딸에게 전화를 걸어오자 그제야 인질극 사실을 알렸다.

막내딸 등 인질들은 오전 9시 32분부터 38분 사이 결박을 풀고 김씨에게 저항하다가 다시 제압됐다.

이어 김씨는 오전 9시 38분께 A씨가 자신의 전화를 받지 않는 것에 격분해 막내딸을 흉기로 찌르고 나서 목을 졸라 살해했다.

경찰은 오전 10시 15분 경찰이 개입한 사실을 김씨에게 처음 알린 뒤 통화를 계속하며 협상을 이어갔다.

시신을 옆에 방치한 채 큰딸과 B씨 동거녀를 인질로 삼은 김씨는 이때부터 5시간 동안 경찰과 대치하다 오후 2시 30분께 특공대에 검거됐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의료기관에서 보호 중인 큰딸은 아직도 정신적인 충격 탓에 실어증세를 보이는 등 피해자 진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사망자에 대한 부검 결과, B씨는 과다출혈, 막내딸은 비구폐쇄(코와 입 막힘)에 따른 질식에 의해 사망했다는 소견이 나왔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김씨에 대한 기초조사를 마무리하고 인질살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한편, 김씨가 지난 8일 A씨를 만나 안산 상록구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 뒤 '외도가 의심된다'며 허벅지를 흉기로 찔러 다치게 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A씨는 보복이 두려워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채 김씨와 함께 병원에 가 치료를 받았다.

경찰은 인질극 당시 전화통화 도중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혼란만 부추긴 경찰

막내딸 사망시점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이 부실 대응으로 막내딸의 희생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자, 돌연 막내딸의 사망시점을 정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경찰은 특공대 진입 작전 직후 현장에 있는 취재진에 '의식을 잃고 쓰러진 막내딸을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다'고 밝혔다.

이후 병원과 소방당국을 통해 막내딸의 사망을 확인한 언론은 '위독한 상태로 병원에 옮겨진 막내딸이 결국 숨졌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오후 6시 신상석 안산상록경찰서장도 공식 언론브리핑에서 막내딸의 상태를 같은 내용으로 발표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 경찰이 인질사건에 신속히 대처하지 못해 막내딸의 사망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하지만 경찰은 14일 오전 돌연 말을 바꿔 '막내딸은 이미 13일 오전 9시 38분부터 52분 사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정정했다.

경찰은 '엄마와 통화가 되지 않자 동생을 흉기로 찔렀다'는 큰딸의 진술과 오전 9시 38분부터 52분 사이 '14분'이 김씨와 A씨간 통화가 이뤄지지 않은 가장 긴 시간인 점, 김씨 자백 등으로 미뤄 이 시점에 김씨가 막내딸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당일에는 너무 정신이 없는 상황이어서 막내딸이 구급차로 옮겨졌다는 보고를 받고는 '위독하다'고 공표했던 것 같다"며 "조사된 내용을 근거로 볼 때 경찰이 개입하기 전 막내딸은 숨진 게 맞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처음부터 막내딸의 사망 사실을 제대로 밝히지 않은 것에는 의문이 남는다.

특히 경찰 협상팀이 13일 낮 12시 45분께 김씨와의 영상통화에서 이미 살해된 막내딸을 3초간 보고나서 인명피해가 있었던 사실을 처음 파악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진입작전 당시에는 경황이 없어 막내딸이 위독하지만 숨지지는 않은 것으로 알았다'는 경찰의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질극 종료 당시엔 인명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여서 발표하려는 의도로 막내딸을 '중상'이라고 밝혔다가, 오히려 미흡한 대응으로 사망을 막지 못했다는 질타가 이어지자 의도적으로 말을 바꾼 것 아니냐는 것이다.

더구나 수사 책임자가 제대로 확인도 안된 인명피해 현황을 현장 기자들에게 공표한데다, 안산상록서장은 공식 언론브리핑에서조차 정확지 않은 정보를 전달한 것에 대해서는 경찰 안팎에서조차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인질사건 피해자 지원 잇따라

안산시는 인질사건 피해 가족에게 생계비와 의료비, 장제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내역에는 숨진 B씨와 막내딸의 장례비는 물론, 현재 병원치료를 받는 큰딸의 생계비와 학비 등이 포함돼 있다.

또 큰딸에 대한 심리치료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병원비는 경기서부해바라기지원센터가 지원하기로 했다.

관할 주민센터는 직능단체를 중심으로 별도의 지원책을 마련한다.

시는 피해자들이 트라우마센터에서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철저한 사후관리를 하기로 했다.

안산시 관계자는 "생존한 인질들의 치료문제로 아직 접촉하지는 못했지만,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법무부 산하 범죄피해자지원센터 등과 연계해 피해자들에게 생계비, 유족구조금 등을 지원하도록 돕는다는 방침이다.

goals@yna.co.kr

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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