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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긴급점검> ① '민간 중심' 어린이집 정책이 문제

송고시간2015-01-16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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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어린이집 폭증하는데 학부모들은 국공립어린이집 '선호'...보육교사의 열악한 처우도 문제

서명운동 이어가는 인천 부모들
서명운동 이어가는 인천 부모들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16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송도국제도시 주민연합회'의 회원들이 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 재발 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오수진 기자 = 인천 연수구 어린이집 아동 폭행 사건을 계기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부모들, 특히 맞벌이 부모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아이를 어디에 맡겨야 할지 불안하기 때문이다.

16일 보육 문제 전문가 등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원인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민간 중심의 정부 보육 정책이 근본 원인이라는 시각이 많다.

공적 영역이 담당해야 할 보육을 민간에 의지하면서도 지원이나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에 아동 학대 등의 문제점이 끊이지 않고 발생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보육 교사에 대한 열악한 처우와 부실한 지원 정책 역시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되면서 이번 기회에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 "민간 시설이 보육 대부분 담당하는 구조가 문제"

육아정책연구소의 '사회통합 관점의 보육·교육 서비스 이용 형평성 제고 방안'에 따르면 2013년 전국 어린이집 총 정원에서 국공립 어린이집 정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9.5%에 불과했다.

이처럼 정원은 적지만 국공립 어린이집에 대한 학부모들의 선호 정도는 민간 어린이집과 큰 차이가 났다. 국공립 보육기관에 아이를 맡기는 부모의 20.9%는 7개월이나 대기한 끝에 입소했지만 민간어린이집의 경우 81.6%가 대기기간 없이 입소했다.

이처럼 국공립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고 싶어하는 부모들이 많다는 것은 반대로 민간 어린이집에 대한 불신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국공립 어린이집에 비해 민간 어린이집의 보육 환경이 열악하다는 판단이 부모들 사이에 널리 퍼져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학대 사건이 발생한 인천의 어린이집 역시 민간어린이집이다.

정부는 지난 수년간 보육의 공공성을 확대하기 보다는 민간의 역할을 강화하는 보육 정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국공립보육시설에 대한 예산지원을 꾸준히 줄이고, 동시에 보육료의 지원 방식을 시설별로 지원하는 것에서 개별 이용자에 대해 지원(아이사랑카드)하는 방식으로 전환했지만 결과는 민간 어린이집의 확대로 이어졌다.

보건복지부의 2013년 보육통계에 따르면 2008년 이후 2013년까지 국공립어린이집의 수는 1천826개에서 2천332개로 506개 증가했지만 가정어린이집을 포함한 민간어린이집의 수는 2만8천831개에서 3만8천383개로 9천552개 늘었다. 증가한 민간어린이집의 수는 국공립어린이집 증가수의 18.9배나 된다.

윤홍식 인하대(행정학) 교수는 "지난 수년간 정부의 정책이 보육의 공공성 보다는 민간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며 "하지만 작년 6월 대법원 판결로 인해 민간 시설에 대한 공적 관리 감독이 제한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작년 6월 민간어린이집이 아이사랑카드(전자바우처)로 보육료를 결재 받는 경우 시설에 대한 보조금이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한 바 있다.

◇ 10시간 일하지만 월급은 144만원…휴가 가기도 힘들어

어린이집 아동 학대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학대에 관한 엄정한 처벌과 교사의 능력 신장이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열악한 처우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오전 7시부터 평균 10시간씩 일하고 토요일에도 근무하면서 박봉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보육교사에게 무조건 헌신적인 교육과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육아정책연구소가 공개한 '표준보육료 산출연구' 보고서를 보면 전국 어린이집 307곳의 보육교사 1일 평균 근무시간은 9.9시간이었으며 월평균 급여는 144만677원에 불과했다.

국공립 어린이집 교사들은 월 급여가 158만8천342원으로 그나마 상대적으로 좋은 대우를 받았지만 이번처럼 학대 사건이 발생한 민간 어린이집 교사의 경우 각각 122만9천530원에 불과해 교사 간 처우 불평등도 뚜렷했다.

또 조사대상 어린이집의 91.5%는 간호사·간호조무사를 따로 두지 않았고, 89.3%와 22.5%는 각각 영양사와 취사원을 별도로 고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상당수 어린이집에서 아이들 안전사고나 영양관리, 급식까지 모두 원장이나 보육교사가 책임지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5월에 공개된 육아정책연구소의 또 다른 조사결과에 따르면 초과근무에 대해서는 유치원 교사의 42.8%, 어린이집 교사가 44.6%가 수당을 전혀 받지 못했고, 초과근무시간에 해당하는 수당을 모두 받는 비율은 유치원 교사의 20.2%, 어린이집 교사의 8.9%에 그쳤다.

보육교사들의 휴가 사용이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점 중 하나다.

보육교사는 근로기준법상 유급휴가가 보장되고 영유아보육법상 직무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지만 어린이집이 인건비를 추가로 부담해야하고 낯을 많이 가리는 아이들의 특성상 보육 공백이 발생할 수 있어 충분한 휴가 사용이 쉽지 않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서울시에서 어린이집 대체 교사 사용을 늘리고자 대체교사 수를 늘리고 지원 범위도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지자체별로 지원 규모의 차이가 큰 상황이다.

bkkim@yna.co.kr

sujin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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