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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긴급점검> ② 평가·선발·인증·제재 모두 부실

송고시간2015-01-16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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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어린이집, 정부 평가서 높은 점수…가해 교사는 1급 보육교사

서명운동 이어가는 인천 부모들
서명운동 이어가는 인천 부모들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16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송도국제도시 주민연합회'의 회원들이 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 재발 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오수진 기자 = 인천 연수구 어린이집 아동 폭행 사건은 보육교사 선발과 교육, 어린이집 평가, 문제 어린이집과 보육 교사에 대한 처벌 등 보육 정책의 총체적인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다.

해당 어린이집은 정부로부터 우수한 점수로 평가 인증을 받은 곳이었고 가해자인 교사는 1급 보육교사 자격증 보유자여서 겉으로만 보면 아이들을 믿고 맡길 만해 보였지만 실상은 큰 차이가 있었다.

◇ '안전하고 평화로운 어린이집'이라더니…불신만 키우는 인증제

민간 어린이집이 크게 늘어나면서 정부는 어린이집을 평가해 인증 마크를 부여하는 평가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학대 사고가 발생한 인천 어린이집이 높은 점수로 인증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부모들이 안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어린이집을 소개한다는 제도의 취지가 무색하게 됐다.

복지부의 어린이집 정보공시포털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어린이집은 작년 6월 100점 만점 중 95.36점의 높은 점수로 복지부 인증을 받았다.

복지부는 상시 자체 점검, 지자체의 확인, 어린이집 근무 경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전문가의 현장 관찰, 학계 전문가·공무원·현장전문가 등 3인 1조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의 심의 등을 거쳐 인증 여부를 결정한다.

복지부는 평가인증을 받은 어린이집에 '안전하고 평화로운 어린이집을 상징하는' 평가인증 로고를 부여한다.

복지부는 홈페이지에서 어린이집 평가인증 제도에 대해 "어린이집 수준을 점검하고 개선한 후 국가가 객관적인 평정을 실시해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라고 소개하고 있다.

인증평가를 통해 문제가 된 어린이집을 걸러내지 못한 것은 평가 과정에 현장 평가가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서류 중심으로 평가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아이들이행복한 세상은 작년 어린이집 교사 8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교사들은 평가 인증 준비에 평균 4.8개월 매달리고 있으며 평가 항목의 52.7%는 인증 후 기준을 유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 신청만 하면 대부분 합격…시간만 지나면 무조건 '1급 교사'

인성과 자질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육교사들이 현장에 곧바로 투입되는 것도 문제점 중 하나다.

유아교육과를 졸업하고 일정 기준 이상의 학점을 취득해서 얻을 수 있는 유치원 정교사 자격증과 달리 어린이집 교사를 하는 데 필요한 보육교사 자격증은 같은 국가 자격증임에도 학점은행제를 통해 관련 과목 17개만 이수하면 취득할 수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명수 의원(새누리당)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보육교직원 자격증 신청자 중 미교부율은 5%도 되지 않는다. 이는 보육교사 자격증 취득에서 탈락률이 5%도 안 될 만큼 지나치게 자격증 취득이 쉽다는 점을 의미한다.

보육교사 급수가 올라가는 방식도 별도의 시험이나 검증 없이 일정한 경력만 쌓으면 된다는 것도 문제다. 실제로 이번 사건을 일으킨 인천 송도의 어린이집 교사도 1급 보육 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1급 자격증 취득은 2급 자격증을 취득한 상태에서 3년 이상 일하면 별다른 시험이나 검증 절차 없이 승급할 수 있다. 사실상 해당 교사의 능력과 인성을 정부가 평가할 수 있는 절차는 없던 것과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일단 보육교사가 된 뒤에 받는 아동학대 예방 교육 역시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민간 어린이집의 경우 아동학대 예방 교육은 원장이 자체적으로 6개월 1회, 연간 8시간 이상 실시하도록 돼 있다.

원장은 매년 1회 지자체장에게 보고하도록 돼 있지만, 각 지자체가 어린이집들이 제대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지 확인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 "아이 맡긴 부모가 죄인"…아동학대 확인·신고 어려워

실제 학대가 있더라도 부모들이 이를 알게 돼 아동 학대를 신고하기는 쉽지 않다.

인천 어린이집 사건에서 피해 아동이 부모에게 직접 폭행 사실을 알린 것이 아니라 다른 아동의 부모로 부터 상황을 전해 듣고서야 알게됐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CC(폐쇄회로)TV를 확인해 폭행 사실을 확인했지만 전국 어린이집 중 CCTV가 있는 경우는 21% 뿐이다. 그나마 폭행 발생을 담은 영상이 아직 남아 있다면 다행이지만 이미 지워진 뒤이거나 어린이집이 영상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 부모가 확인할 방법은 없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2013년 아동학대 사례분석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학대 사례의 63.7%는 부모가 신고한 경우였으며 어린이집 종사자들이 신고한 경우는 4.4% 뿐이었다.

어린이집 종사자들의 신고가 저조한 것은 문제 제기를 할 경우 다른 어린이집 취직에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어린이집 원장들이 문제 제기를 한 보육교사들의 명단을 '블랙리스트'로 만들어 공유한다는 것은 보육교사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다.

학대 사실이 확인이 된다고 해도 폭행 사실이 명확히 입증되거나 큰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는다면 가해자인 보육 교사나 어린이집이 직접적인 제재를 받기 어렵다. 또 제재를 받더라도 적지 않은 시일일 걸린다는 문제가 있다.

아동들이 의사표현에 능숙하지 못해 학대 사실 입증이 어렵고 학대행위자가 기소가 되더라도 법원이 최종적으로 유죄 판결을 내린 후에야 해당 어린이집에 대해 폐쇄조치가 내려진다.

bkkim@yna.co.kr sujin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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