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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와 파스타의 대결…'펀치'의 살 떨리는 먹방

송고시간2015-01-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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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스러운 이태준 검찰총장, 다양한 '먹방'으로 파워게임 전개 조재현 "맛은 칡, 짜장면, 홍어가 좋아"…"새벽에 주로 찍어 3㎏ 불어"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결국은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다.

그런데 그냥 입에 풀칠이나 하자는 것은 아니다. 남들보다 훨씬 더 잘 먹고 잘 살려고 하다보니 사달이 나는 것이다.

먹고 싶은 것을 언제든 원없이 먹으려면 힘을 키워야한다. 주머니도 두둑해야하고, 남의 입맛에 끌려다니지 않아도 되는 권력이 있어야한다.

<홍어와 파스타의 대결…'펀치'의 살 떨리는 먹방> - 2

SBS TV 월화극 '펀치'에 그토록 '먹방'(먹는 모습을 찍은 방송을 뜻하는 조어)이 많이 등장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개천에서 난 용'인 주인공 이태준(조재현 분) 검찰총장이 더 높은 자리, 더 많은 부를 향해 가는 길에는 길목마다 탐욕스러운 '먹방'이 등장한다.

이는 이태준이라는 캐릭터를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또한 매번 바뀌는 먹을거리에 담긴 갖가지 사연들이 캐릭터와 어우러지면서 시청자도 드라마를 '되씹는' 식감이 남다르다.

앞서 '추적자'에서는 뒤로 온갖 모사를 꾸미는 재벌회장(박근형 분)의 다양한 '먹방'을 통해, '황금의 제국'에서는 재벌가 식구들이 둘러앉아 밥을 먹는 일상의 식탁에서 피 튀기는 재산 다툼이 벌어지는 모습을 통해 재벌의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는 식탐을 꼬집었던 박경수 작가는 '펀치'에서도 이태준의 권력에 대한 탐욕을 음식에 실어 그려나가고 있다.

세 드라마 모두 '먹방'이 극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긴장감을 조성하는데 '펀치'에서는 그 긴장의 '살 떨림'이 한층 강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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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준은 결코 오래 먹지 않는다. 어떤 음식이든 대부분 한두 젓가락을 하고 만다. 하지만 그 한두 젓가락을 하는 시간 동안 화면에 흐르는 긴장감의 강도는 강화 유리를 깰 정도다. 무엇을 먹든 느물느물한 표정으로, 우적우적 씹어먹는 이태준의 모습은 아귀를 연상시킨다. 맛나게 먹는 것 같기는 한데, 이상하게도 그의 허기는 무엇을 먹어도 채워지지 않을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태준은 짜장면을 주로 먹는다. 역대 드라마 최고의 스릴 넘치는 먹방 장면으로 꼽힌 이태준과 박정환(김래원)의 이른바 'CCTV 짜장면 먹방'을 비롯해 이태준은 수시로 짜장면을 먹는다. 바쁘기도 하고, 서민 출신인 그의 입맛을 사로잡는 맛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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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짜장면의 대척점에는 파스타가 있다. 경상도 촌 출신인 이태준이 짜장면을 좋아한다면, 서울 출신 윤지숙(최명길) 법무부 장관이 좋아하는 음식은 파스타다.

각자의 직을 걸고, 윤지숙과 양보할 수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이태준은 윤지숙이 메뉴를 정한 파스타 식사 자리에서 파스타를 푹푹 퍼먹으면서도 "처음으로 솔직히 말하겠습니데이. 짜장면이 백배 낫습니데이"라고 말한다.

절대 속을 안 까보이고, 매번 포커페이스를 지은 채 뒤로 온갖 더러운 짓을 다하는 이태준이 처음으로 솔직히 말하겠다며 내뱉은 이 말은 농담을 가장한 뼈있는 한마디다. '오늘은 비록 너한테 주도권이 뺏겨 이걸 먹고 있지만 절대로 내 취향은 아니다'는 이죽거림이자, 다시는 너한테 끌려와 이걸 먹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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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준과 윤지숙의 한방씩 주고받는 '장군 멍군'은 홍어를 먹는 자리에서도 펼쳐진다.

이태준에게 공이 넘어가자 윤지숙은 어쩔 수 없이 이태준이 권하는 홍어를 두 번이나 먹게 되는데 두 사람이 억지스러운 미소 뒤 살기를 숨긴 채 홍어를 조용히 씹어먹는 모습은 섬뜩할 지경이다. 코를 마비시키는 홍어의 톡 쏘는 매운맛과 냄새가 화면을 건너오는 듯했다.

그런 가운데 궁지에 바짝 몰린 윤지숙이 돌연 납작 엎드려 이태준에게 홍어를 한 젓가락 집어주면서 "경상도 출신 총장님과 서울 출신 제가 한자리에서 전라도 음식인 홍어를 먹는 것이 바로 화합 아니겠어요?"라고 말하는 모습은 압권이었다.

이태준은 칡뿌리를 부여잡고 울기도 했다. 자신과 평생 부정부패를 같이 저질러오다 궁지에 몰리자 자살을 선택한 친형이 죽기 전 자신에게 남긴 것이 바로 칡뿌리. 형제의 곤궁했던 어린시절을 상징하는 음식이자, 성공에 대한 열망을 키워준 칡뿌리를 씹어먹으며 이태준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아마도 이 드라마에서 그가 유일무이하게 먹으면서 순도 100%의 진심을 내비친 순간이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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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는 이태준의 탐욕의 상징으로 등장했다. 오션캐피탈을 집어삼키기 위해 김상민(정동환) 회장을 협박하는 장면에서 "밀가루를 사다가 만두피를 빚고 속을 채워 만두를 만들었습니데이. 그럼 이 만두가 밀가루 사장 것일까예, 만두 사장 것일까예?"라며 만두를 통째로 입에 넣는 이태준의 모습은 조폭과 다름 없었다.

이 모든 장면을 '먹음직스럽게' 연기해내고 있는 조재현은 "주로 새벽녘에 이런 장면을 찍어 몸무게가 3㎏ 찐 상태"라고 말했다.

특히 'CCTV 짜장면 먹방' 장면을 찍을 때 잇달아 네 그릇을 먹어치우는 바람에 이어지는 촬영에서는 퉁퉁 부은 모습이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촬영할 때 맛은 칡, 짜장면, 홍어가 괜찮았고 만두랑 파스타는 별로였다"는 조재현은 "원래도 짜장면을 좋아해서 파스타를 비하한 이태준의 대사에 100% 공감한다"며 웃었다.

그는 "앞으로도 계속 먹방 신(Scene)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면서 "탐욕스러운 이태준의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제격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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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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