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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어린이집 폭행'>②'땜질' 아닌 근본대책 필요(끝)

송고시간2015-01-19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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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처벌 강화는 단기 미봉책…보육시장 구조적 문제부터 해결"교사 "자격 강화·처우 개선 동시에"…학부모 "사랑으로 가르쳐달라"

'아동학대 NO!'
'아동학대 NO!'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의 파문이 커지는 가운데 18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송도 센트럴공원에서 아이들이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2015.1.18
tomatoyoon@yna.co.kr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을 계기로 정부와 정치권이 앞다퉈 쏟아낸 각종 대책이 보여주기식 '땜질 처방'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물론 일부 학부모와 어린이집 전·현직 교사들도 '감시와 처벌'만 강화한 지금의 대처 방식은 어린이집에서 일어나는 아동 학대를 막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16일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어린이집 아동폭력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이른바 '원스트라이크 아웃(One strike out)제' 도입이다. 한 번이라도 학대행위가 일어난 어린이집은 즉각 폐쇄 조치된다는 것이다.

또 모든 어린이집에 폐쇄회로(CC) TV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했다. 부모가 요구하면 CCTV 영상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은 전체 어린이집의 21% 가량인 9천81곳에 CCTV가 설치돼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같은 날 당·정 합동 점검에서 "특단의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밝힌 뒤 18일 "교사들의 인권 문제와 결부돼 결정을 못하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CCTV는 설치돼야 한다"고 정부 대책을 옹호했다.

복지부는 이달 중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담은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 세부대책을 내놓고 조만간 영유아보육법 등을 개정해 즉시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행 보육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놔둔 채 엄벌주의를 앞세운 이번 대책은 한계가 있다"고 강조한다.

하종덕(58) 인천재능대 아동보육과 교수는 19일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이미 사태가 벌어진 뒤 수습하는 미봉책이지 예방책이 아니다"라며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길게 보면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건이 일어난 어린이집에도 CCTV가 설치돼 있었지만 상습적으로 학대 행위가 벌어졌다"며 "모든 어린이집에 CCTV를 설치해도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아동 학대는 반복된다"고 주장했다.

인천 어린이집 원장·보육교사 "아동학대 근절 결의"
인천 어린이집 원장·보육교사 "아동학대 근절 결의"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인천지역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19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남동구청 대강당에서 인천지역 어린이집 원장·보육교사들이 아동학대 근절을 결의하고 있다. 2015.1.19
tomatoyoon@yna.co.kr

보육교사 자격 요건 강화에 대해서도 일부 전·현직 어린이집 교사들은 "현실을 전혀 모르고 하는, 앞뒤가 바뀐 소리"라고 일축했다.

유아교육과를 졸업하고 일정 기준 이상의 학점을 취득해 얻는 유치원 정교사 자격증과 달리 현행 어린이집 보육교사 자격증은 같은 국가 자격증임에도 학점은행제를 통해 17개 과목을 이수하면 취득할 수 있다.

직장 어린이집에서 5년 간 근무하고 지난해 퇴사한 정모(34·여)씨는 "쉽게 자격증을 딸 수 있어도 보수가 적어 보육교사를 찾기 힘들다"며 "취업이 잘된다는 소문을 듣고 주부들이 인터넷 강의로 자격증을 땄다가도 막상 일해보면 쉽지 않아 금방 그만둔다"고 말했다.

정씨도 어린이집과 전혀 무관한 학과를 졸업했다.

1년 간 모 사이버대학 평생교육원의 인터넷 강의로 공부해 보육교사 2급 자격증을 비교적 쉽게 땄다.

정씨는 "초임 보육교사가 한 달에 받는 140만원은 호프집 아르바이트 월급 수준"이라며 "자격을 강화하는 동시에 민간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처우도 함께 개선해야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처우를 초·중등 교사들 수준으로 개선하면 보육교사 희망자가 몰려 자격 요건 강화는 필연적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순서를 바꿔 자격 요건부터 강화하면 보육교사 부족 현상을 더 부채질한다는 게 정씨의 진단이다.

인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보육교사 강모(29·여)씨도 "자격 요건을 강화할 때 보육교사 희망자의 인성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잠재적인 범죄자로 낙인 찍지만 말고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번 사건을 직접 피부로 느끼는 학부모들은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촉구했다.

학부모 나선미(38·여)씨는 이날 인천시청 앞 미래광장에서 열린 아동학대 근절 촉구 집회에서 "보육교사는 힘든 직업이다. 그러나 그 힘든 마음을 폭력으로 표출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호소했다.

이어 "열악한 교사 처우 등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아동학대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CCTV를 믿기보다 사랑으로 가르치는 교사를 믿고 싶다"고 눈물을 흘려 참석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인천보육교사협회 등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폭력을 행사한 보육교사를 구속한 것은 당연한 조치"라면서도 "보육교사 1인당 아동 수를 다시 설정하고 돌봄 노동으로 인한 만성적인 스트레스 관리 대책도 필요하다"고 실효성 있는 근본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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