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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어린이집 폭행'> ① 무엇이 문제인가

송고시간2015-01-19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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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 쉬운 자격증에 인성·자질 검증도 없어…문제점 있어도 묵인하루 12시간 10∼20명 돌보고 잡무 청소까지…월급은 쥐꼬리

'아동폭력 NO!'
'아동폭력 NO!'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인천지역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19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인천시청 앞 미래광장에서 열린 인천지역 부모들의 학동학대 근절 촉구 집회에서 한 여아가 피켓을 들고 있다. 2015.1.19
tomatoyoon@yna.co.kr

<※ 편집자 주 = 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온 가운데 어린이 보육 및 교육 시설의 아동 폭행 및 학대 사례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아동 보육·교육 기관 내에서 벌어지는 아동 학대 또는 폭행 사례의 근본적 원인과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기획기사를 2편으로 나눠 송고합니다.>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인천 어린이집 학대 사건이 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보육교사의 폭력에 쓰러진 뒤에도 울음을 터뜨릴 겨를도 없이 곧바로 자세를 고쳐 앉은 어린이의 모습을 보며 국민 대다수는 참담함에 휩싸였다.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학부모도, 자녀를 곧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 예비 학부모도, 이미 자녀를 어느 정도 키운 기성세대도 충격의 강도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린이집 학대 사례는 인천 송도 어린이집을 시작으로 전국 곳곳에서 경찰에 신고됐다.

인천 부평에서는 한글공부와 선 그리기를 제대로 못한다는 이유로 원생의 얼굴을 때린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가 공개돼 파문을 더했다.

안양에서는 2시간 동안 원생을 홀로 교실에 방치한 사례가, 부천에서는 원생들의 이마를 손으로 때리고 '도깨비방'이라는 어두운 곳에서 장시간 벌을 세우는 사례가 각각 신고돼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

사랑과 행복이 넘쳐 흐르고 어린이들의 꿈을 키워줘야 할 공간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 폭력과 학대가 난무하는 공포의 공간이 돼 있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어린이집 아동학대 대부분은 우선 개인적 자질이 떨어지는 보육교사, 그리고 보육교사를 관리 감독할 책임을 방기한 원장으로부터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성과 자질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육교사들이 현장에 곧바로 투입되다 보니 급할 땐 보육교사의 손부터 올라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를 막아야 할 원장은 원생 지도의 편의성 때문에 묵인하는 경우도 있다.

보육교사 자격증은 학점은행제를 통해 관련 과목 17개만 이수하면 취득할 수 있다.

보육교직원 자격증 신청자의 탈락률은 5%에도 미치지 않는다. 마음만 먹으면 거의 누구나 보육교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패대기 영상' 피해아동 엄마 "정부 예방책 세워야"
'패대기 영상' 피해아동 엄마 "정부 예방책 세워야"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지난해 12월 17일 보육교사가 아동을 '패대기' 치는 동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준 인천 남동구 모 어린이집 피해 아동의 엄마 이모씨가 19일 인천시 남동구 인천시청 앞 미래광장에서 열린 아동학대 근절 촉구 집회에서 발언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5.1.19
tomatoyoon@yna.co.kr

별도의 시험이나 검증 없이 일정한 경력만 쌓으면 보육교사 급수가 올라가는 방식도 문제다.

이번에 문제가 된 인천 송도 모 어린이집 보육교사 A(33·여)씨의 경우 1년 6개월 간 인터넷 강의로 공부해 2010년 2급 보육자격증을 따고 현장 경력을 바탕으로 3년 뒤 1급으로 승급했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수한 보육교사 양성을 위해 원칙적으로 유치원과 같이 오프라인 중심의 자격 취득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보육교사의 처우 역시 개선이 시급하다.

보육교사는 대부분 별도의 식사시간이 없다. 점심 때가 되면 아이들을 먼저 챙겨 주고 짜투리 시간을 내 서둘러 자신의 식사를 해결해야 한다.

아이들이 가고 나면 평가인증과 지도점검 준비, 일지 작성 등 잡무를 처리하고 청소와 교재 준비로 하루 10시간에서 12시간의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항상 시간에 쫓기다 보니 아이들이 밥투정이나 잠투정을 하게 되면 차분히 달래고 친절하게 지도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엄마 1명이 자녀 1명을 돌볼 때도 온갖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보육교사 1명이 10∼20명의 어린이를 동시에 돌보는 현재의 열악한 환경에서 제대로 된 보육교사의 지도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지적은 그래서 설득력을 갖는다.

반면 급여 수준은 매우 열악하다.

10년차 보육교사의 경우 월 150만원을 조금 넘는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의 안전과 보육의 질은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

신진영 인천보건복지연대 사무국장은 "최근 정부 종합대책을 보니 처벌 중심의 사후 대책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이런 대책은 예전에도 수차례 수립됐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며 "마녀사냥식 대응이 아니라 보육의 질을 향상하는 정책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iny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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