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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모시 브룩 "17세기 세계무역 중심은 남중국해"

송고시간2015-01-21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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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17세기에 세계무역의 중심이란 게 딱히 있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만약 있었다면 남중국해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중국역사가 티모시 브룩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는 21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에서 열린 해외석학 초청 강연회에서 17세기 세계무역의 중심지가 남중국해였을 것이라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최근 방한한 브룩 교수는 '17세기 세계 무역을 재조명하다'를 주제로 한 이날 강연에서 "만약 17세기 세계무역에 중심이 있었다면 유럽도 아니고 은이 흘러나온 페루도 아니며 중국도 아니다"라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하버드 중국사' 시리즈 책임편집자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브룩 교수는 서구중심주의를 탈피한 새로운 시각의 중국사를 추리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풀어내는 방식으로 학계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까지 주목받는 연구자다.

그는 2013년 출간한 자신의 저서 '셀던의 중국지도'에 수록된 이른바 '셀던 지도' 관련 내용을 중심으로 이날 강연을 진행했다. '셀던의 중국지도'는 올해 중 한국어판이 출간될 예정이다.

명(明)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셀던 지도는 사후 영국 옥스퍼드대 보들레이언 도서관에 자신의 소장 자료들과 함께 지도를 기증한 존 셀던(1584~1654)을 기려 붙인 이름이다. 셀던은 저명한 영국 법학자이자 영국 최초의 동양학자다.

당시 자바섬의 부유한 중국 상인을 위해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이 지도는 보들레이언 도서관에 소장됐지만 주목받지 못하다가 2008년에야 발견됐고, 2010년 보존처리 작업을 거쳐 브룩 교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브룩 교수는 셀던 지도에 대해 "현대 지도의 지형과 비교해도 놀랍도록 정확했다"며 "처음 봤을 땐 가짜로 여겼을 정도"라고 말했다.

브룩 교수가 강연에서 소개한 셀던 지도에는 중국 푸젠성(福建省)을 중심으로 일본, 한국, 대만,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주변국까지 상세히 그려져 있다.

그는 "명말의 중국식 지도 제작방식은 중국을 중심에 두고 가장 크게 그려 중국이 가장 위대함을 강조했지만 셀던 지도는 그런 전통과 전혀 다르다"며 "중국 지도답지 않다는 점이 문제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브룩 교수는 특히 셀던 지도가 해안선이 아닌 해로를 먼저 그리고 이를 골격으로 육지 부분을 채워넣는 식으로 그려졌음에 주목했다. 당시 중국 지도가 보통 땅이 아래, 바다가 위에 있어 '육지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시각이었다면, 셀던 지도는 제작자가 땅이 아닌 바다를 중심으로 지리를 인식했음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그는 "셀던 지도에 나침반과 척도가 있는 것을 보면 서양의 포르톨라노 지도를 참고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다른 부분이 많다"며 "셀던 지도는 나침반을 이용해 항로를 잡고 나서 동남아 지역 해안선을 채워넣은 결과 유럽의 어느 지도 제작자도 도달하지 못한 정확성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존 셀던이 이 지도를 손에 넣은 경위에 대해 "셀던은 당시 해양무역에서 해당 해역 주권국의 의지를 중요시한 인물이었으므로 17세기 해양무역의 중요도 등에 관한 증거로 활용하고자 이 지도에 관심을 뒀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브룩 교수는 "17세기 중국과 유럽은 상호작용했을 뿐 아니라 세계를 확장하고자 서로 지식과 경험을 끌어당기고 있었다"며 "여기서 태국, 중국, 유럽 등 각국 선원들이 왕래하던 구심점인 남중국해가 중심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pul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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