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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탑속 未生의 호소…대학원생 43% "부당처우"

송고시간2015-01-28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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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대학원생 연구환경실태 보고서'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이것은 '노예생활'이다. 시키는 잡무는 다 해야 하고, 수당을 받을 수 있는 업무를 하고도 적당한 보수를 못 받는 경우가 많다"(20대 의학계열 석사 과정)

"가끔 '야'·'어이'·'너' 등 호칭으로 불리는 것은 물론, '생각이 없느냐'·'멍청하다' 등 언어폭력을 당했다. 상급자로부터 공과금 납부, 대출도서 반납, 개인 우편물 전달 등 개인적인 심부름을 강요당했다" (20대 인문·사회계열 석사 과정)

학부에서 배운 학문을 심화시키기 위해 진학한 대학원생 상당수가 학업에 전념하기는커녕 각종 부당한 처우에 시달리고 있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28일 경희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에 따르면 작년 11∼12월 재학 중인 대학원생 259명을 상대로 온라인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43.2%가 "부당한 처우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총학은 사생활 침해와 같은 '자기결정권 침해', 성별·신체·외모 등에 대한 조롱과 언어폭력 같은 '개인존엄권 침해', 사적인 연구를 지시하거나 졸업 등을 위한 물질적 대가를 요구하는 '학습연구권 침해', 연구물을 가로채는 '저작권 침해' 등 네 분야에 걸쳐 부당한 처우가 있는지 설문했다.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고 대답한 이들 가운데 '자기결정권 침해'를 호소한 이들이 42.2%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개인존엄권 침해(26.1%), 학습연구권 침해(20.1%), 저작권 침해(11.6%)가 그 뒤를 이었다.

한 30대 자연과학계열 박사 과정 학생은 "교수로부터 수업시간에 유명 브랜드의 커피를 준비하도록 지시를 받았다"고 털어놨고, 인문·사회계열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20대 외국인 학생은 "교수가 수업 시간에 '아시아 국가에서 온 학생들은 예의가 부족하다'는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부당한 처우를 받은 학생을 성별로 보면 여성(71%)이 남성을 압도했다.

또 교수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은 연구실 소속 대학원생(60.7%)이 연구실에 소속되지 않은 학생(39.3%)보다 부당한 처우를 자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처럼 인권 침해를 겪은 대학원생들을 상대로 대처 방법을 물어봤을 때 3분의 2에 가까운 63.6%가 "그냥 참고 넘어갔다"고 답했다.

부당한 대우를 참고 넘어간 이유에 대해 57.8%는 '앞으로 있을지 모를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을 꼽았고, 38.2%는 '해결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반면 대학 당국이나 국가 기관에 진정했다고 답한 학생은 11.3%에 그쳤다.

총학 관계자는 "대학원생 전용 상담소를 설치하고 인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엄격한 규율을 마련해야 한다"며 "새 학기가 시작하면 추가 조사를 벌여 이를 바탕으로 대학원생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장기 계획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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