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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크림빵 뺑소니' 사건서 경찰이 한 일 뭔가

송고시간2015-01-3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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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신 7개월 된 아내의 임용고시 응시를 돕기 위해 화물차 기사 일을 하던 강모(29)씨가 청주시 흥덕구의 한 도로에서 뺑소니 차량에 치여 숨진 일명 '크림빵 뺑소니' 사건이 피의자의 자수로 발생 20일만에 일단락됐다. 강원도의 한 사범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강씨는 가정형편상 같은 임용고시 준비생이었던 부인이 먼저 시험을 치도록 하고 자신은 화물차 기사로 일하면서 가족을 부양했다고 한다. 사고 당일도 온종일 운전대를 잡아 피곤했지만 만삭의 아내가 좋아하는 크림빵을 사들고 집으로 향하다가 갑작스럽게 들이 닥친 뺑소니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발생은 지난 10일 새벽이었지만 이 안타까운 사연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사나흘쯤 후 인터넷을 통해서였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경찰에 조속한 범인 검거를 요구하는 글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자동차 동호회원 등 '네티즌 수사대'는 직접 CCTV 동영상을 분석해 흰색 BMW를 용의 차량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이사건 해결의 결정적 단초는 한 시민의 인터넷 댓글이었다. 사건 현장 인근 차량등록사업소에 일하는 시 공무원이 포털사이트에서 '크림빵 뺑소니' 기사를 보고 "우리도 도로변을 촬영하는 CCTV가 있다"는 댓글을 달았던 것이다. 이 댓글을 본 경찰이 사업소를 방문해 CCTV 파일을 가져가 분석한 끝에 용의 차량을 쉽사리 윈스톰으로 특정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공무원은 "기존 용의차량을 찍은 화면이 흐려 제대로 판독할 수 없다는 뉴스를 보고 순간적으로 우리 건물 CCTV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불과 170m떨어진 공공기관에 정밀한 CCTV가 설치돼 있는지 조차 사건 발생 17일동안 파악하지 못한 경찰 수사의 무능력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차량등록사업소는 많은 차량이 드나들어 접촉사고 등 소소한 분쟁에 대비해 건물 내외곽과 주차장에 CCTV를 설치해 24시간 가동하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사업소의 CCTV 분석결과 용의차량은 현장에서 300m떨어진 골목길로 빠져나갔다. 그러나 경찰은 도주로를 직전에만 초점을 맞춰 수사를 벌였다. 네티즌의 분노와 관심, 댓글제보가 없었다면 사건은 오리무중, 장기미제로 남을 뻔 했다. 용의차량이 윈스톰이라는 보도가 나간후 피의자의 아내가 "남편을 설득중인데 출동해 도와달라"는 전화를 직접 걸어오지 않았더라면 과연 경찰이 이처럼 신속히 범인의 신병을 확보할수 있었겠느냐는 의문까지 든다. 지난 20일 동안 경찰이 한 일이라곤 가족들이 현상금 3천만원을 내걸고 제보를 호소하자 부랴부랴 신고보상금 5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하고, 엉뚱한 CCTV 동영상을 국과수에 의뢰한 것이 전부였다.

최근 뺑소니 사건 검거율이 높아졌다고 경찰은 주장하지만 전국 대부분의 도로와 건물를 촘촘하게 연결시켜 놓은 CCTV가 없었다면 지금 우리 경찰의 수사력으로 뺑소니 검거율을 높일수 있었겠는지 묻지 않을수 없다. 더구나 이번 사건처럼 있는 CCTV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찰의 무능을 본 국민의 가슴은 답답하기만 하다. 피의자는 술에 취해 자신이 사람을 친지 몰랐다고 자백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로를 피해 골목길로 핸들을 돌렸을 뿐 아니라 언론의 집중보도 이후 자신의 거주지에서 멀리 떨어진 충남 천안 정비업소에서 부품을 사서 차량을 직접 수리까지 하며 범행을 은폐하려 했던 그의 자백이 어느 정도 신빙성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 경찰은 자수한 범인을 상대로한 범행 경위 조사라도 제대로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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