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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 살해'로 되짚어본 IS의 인질 협상

송고시간2015-02-04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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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심 극대화 위한 '기획 인질극'인 듯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3일(현지시간) 요르단 공군 조종사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를 살해하는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그간 진행된 인질 협상 과정에 몇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먼저 이 영상이 공개되자 요르단 국영방송은 알카사스베가 살해된 날짜가 한 달 전인 지난달 3일이라고 보도했다.

알카사스베 중위는 지난해 12월24일 IS에 생포된 지 닷새 뒤 배포된 IS 영문 홍보잡지 '다비크 6호'에 인터뷰 형식으로 등장, "IS가 나를 죽일 것 같다"고 말했다.

<'조종사 살해'로 되짚어본 IS의 인질 협상> - 2

요르단 국영방송의 보도가 맞는다면 IS는 잡지 배포 뒤 바로 그를 살해했다.

이 시점은 IS가 일본인 인질 2명을 공개하며 본격적으로 인질극을 시작하기 17일 전이다.

IS는 지난달 29일 요르단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수감된 여성 테러범을 석방하지 않으면 알카사스베 중위를 죽이겠다고 협박했고 요르단은 먼저 그가 살아있다는 증거를 내보이라고 맞섰다.

결국 IS는 알카사스베 중위의 '인질 생존 증명'을 내놓지 못하고 이달 1일 마지막 일본인 인질을 살해했다고 주장하면서 인질극을 종료했다. 이어 이틀 뒤인 3일 알카사스베 중위도 죽였다는 동영상을 배포했다.

IS 소탕 작전을 지원하는 국가에 공포를 조성하는 '효과'를 얻긴 했지만 IS로선 요구했던 몸값도, 테러범 석방도 얻어내지 못했다.

가장 큰 의문은 무엇을 위한 인질극이었냐는 것이다.

지난달 3일 알카사스베 중위가 죽었다면 IS는 결과적으로 전혀 협상할 의지가 없는 채로 요르단과 일본 정부를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1일까지 13일간 극한 상황에 몰아붙인 셈이 된다.

이날 배포된 동영상의 편집 수준이 높고 재생시간도 22분에 달하는 등 동영상 제작에 수일이 소요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살해 시점은 아무리 최근으로 잡아도 인질극 종료 이전일 가능성이 크다.

요르단 정부가 IS가 석방을 요구한 거물급 테러리스트 사지다 알리샤위를 알카사스베 중위의 '교환 카드'로 제시할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그를 살해했다면 알리샤위의 석방 요구도 IS엔 무의미했을 수 있다.

또 요르단 정부가 인질 협상 도중 과연 알카사스베 중위의 살해 사실을 몰랐을 것인지에도 의문이 남는다.

알카사스베 중위의 살해 동영상이 공개되자마자 국영 방송이 살해 시점을 지난달 3일이라고 특정한 점을 미뤄보면 이런 의문이 더욱 커진다.

만약 알았다면 요르단 정부는 일본 정부와 이런 정보를 공유해 일단 협상할 시간을 벌기 위해 테러범 석방을 전제로 IS가 응하지 못할 알카사스베 중위의 생존 증명을 IS에 줄기차게 요구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요르단 정부는 결국 인질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것임을 알면서도 국내 여론과 정치적 이해관계로 알카사스베 중위의 석방을 일본인 인질에 우선해 IS에 요구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기도 했다.

알카사스베 중위의 살해 영상 공개 시점도 의문을 낳는다.

통상 IS는 외국인 인질을 죽이고서 며칠 지나지 않아 살해 사실을 공개해왔다.

그러나 요르단 국영방송의 보도대로라면 알카사스베 중위는 살해 한 달 뒤에야 영상을 배포했다.

미국의 IS 소탕작전을 적극 지원하는 요르단과 일본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IS가 일본인 인질 2명과 요르단 인질을 묶는 '3자 협상 인질극'의 시나리오를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했을 가능성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즉, IS에 대한 공습과 전열을 정비한 이라크군, 쿠르드군에 기세가 꺾이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상대의 공포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획 인질극'이었을 공산이 크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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