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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의 국정원, 대선 개입 어떻게 했나

송고시간2015-02-09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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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문재인 등 반대 글 무차별 살포

원세훈 전 국정원장 법정구속
원세훈 전 국정원장 법정구속

(서울=연합뉴스)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항소심 선고공판을 위해 9일 오후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으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원 전 원장은 이날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2015.2.9 << 연합뉴스TV >>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원세훈(64)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결한 서울고법 형사6부(김상환 부장판사)는 국정원 사이버 심리전단이 대선 정국에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글로 여론을 조작했다고 판단했다.

1심이 이런 행위를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 봤으면서도 "특정 후보를 당선 또는 낙선시킬 목적으로 한 능동적·계획적인 행위는 아니다"라고 판단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본 것과 근본적으로 다른 해석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이 2012년 8월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 사이버 심리전단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시했다고 봤다. 이에 따라 국정원 직원들은 평소에 하던 댓글 게시나 트위터 활동을 '여당·여당 후보에 대한 지지'와 '야당·야당 후보에 대한 반대 활동'으로 구체화했다는 것이다.

◇ 심리전단, 야당 후보 반대글 무차별 살포 = 재판부가 선거법 위반으로 지적한 활동 내역은 '대선 정국'인 2012년 8월부터 12월까지 심리전단이 올린 인터넷 글또는 댓글 101회, 선거 관련 글에 대한 찬반 클릭 1천57회, 선거 관련 트윗이나 리트윗 13만6천여회다.

이 글들을 분석한 결과 선거운동의 목적과 방향성이 확인된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질문에 답하는 이동명 변호사
질문에 답하는 이동명 변호사

(서울=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을 맡은 이동명 변호사가 9일 오후 서울 원 전원장의 항소심 선고공판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5.2.9
jihopark@yna.co.kr

유형별로는 안철수 후보를 반대하는 글(자질 부족 및 각종 의혹 제기, 후보 단일화 비판, 모호한 입장표명 비판, 이념성향 비판 등)이 총 4만2천857건, 문재인 후보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이념성향을 비판하는 글이 1만6천387건, 민주당을 반대하는 글이 3만7천556건에 달했다.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글은 2만2천734건,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글은 3천122건이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2012년 10월 16일 국정원 직원이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에 'wan***' 아이디로 올린 "좌좀들이 선거철만 되면 떠드는 것 중에 하나가 보편적 복지로 국민들의 표심을 자극하는 것일 게다…"라는 글을 들 수 있다. 당시 야당 측이 내놓은 보편적 복지 정책을 '좌좀'(좌파좀비)라는 표현으로 깎아내린 것이다.

또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한 시점인 같은 해 11월 24일에는 한 포털사이트에 '도도'란 닉네임으로 "어떻게 하면 안철수 사퇴가 아름다운 단일화로 해석이 되냐?ㅋㅋ"라는 글을 올렸다.

트위터로는 "문재인 주변에 있는 비정상적 인간군상들: 민주통합당은 인간쓰레기 집합소 같은 느낌이 드는 이유가 무엇일까? 막말의 대가 민통당 대표 이해찬을 비롯해 정치자금법 위반을 밥 먹듯이 하는 원내대표 박지원…" 같은 글을 써 퍼뜨렸다.

또 "제가 오늘 만난 젊은이들과 택시 기사님 들은 단연코 박근혜 후보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문재인이 되면 권력 나뉘먹기로 날이 새고, 북한에 묻지마 퍼다주기 할 것이기 때문에…" 같은 글도 있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법정구속
원세훈 전 국정원장 법정구속

(서울=연합뉴스)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항소심 선고공판을 위해 9일 오후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으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원 전 원장은 이날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2015.2.9
photo@yna.co.kr

이런 트윗 글들은 심리전단이 사용한 '트윗덱' '트위터피드' 등 프로그램을 통해 인터넷 상에 순식간에 확산됐다.

◇ 원세훈, 어떤 지시 했길래 =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이 특정 후보를 콕 집어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활동을 하라고 지시를 내리지는 않았지만, '종북세력이 야권 연대 등을 가장해 제도권으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니 막아야 한다'는 취지의 지시를 계속해서 내렸다고 지적했다.

'종북세력'의 개념이 모호한 상황에서 원 전 원장의 이런 지시는 "대한민국의 정부정책 등을 반대하고 비난하는 세력 = 북한에 동조하는 세력"이라는 등식을 만들어냈고, 국정원 직원들은 결국 여당 후보를 지지하고 야당 후보를 반대하는 방향으로 사이버 활동을 수행했다는 것이다.

당시 원 전 원장은 '북한이 총·대선을 겨냥해 종북좌파 등을 통한 국내 선거개입 시도가 노골화될 것이므로 우리가 사전에 확실하게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지속적으로 했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이 사이버 활동의 주제를 언급하면서 그 주제에 관한 야당의 의견을 항상 염두에 두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특정 주제에 대한 야당의 의견이나 관점 자체가 단정적으로 잘못되었다는 인식을 했던 경우가 많다. 요컨대 국정원장 자신이 받아들일 수 없는 의견이 여론으로 형성되었거나 형성될 가능성이 있을 때 이에 적극적으로 관여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국 국정원 직원들의 사이버 활동은 당시 국정원장인 원세훈의 지시에 따른 것이며, 국정원장의 지시와 무관하게 개인적으로 일탈한 행위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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