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직접 증거 없는 10년 전 남편 살해…유죄 근거는

송고시간2015-02-11 15:42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법원, 약물 중독사 전제…간접 증거 15가지 제시

포천 빌라 살인사건 현장(연합뉴스 사진 DB)
포천 빌라 살인사건 현장(연합뉴스 사진 DB)

연합뉴스 사진 DB

(의정부=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2004년에 남편을, 2013년에 내연남을 각각 살해해 이들의 시신을 엽기적으로 보관해온 '포천 빌라 고무통 살인사건'의 피고인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남편이 숨진 지 10년이 지나 정확한 사망원인을 밝힐 수 없었고, 검찰은 직접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다. 피고인은 내연남 살해는 인정했으나 남편 살해 혐의는 줄곧 부인했다.

그럼에도, 법원은 남편 살해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직접 증거는 없지만, '논리와 경험법칙'에 위배되지 않는 간접 증거가 충분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검찰이 제기하고 법원이 받아들인 '뒷받침 사실과 정황'은 모두 15가지나 됐다.

11일 의정부지법 형사12부(한정훈 부장판사)는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모(51·여)씨에게 징역 24년형을 선고하며 간접 증거들을 설명했다.

재판부는 우선 남편의 사망을 약물에 의한 중독사라고 전제했다.

근거로는 ▲남편의 시신에서 독실아민과 아테놀롤이 검출됐는데 이 약물들의 이상반응이 호흡억제나 호흡곤란 등이고 ▲시신에서 검출된 독실아민의 농도가 치사농도 하한치를 훨씬 웃둘고 ▲시신에서 골절이 확인되지 않는 점을 들었다.

특히 집 안에 있던 유리컵 등에서 독실아민 성분이 검출됐는데 그 양이 7.5g(수면제 50정)이나 되는 점은, 이씨가 수면제를 물이나 술에 녹여 남편에게 먹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이후 내연남을 살해할 때도 독실아민 성분의 수면제를 먹게 한 뒤 목을 졸라, 그 방식이 남편의 사망원인과 일면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남편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2004년 가을께 남편이 안과진료를 받은 것 외에 다른 질병은 없었고 ▲2004년 통계청 자료에 만 40∼44세의 남성 중 원인 미상의 급사로 자연사할 가능성은 인구 10만명 당 1.2명에 불과하고 ▲아침에 일어나니 남편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은 제3자가 살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포천 빌라 살인사건' 용의자 검거(연합뉴스 사진 DB)
'포천 빌라 살인사건' 용의자 검거(연합뉴스 사진 DB)

요약하자면 약물에 의한 사망 외 다른 원인에 의한 급사, 자연사, 제3자에 의한 살해 가능성은 없다고 본 것이다.

이 같은 근거 외에 당시 이씨의 부부관계와 개인적인 상황 등도 간접 증거로 제시됐다.

재판부는 이 부부가 낳은 둘째 아들이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남편이 외도해 당시 불화가 잦았으며, 피고인이 우울증을 겪으면서 2001년부터 수면제와 신경안정제 등을 처방받아 복용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이씨는 남편이 사망했는데도 경찰에 신고하거나 병원으로 옮겨 장례를 치르고 매장하는 정상적인 방법을 취하지 않고 방치한데다가 남편의 가족에게 남편의 사망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았다.

이씨는 남편(사망 당시 41세)과 내연남(사망 당시 49세)을 살해한 혐의(살인), 내연남의 시신을 고무통에 보관한 혐의(사체은닉), 시신이 숨겨져 있고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집 안에 어린 아들을 방치해 둔 혐의(아동복지법 위반) 등으로 지난해 8월 구속기소됐다.

그런데 이씨는 경찰에 붙잡혔을 때부터 기소될 때, 그리고 재판과정 내내 나머지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남편의 살해 사실만은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인간의 생명을 두 번이나 무참히 빼앗고 시신마저 고무통에 집어넣은 후 백골이 될 때까지 범행 발견을 어렵게 해 엄히 처벌해야 한다"며 중형을 선고했다.

특히 "자신이 낳은 아이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보호·양육의무조차 포기해 8세에 불과한 어린 아이가 입었을 정신적인 충격이 얼마나 클지는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최소 10년간 부패한 시신을 방 안 고무통에 숨겨뒀다.

또 쓰레기로 가득 차 발 디딜 곳조차 없는 집에 어린 아들만을 남겨두고 편의점에서 산 빵과 우유만을 가끔 전달해줬으며 자신은 다른 남성과 동거생활을 했다.

이처럼 엽기적인 범행은 혼자 남겨진 아이의 울음소리가 이웃의 신고로 이어지면서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

suki@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