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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없는 자 돌을 던져라" 간통죄 위헌의견의 역사

송고시간2015-02-2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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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벌로 애정 강요해봐야 소용없어…공권력 규제 적을수록 좋아"합헌 의견은 "가족해체 막아야" 입장 유지

"죄 없는 자 돌을 던져라" 간통죄 위헌의견의 역사 - 1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그들은 이 말씀을 듣고 나이 많은 자들부터 시작하여 하나씩 하나씩 떠나갔다…'.

권성 전 헌법재판관은 지난 2001년 간통죄에 대한 위헌 의견에서 이같은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간통죄 문제는 절도죄를 처벌하는 것과 원래 다른 문제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고 말했다.

지난 1990년부터 2008년까지 간통죄 위헌 여부를 심리한 헌법재판소 결정문 4건의 내용을 보면,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이 점차 운신의 폭을 넓혀온 사실을 알 수 있다.

위헌 의견의 요지는 간통죄가 개인의 사생활 자유에 대한 국가의 지나친 개입이라는 것이다. 윤리·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일을 법률로 다스려 행복추구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1990년 첫 합헌 결정 때는 재판관 9명 중 한병채·이시윤·김양균 전 재판관 등 3명이 위헌 의견을 냈다.

이 중 김양균 전 재판관은 "간통은 사람의 감정, 특히 애정과 깊은 관련이 있는 행위"라며 "사생활의 비밀에 속하는 행위에 대한 공권력의 규제는 적을수록 좋다"고 주장했다.

2001년에는 재판관 9명 중 권성 전 재판관 1명만 위헌 의견을 냈다.

권 전 재판관은 '나홀로' 위헌 의견에서 "부부관계는 애정과 신의의 관계인데 애정은 마음의 문제이고 신의는 정신의 문제이므로 형벌로 그 생성과 유지를 강요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죄 없는 자 돌을 던져라" 간통죄 위헌의견의 역사 - 2

그는 "간통죄를 형사처벌하면 주홍글씨를 새기듯 수형자의 자존감을 철저히 짓밟아 '사람은 죽일 수 있어도 모욕을 줘서는 안 된다'는 옛말이 상징하는 상황과 유사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당시 윤영철 전 헌재소장 등 8명의 재판관도 합헌 의견에서 "우리의 법 의식 흐름을 면밀히 검토해 앞으로 간통죄 폐지 여부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2008년에는 김종대·이동흡·목영준 전 재판관이 위헌 의견을, 김희옥 전 재판관이 헌법불합치 의견을 각각 냈다.

위헌 의견을 낸 세 재판관은 "오늘날 성도덕과 가족이라는 사회적 법익보다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개인적 법익이 더 중요시되는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근친상간, 수간, 혼음 등은 간통보다 더 비도덕적이고 혐오스러운 행위"라며 "그런데도 우리 법률은 이런 행위에 대해 별도의 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간통죄에 대한 다수 재판관의 합헌 의견은 1990년부터 2008년까지 일관된 흐름을 보인다.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는 헌법 37조 2항에 따라 성적 자기결정권을 어느 정도 제한할 수 있다는 견해다.

가장 최근인 2008년에도 다수의 합헌 의견은 "간통은 혼인관계의 파탄을 야기하거나 근대 혼인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일부일처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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