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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넴초프, 우크라 사태 러시아군 개입 보고서 준비"

송고시간2015-03-0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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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대통령 등 주장…오래 전부터 신변위협 느낀 정황도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55) 전 부총리 피살 사건의 배후를 두고 갖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러시아의 개입 증거들을 폭로하려던 넴초프의 시도와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 인터넷 뉴스통신 '뉴스루' 등에 따르면 페트르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넴초프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싸우고 있음을 보여주는 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포로셴코는 몇 주 전 넴초프와 직접 통화했으며 "누군가가 이 보고서가 공개되는 것을 두려워해 그를 살해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야권 인사 일리야 야쉰도 앞서 넴초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 증거들을 보여주는 '푸틴과 전쟁'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만들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포로셴코 대통령 등의 주장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정부군과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간 교전에서 러시아가 반군을 도와 병력과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될 것을 두려워한 특정 세력이 넴초프를 살해했다는 것이다.

넴초프는 최근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주요 정치인사, 기업인 등과 면담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러시아 수사당국은 밝혔다.

이와 관련 과격 성향의 러시아 민족주의 단체 '루스키예' 지도자 드미트리 데무슈킨은 민족주의자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데무슈킨은 "자유주의자들과 우리가 사상적으로 대립해온 건 사실이지만 거리에서 싸운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야권은 여전히 크렘린의 정치 보복 가능성을 내세우고 있다. 야권 인사들은 크렘린이 직접 넴초프 살해를 지시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대해 정부의 공식 입장과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을 마치 '반역자' 인듯 몰아붙이는 분위기를 조성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사업 관계나 치정 등에 따른 개인적 원한이 사건의 배경이 됐을 가능성도 여전히 거론되고 있다.

수사당국은 넴초프의 사업·채무 관계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또 피살 당시 넴초프와 함께 있었던 우크라이나 여성 안나 두리츠카야(24)에 대한 조사도 계속하고 있다. 모델 출신의 안나 두리츠카야는 우크라이나 여행사에서 고위인사 수행 안내 서비스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넴초프가 오래전부터 신변 안전에 위협을 느껴 왔음을 보여주는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리투아니아의 안그류스 쿠빌류스 전(前) 총리는 지난 2012년에도 넴초프가 신변 우려 때문에 자신에게 리투아니아 망명 가능성을 문의했었다고 밝혔다.

당시는 러시아의 총선과 대선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3기 집권에 반대하는 야권의 반정부 시위가 격렬했던 때로 회의 참석 차 리투아니아를 방문한 넴초프가 푸틴이 야권 운동을 이끄는 자신을 처벌할 수 있다며 그럴 경우 가족과 함께 정치망명을 신청할 수 있을지를 물었다고 큐빌류스는 전했다.

큐빌류스는 정치 망명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했으며 그때 당장 러시아로 돌아가지 말고 현지에 머물 것을 권했으나 넴초프가 거절했다고 소개했다.

넴초프는 지난 2월 러시아 시사 주간지 '소베세드닉'(대화상대)과의 인터뷰에서 푸틴이 자신을 죽일 것이란 두려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어머니가 내가 푸틴에 반대하는 발언들을 하는 것 때문에 푸틴이 나를 조만간 죽일 것으로 아주 두려워하고 있다"면서 "나도 어머니만큼은 아니지만 조금 무섭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그렇게 두렵지는 않으며 아주 두려워했으면 야당을 이끌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28일 넴초프의 모친 디나 에이드만에게 애도 전문을 보내 범인을 찾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푸틴은 전문에서 "넴초프는 러시아 역사와 정치, 사회에 큰 흔적을 남겼으며 러시아의 어려운 시기에 여러 중요한 지위에서 일했다"면서 "그는 항상 직설적이고 정직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으며 자신의 견해를 고수했다"고 평가했다.

푸틴은 그러면서 "비열하고 철면피한 살인의 기획자과 집행자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현지 TV 방송 '테베체'는 사건 현장을 담은 CCTV 영상을 확보했다면서 이 자료에 따르면 넴초프 피살 사건은 27일 저녁 11시 31분께 일어났으며 사건 10분 뒤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다고 전했다.

사법기관 관계자는 인테르팍스 통신에 현장에서 발견된 총탄이 여러 회사 제품인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이는 통상 한 회사 제품을 다량으로 구매하는 전문 킬러의 소행이 아님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야권은 1일 오후 모스크바 시내에서 넴초프 추모 행진을 벌일 예정이다. 행사에는 5만명 이상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넴초프의 장례식은 3일 열릴 예정이다. 넴초프는 모스크바 서쪽의 '트로예쿠로보' 국립묘지에 안장될 것으로 알려졌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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