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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찾은 메르켈 "독일은 과거와 정면으로 마주했다"(종합3보)

송고시간2015-03-0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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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 주최 강연서 일본에 '역사직시 통한 화해' 우회적 촉구아베와 정상회담…對테러·우크라이나사태·안보리개혁 공조 확인

메르켈 총리가 도쿄 도내 아사히신문 본사에서 이 신문사와 사단법인 '베를린 일·독센터'가 공동주최한 강연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메르켈 총리가 도쿄 도내 아사히신문 본사에서 이 신문사와 사단법인 '베를린 일·독센터'가 공동주최한 강연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일본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9일 "독일은 과거(역사)와 정면으로 마주했다"며 일본 아베 정권에 우회적으로 과거사 직시를 주문했다.

메르켈 총리는 도쿄 도내 아사히신문 본사에서 이 신문사와 사단법인 '베를린 일·독센터'가 공동주최한 강연 후 질의응답 시간에 '전후 70년을 맞은 일본이 역사 문제를 둘러싼 중국 및 한국과의 갈등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2차대전 전범국 독일이 주변국과 화해할 수 있었던 배경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결국 독일이 홀로코스트 등 전쟁 당시의 잘못을 제대로 인정하고 사죄함으로써 프랑스, 폴란드 등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을 이룰 수 있었다는 취지였다.

메르켈은 강연 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의 정상회담에 이어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과거 총괄(정리)은 (전쟁 가해국과 피해국간) 화해를 위한 전제"라고 강조했다. 독일과 같은 전범국인 일본이 해야 할 바를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우회적으로 한국 및 중국과의 관계 회복을 위한 과거사 청산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의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의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 외에도 강연 때 메르켈 총리는 "독일 총리 입장에서 당신들(일본)에게 당신들 이웃에 어떻게 대처하라고 조언하는 것은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나는 역사와 경험은 우리에게 평화로운 화해의 수단을 찾을 것을 일러준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노력을 아끼지 말고 평화적인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메르켈 총리는 독일이 아직도 자국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인 이웃국가들을 고마워하고 있다고 소개한 뒤 "이웃국가들의 관용적인 제스처가 없었다면 (화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또 "당대 우리의 최대 성취 중 하나는 분명 독일과 프랑스의 화해"라며 "프랑스는 독일이 해온 것만큼의 가치 있는 공헌을 했다"며 프랑스를 치켜세웠다.

메르켈 총리는 정상회담에서도 주변국 관계와 관련한 독일의 경험을 짧게 거론했다고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관방 부(副) 장관이 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전했다.

아울러 강연에서 메르켈 총리는 독일이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 후 2022년까지 탈원전 한다는 방침을 정한 이유에 대해 "기술 수준이 높은 일본에서도 예측하지 않은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전이 확인된 원전은 재가동한다'는 아베 총리의 방침과 대칭점에 있는 발언이었다.

메르켈 독일 총리, 아키히토 일왕 예방 (EPA=연합뉴스)

메르켈 독일 총리, 아키히토 일왕 예방 (EPA=연합뉴스)

이날 메르켈 총리 강연을 공동주최한 아사히신문은 일본의 대표적인 진보성향 정론지로, 주요 중앙 일간지 중 아베 정권의 역사인식에 가장 비판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아베 총리와 메르켈 총리는 오후 도쿄 총리 관저에서 2시간여 정상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 정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확대 개편, 대테러 대책 등에 대한 공조 방침을 확인했다.

회담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메르켈 총리를 '앙겔라'로 부르며 친근함을 보인 아베 총리는 정권의 외교·안보 이념인 적극적 평화주의를 강조하는 한편, 일방적 현상변경 반대, 법의 지배 등을 거론함으로써 사실상 중국을 견제했다. 또 일본과 독일 양국은 자유 민주주의, 인권, 법의 지배 등 기본가치를 공유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장에는 일본 언론과 외신에 소속된 100명 이상의 기자들이 참석, 자리를 가득 메웠다.

이날 오전 7년만에 일본을 찾은 메르켈 총리는 이날 아키히토(明仁) 일왕 예방, 일본과학미래관 시찰 등 일정도 소화했다.

메르켈 총리는 방일 마지막 날인 10일에는 여성 리더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민주당 대표도 만날 예정이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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