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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드라마, 폭력을 이야기하다

송고시간2015-03-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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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그리 맘' '착하지 않은 여자들' '킬미 힐미'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학교 폭력과 아동 학대, 가정 폭력 등 갖가지 유형의 폭력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TV 드라마가 폭력의 심각성을 정면에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다만, 심각한 이야기를 코믹한 코드와 버무리며 다큐가 아닌 드라마적인 재미를 함께 추구한다.

지난 12일 막을 내린 MBC TV '킬미 힐미'는 아동 학대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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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과 황정음의 찰떡궁합 연기가 일품이었던 '킬미 힐미'는 주인공이 7개의 다중인격을 갖게 된 원인으로 어린 시절 가정 내에서 벌어졌던 아동 학대를 배치해놓았다.

한집에 함께 살던 소녀가 학대당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며 울어야 했던 소년이 결국 고통 끝에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져 다중인격 소유자가 됐다는 것이 드라마의 기둥 줄거리다.

대부분의 가정 폭력에는 가해자, 피해자, 방관자가 등장하는데, '킬미 힐미'에도 역시 삼자가 등장한다.

드라마는 어린 시절의 강렬한 트라우마가 성장하면서 해당 기억의 상실로 이어지거나, 다른 형태의 고통으로 변질되는 이야기를 전개하며 아동 학대가 한 인간의 평생에 걸쳐 어떤 끔찍한 결과로 나타날 수 있을지를 경고했다.

실제로 하루가 멀다 하고 각종 보육시설에서 벌어지는 학대와 가정 내 아동 학대가 떠들썩하게 보도되고 있는 현실에서 '킬미 힐미'는 드라마적인 상상력이긴 하지만 이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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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영향의 하나로 '킬미 힐미' 팬들이 지난 11일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2천만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킬미, 힐미' 갤러리(페이지) 팬들은 아동학대 피해자를 돕고자 모금활동을 벌였고, 그중 일부인 2천15만1천710원을 초록우산에 기부했다.

기부액은 드라마가 처음 방송된 시간인 2015년 1월 7일 밤 10시를 기념해 정해졌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드라마 팬들의 추진력 있는 모금 운동에 깊이 감명받았다"면서 "기부자들의 의견에 따라 모금액은 학대 피해 아동의 심리치료와 경제적 지원에 사용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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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수목극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주인공 김현숙(채시라 분)은 여고시절 겪은 악몽의 그림자가 장성한 딸을 둔 40대가 될 때까지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인물이다.

이 드라마 역시 '킬미 힐미'처럼 코미디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사실은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기 겪은 치욕과 그로 인한 분노가 평생의 한이 된 여성의 트라우마를 좇는다.

꿈많던 여고시절 성적 지상주의에, 야비하고 인정머리 없는 교사 나현애(서이숙) 밑에서 정신적으로 끊임없이 학대를 당한 김현숙은 결국 나현애로 인해 억울한 누명까지 쓰고 퇴학을 당하고 만다. 그로 인해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다는 꼬리표를 달고 다녀야 했던 김현숙은 그 일로 자신의 인생이 꼬이기 시작했다고 생각하고,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숨이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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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때의 악몽으로 길가다 괴롭힘을 당하는 학생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폭력에 노출된 학생을 보면 자신의 불행했던 과거가 떠오르는 그는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며 가해 학생들을 혼내주기도 한다.

김현숙은 20여 년 만에 옛 스승 나현애와 재회하게 되자 어떻게든 복수를 하겠다고 결심한다. 그는 나현애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받아야 마음의 응어리가 풀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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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시작하는 김희선 주연의 MBC TV 수목극 '앵그리맘'도 학교 폭력을 다룬다.

드라마는 학교폭력 피해자인 딸을 위해 다시 교복을 입은 엄마 조강자(김희선)의 이야기다. 조강자는 심한 구타를 당했음에도 입을 다문 딸을 대신해 여고생으로 변신, 전학생 조방울로 가장해 딸의 학교인 명성고에 나타난다.

영화 '두사부일체'를 떠올리게 하는 '앵그리맘'은 여고생 시절 '껌 좀 씹었던' 조강자의 활약상을 코믹하면서도 경쾌하게 그리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그 안에 실어나를 예정이다.

김희선은 17일 제작발표회에서 "이 드라마를 통해 학교폭력이 완전히 근절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드라마가 주위 사람들이 학교폭력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최병길 PD는 "이야기가 학교폭력으로 시작하지만 단지 학교 안의 문제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걸 보여줄 예정이다. 학교폭력은 결국 사회적 문제와 모두 연결돼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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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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