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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백령도는 천안함 46용사를 '잊지 않는다'

송고시간2015-03-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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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일상…이면엔 여전한 北도발 위협에 "불안감 엄습"위령탑 동판 얼굴 참배객 손길에 광택…해병 6여단 "조국수호"

46용사 향해 경례하는 해병들
46용사 향해 경례하는 해병들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천안함 폭침 5주기를 나흘 앞둔 22일 서해 최북단 백령도는 그날의 충격을 잊은 듯 평온한 모습이다. 그러나 백령도 주민들은 여전히 북한의 도발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해병 6여단 장병은 평시에도 전시상황과 다름없는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6일 천안함 46용사 위령탑 앞에서 경례하는 해병들 모습. 2015.3.22
tomatoyoon@yna.co.kr

(백령도=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천안함 피격사건 5주년을 사흘 앞둔 22일 서해 최북단 백령도는 그날의 충격을 잊은 듯 평온했다.

어민들은 수확한 까나리를 손질하거나 4월 본격 조업을 앞두고 그물과 어망 등 어구를 정비하는 데 여념이 없다.

용기포항 곳곳에는 다시마 등 해초가 따스한 햇볕에 말려지고 있다. 봄이 온 것이다.

관광객들은 천연기념물인 사곶해변과 콩돌해안을 산책하거나 유람선을 타고 두무진 기암괴석의 장엄한 자태를 구경하는 등 평온한 분위기가 물씬 다가왔다.

5년 전 백령도는 평화로운 현재 모습과는 매우 달랐다. 충격, 혼란, 슬픔 그 자체였다.

2010년 3월 26일 오후 9시 22분께 백령도 서남방 1마일 해상.

해군의 1천200t급 초계함인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폭발과 함께 선체가 두 동강 난 채 침몰했다.

당시 함정에 있던 승조원 104명 가운데 58명은 출동한 해경에 구조됐지만 나머지 46명은 안타깝게도 숨진 채 발견되거나 실종됐다.

생존자가 더 있을 것이라며 품었던 희망은 절망으로 떠올랐다.

구조작업에 나섰던 한주호 준위의 순직은 다시 한번 온 나라를 슬픔에 젖게 했다.

백령도 주민 홍남곤(48)씨는 "당시 백령도 해상은 유난히 바람이 강하게 불고 파도가 높아 군인과 민간인들이 천안함 승조원 구조작업에 무척 애를 먹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주민들은 생존자가 발견되기를 바라며 가슴을 졸였지만 숨진 승조원이 인양될 때마다 고개를 떨궜다"고 회상했다.

홍씨는 "천안함 폭침에 이어 연평도 포격 등 수년간 서해 5도에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면서 주민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며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사실 지금도 불안감은 여전하다"고 털어놨다.

북한 장산곶으로부터 불과 17㎞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최전방 지역 백령도. 1999년부터 대청도와 연평도 등 나머지 서해 4도 지역과 함께 북한의 주요 공격 대상이 돼 왔다.

1999년 6월 15일 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북한 경비정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발생한 제1연평해전부터 제2연평해전, 대청해전,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크고 작은 도발이 이어졌다.

'당신의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당신의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천안함 폭침 5주기를 나흘 앞둔 22일 서해 최북단 백령도는 그날의 충격을 잊은 듯 평온한 모습이다. 그러나 백령도 주민들은 여전히 북한의 도발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해병 6여단 장병은 평시에도 전시상황과 다름없는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6일 천안함 46용사 위령탑에서 한 해병이 동판에 새겨진 46용사 얼굴을 매만지는 모습. 2015.3.22
tomatoyoon@yna.co.kr

북한은 최근 한미 연합훈련인 키 리졸브(KR)와 독수리연습(FE)을 비난하며 위협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김정은이 서해 지역을 맡은 서남전선부대의 선 타격·상륙 연습을 시찰한 사실이 지난달 21일 알려지기도 했다.

이 타격 연습에는 무도영웅방어대, 장재도방어중대 등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을 주도했던 제4군단의 포병부대 등이 참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병대의 한 관계자는 "최북단 백령도는 다른 지역과 달리 북한 도발에 대한 긴장감이 늘 높다"며 "이런 탓에 백령도를 비롯한 서해 5도 지역의 해병대원들은 평시에도 전시 상황과 다름없는 경계태세를 유지하며 북측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안함 피격 지점으로부터 2.5㎞ 떨어진 백령도 언덕에는 그날의 아픔을 고이 간직한 46용사 위령탑이 하늘로 뻗어 있다.

8.7m 높이의 위령탑은 육·해·공군을 의미하는 세 개의 기둥으로 이뤄졌다.

탑 하부 유리관 속에는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명명된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위령탑 뒤 동판에 새겨진 천안함 46용사의 얼굴들은 시간을 거스르며 조국 수호의 상징이 되어 반짝반짝 빛났다.

정부가 천안함 피격 1주년을 맞아 2011년에 세운 이 위령탑에는 지금도 군 장병들과 국민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지 해병부대로 새로 배치된 신병들은 꼭 이곳을 찾아 안보교육을 받고 수호 결의를 다진다. 백령도를 방문하는 국내 주요 인사들도 반드시 들러 참배한다.

이날 위령탑을 방문한 관광객 이모(47·여)씨는 "가족들과 백령도에 놀러 왔다가 이곳에 들렀다"며 "동판에 새겨진 46용사의 얼굴과 탁 트인 바다를 보니 사고 당시가 생각나고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말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 16일 시 관계자들과 함께 위령탑을 찾아 헌화하고 46용사의 희생정신을 기렸다.

해병 6여단 허태진 대위는 "조국을 수호하고자 자신을 희생한 46용사는 그 자체로 안보의 상징"이라며 "위령탑 방문객들은 대부분 동판에 새겨진 46용사의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이들의 넋을 기린다"고 말했다.

그는 "수많은 손을 거쳐 광택이 나는 46용사의 얼굴을 볼 때면 가슴 속 깊이 뜨거움을 느낀다"고 임전무퇴의 각오를 피력했다.

해군본부는 오는 26일 천안함 피격사건 5주년을 맞아 백령도 위령탑과 사고 해상에서 46용사의 넋을 기리는 참배식과 위령제를 연다. 천안함 피격 당시 생존 장병, 46용사 유족, 해군·해병대 관계자 등 수백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chang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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