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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700번 버스, 캠퍼스의 낭만과 역사가 깃든 여행

송고시간2015-03-23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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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700번 버스, 캠퍼스의 낭만과 역사가 깃든 여행 - 2

(천안=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충남 천안은 예부터 교통의 요충지였으며, 중소 도시 중 대학이 많은 곳 중 하나다. 천안 700번 버스를 이용하면 대학이 밀집한 안서동, 번화가이자 호두과자 판매점이 즐비한 천안종합터미널 주변, 옛 삼남의 선비들이 과거시험 길에 거쳤던 천안삼거리를 지나는 알찬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천안 700번 버스는 국내 최대의 대학 동네인 안서동을 출발해 천안의 중심지와 천안삼거리를 지나 세종시 전의면까지 운행한다. 경부선 천안역, 천안종합터미널과 천안고속터미널에 정차해 다른 지역에 사는 뚜벅이 여행자가 이용하기도 좋다. 그러나 꼭 700번 버스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701번, 710번, 720번, 730번 등 700번대 버스는 모두 주요 명소가 있는 안서동과 천안종합터미널, 천안삼거리를 지나기 때문이다. 물론 운행 횟수가 가장 많은 버스는 700번이다.

◇젊은이들의 데이트 명소, 천호지

안서동에는 단국대 천안캠퍼스, 상명대 천안캠퍼스, 백석대, 백석문화대, 호서대 천안캠퍼스 등 대학교 5개가 모여 있다. 전국에서 하나의 동에 대학이 가장 많은 곳으로, 캠퍼스 투어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안서동 대학 타운 도보 여행은 ‘상명대학교’ 정류장에서 내려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인근에 이 동네 최고의 명소인 천호지가 있기 때문이다. 천호지는 둘레에 2.3㎞의 산책로가 조성돼 있는 인공 호수로, 군데군데 인공 섬이 자리하고 보행교와 길이 12m의 아치교도 놓여 있다. 또 체력단련장과 배드민턴장도 마련돼 있다. 호수 동안에는 커다란 창을 통해 낭만적인 풍경을 감상하며 향긋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분위기 좋은 카페도 들어서 있다. 바람 살랑거리는 봄날에 가족, 연인이 한가롭게 거닐며 시간을 보내기 좋다.

그룹 ‘버스커버스커’의 노래 중 좋아하는 여자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는 내용의 ‘꽃송이가’에는 ‘영화 보러 가자고 불러, 단대 호수 걷자고 꼬셔’라는 가사가 등장하는데 가사 속 ‘단대 호수’가 바로 천호지다. 천호지에는 짝사랑하는 사람과 산책로를 두 바퀴 걸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많은 연인이 찾아와 걷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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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과 문화가 있는 캠퍼스 나들이

천호지 동쪽의 도로를 건너 오르막길을 가다 보면 상명대 천안캠퍼스가 나온다. 캠퍼스는 아름다운 건축물, 인공 폭포와 하천, 천혜의 자연이 어우러져 캠퍼스의 낭만을 느끼며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

상명대엔 식물원도 있다. 건물 이름은 ‘식물과학관’으로 식물식품공학과를 비롯한 식물 관련 학과의 교육 공간으로 이용하기 위해 지난 2010년 조성됐다. 978㎡ 규모의 식물원에는 폭포와 연못, 도랑이 있고 온대, 양치, 관염, 분재, 허브 등 총 450여 종의 수목이 식재돼 있다. 방학 기간,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무료로 개방된다.

어문대학 앞에는 독도 조형물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 독도를 75분의 1로 축소한 것으로 국내 최초로 야외에 설치된 독도 조형물이다. 조형물 앞에는 독도의 역사를 설명하는 안내판이 있다. 조형물 맞은편 숲에는 버스커버스커의 장범준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는 장소도 있다.

상명대학교 정류장에서 북쪽으로 두 정거장 떨어진 곳에는 백석대학교가 위치한다. 물론 걸어도 10분 정도면 닿는다. 이곳 창조관 13층에는 작가가 확인된 최초의 신체시인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비롯해 최근의 작품까지 현대시 100년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산사(山史) 현대시 100년관’이 있다. 고은 시인의 육필 병풍과 작품을 비롯해 현대의 희귀 시집, 원로와 중진 시인의 초상 시화, 주요 화가의 시화 등 시 문화재 1만6천여 점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은 최근 천안 시티투어 코스에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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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화한 도심의 거리에서 감상하는 미술 작품

‘백석대학교’ 정류장에서 여섯 정거장을 이동해 ‘종합터미널’ 정류장에 내리면 천안의 번화가 중 하나인 ‘야우리’에 도착한다. 천안종합터미널과 고속터미널, 대형 백화점과 미술관, 영화관, 각종 상점과 식당, 술집이 밀집한 곳이다.

특히 야우리시네마부터 신세계백화점 충청점을 지나 아라리오갤러리까지 약 300m의 거리에서는 다양한 미술 작품이 눈길을 끈다. 현재 아라리오 조각광장에는 데미안 허스트, 수보드 굽타, 고헤이 나와, 김인배 등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 30여 점이 전시돼 있다.

곰 인형을 들고 있는 데미안 허스트의 ‘채러티’(Charity)와 인체 해부 모형을 거대하게 제작한 ‘찬가’(Hymn), 헌 놋그릇과 요리도구를 집적해 거대한 버섯구름을 형상화한 수보드 굽타의 ‘통제선’(Line of Control), 높이 13m에 무게가 26.5t에 달하는 고헤이 나와의 ‘매니폴드’(Manifold) 등 이색적인 작품들을 감상하다 보면 1시간이 금방 흘러간다.

한편 천안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호두과자다. 아라리오갤러리에서 동쪽으로 500m 떨어진 천안로사거리에는 호두과자 판매점이 모여 있고, 반대 방향으로 네 정거장 떨어진 천안역 앞에는 80년 역사의 ‘천안 원조 학화호두과자’ 본점이 자리한다. 이곳에서는 호두과자 제작 공정을 직접 볼 수 있고, 시식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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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정취의 천안삼거리공원

천안역에서 아홉 정거장을 가면 ‘천안박물관’, 열 정거장을 이동하면 ‘원삼거리’ 정류소다. 천안박물관과 천안흥타령관, 천안삼거리공원이 모여 있는 곳으로 천안삼거리공원부터 들러보려면 ‘원삼거리’ 정류소에서 내리는 것이 좋다.

천안삼거리는 예부터 호남과 영남의 분기점이었다. 과거를 보러 가던 선비도, 물건을 지고 가던 상인도 이곳에서 쉬어 가곤 했다. 지금도 천안삼거리에서는 국도 1호선과 21호선이 교차하고 있으며, 이곳에는 옛 길손들이 머물렀을 듯한 주막 모형이 들어서 있다.

천안삼거리공원은 방문객이 옛 천안삼거리를 엿볼 수 있게 조성한 고즈넉한 곳이다. 평온한 풍경의 산책로를 따라 가면 버드나무가 둘러선 연못과 ‘하숙생’ 노래비, 임금이 온양온천 행차 시 거처로 이용했던 화축관(華祝館)의 문인 영남루(永南樓) 등을 볼 수 있다.

홀아비가 변방 수비를 위해 떠나며 천안삼거리의 주막에 맡겼던 딸인 능소가 훗날 아버지를 다시 만나 기뻐하며 불렀다는 ‘흥타령’ 전설을 떠올리며 거닐면 ‘천안삼거리 흥~ 능소야 버들은 흥~’이란 노랫말이 절로 나온다.

◇천안의 역사 기록된 천안박물관

천안박물관에서는 영남과 호남, 충청도의 문화와 사람이 교류하던 장소인 천안의 역사와 문화를 엿볼 수 있다. 고고실은 인면파수, 금제귀걸이 등 천안에서 출토된 선사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의 유물을, 역사실은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천안의 역사와 문화, 향촌사회의 생활상을 중심으로 전시하고 있다. 봉선홍경가 갈기비(국보 7호), 성거산 천흥사명 동종(국보 280호), 어사 박문수의 초상화와 홍패 교지 등도 볼 수 있다.

또 삼거리실에는 상점과 대장간, 주막 등 천안삼거리의 옛 모습이 재현돼 있고, 어사화를 꽂고 말을 탄 과거 급제자가 시가행진을 벌이는 모습이 모형으로 제작돼 있다. ‘모심는 소리’, ‘논매는 소리’ 등 구수한 천안의 옛 소리도 들을 수 있다. 근대실에서는 유관순, 이동녕 등 천안 출신 애국지사들의 삶과 활동상을 볼 수 있는 유물이 전시돼 있다.

한편 천안박물관 맞은편에는 전통 술과 전통 춤 전문 박물관인 천안흥타령관이 있다. 이곳에는 누룩 틀, 소줏고리 등 전통주 관련 유물과 자료, 전국의 전통 명주, 삼국시대부터 근대까지의 술잔과 술병, 춤 관련 자료와 민속의상이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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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700번 버스 운행 정보

>>첫차와 막차 = 안서동 06:00, 21:40 / 전의면 읍내리 06:30, 22:30

>>운행 간격 = 10~40분(시간대별로 다름)

>>기본 요금 = 현금 : 성인 1천400원, 청소년 1천120원, 어린이 700원 / 교통 카드 : 성인 1천350원, 청소년 1천70원, 어린이 650원

>>문의 삼안여객 041-621-1994

dk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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