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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수교 50년 전문가 제언> ⑥하야시 "亞여성기금서 한발 더"

송고시간2015-03-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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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성의있는 사과 표시로 軍위안부 배상해야""박대통령, 중요한 시기에 구체적 요구 제시하길"

일본의 군위안부 문제 권위자인 하야시 히로후미(59·林博史) 간토가쿠인(關東學院)대 교수가 2015년 3월 25일 요코하마(橫浜) 시내 연구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일본의 군위안부 문제 권위자인 하야시 히로후미(59·林博史) 간토가쿠인(關東學院)대 교수가 2015년 3월 25일 요코하마(橫浜) 시내 연구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요코하마=연합뉴스) 조준형 이세원 특파원 = "일본 정부가 성의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는 것이며, 사과의 증표로서 배상을 하라는 것이다. 고노(河野)담화, 무라야마(村山) 담화, 국민 기금(아시아여성기금)에서 한 걸음만 더 가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일본의 군위안부 문제 권위자인 하야시 히로후미(59·林博史) 간토가쿠인(關東學院)대 교수는 25일 요코하마(橫浜) 시내 자신의 연구실에서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수교 50주년을 맞은 한일관계 개선의 길은 역시 군위안부 문제의 해결에 있다며 자신을 포함한 일본의 지식인과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제시한 해결방안을 이같이 소개했다.

하야시 교수는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대 일본 발언에 대해 구체성 없는 메시지가 계속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중요한 시기를 택해 구체적으로 일본 정부가 어떤 식으로 하면 된다는 말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하야시 교수와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작년 아사히 신문이 '제주도에서 여성을 연행해 군위안부로 삼았다'는 요시다 세이지(吉田淸治·사망) 씨 증언에 근거한 기사들이 오보였다고 인정한 이후, 아베 정권은 군위안부 강제연행을 부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강제연행에 집중하는 것은 이 문제를 이해하는데 좋지 않다. 강제연행이 있었건 없었건 여성들을 위안소로 넣고, 성(性)의 상대가 되길 강요했다는 것 자체가 인권 침해이고 당시로 말하면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 그 시스템 자체가 인권 침해이고, 범죄의 시스템이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결국 현재 아베 정권 등 이 문제를 부정하려는 사람들은 끌고 갈 때의 강제연행만 문제라며 사실을 축소해서 '강제연행이 없었기에 일본은 나쁜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것은 매우 괴상한 것이다.

게다가, 아사히 신문이 허위라고 인정한 요시다 씨 증언은 어디까지나 제주도에서 만의 이야기이며, 여성들을 위안소로 끌고 간 것은 제주도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아시아 전체에 퍼져 있다. 요시다 씨 증언을 부정한다고 해서 강제연행이 부정되지 않는다. 어느 한 섬에서의 일이 부정되면 모든 것이 부정된다는 것은 논리로도 엉터리다.

일본과 세계에서의 위안부 문제의 연구는 1992년 1월 요시미 요시아키(주오대<中央大> 교수) 씨가 자료를 발견하면서 시작됐는데, 제대로 된 연구자의 책과 논문에서 요시다 증언에 의거한 연구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연구자들은 그의 증언이 거짓인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신용할 수 없다고 해서 연구 논문이나 책에서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즉, 요시다 증언에 따르지 않은 채 위안부 문제의 연구가 이뤄져 왔고, 그 성과를 근거로 재판도 하고, 시민운동도 하고 있다.

요시다 증언이 부정되더라도 20년 넘게 쌓은 연구와 시민운동의 노력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베 정권이 하는 일은 궤변이라고 할까…. 거짓말에 의해 (군위안부 강제연행을) 부정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납치 형태의 강제연행에 대해 한반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의가 있다고 치더라도 중국, 인도네시아에서의 강제연행은 명확한 증거가 있다. 그럼에도 아베 총리는 뭉뚱그려 '강제 연행한 증거가 없다'고 한다. 이것은 논리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둘로 나눠 보면 좋겠다. 하나는 매우 좁은 의미에서, 폭력으로 데려가는 강제연행은 중국과 동남아 각지에서 증언 자료가 나오고 일본 정부가 가진 자료 속에도 있다. 아베 정권이 '강제연행을 보여주는 공문서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1993년 8월의 고노 담화 발표 단계 때 없었다는 뜻이다. 작년 6월에 아시아 연대 회의에서 발표했지만 고노 담화 이후 발견된 5백 수십점의 공문서가 있다. 22년간의 연구 성과를 일본 정부는 무시하고 있다. 실제로 군위안부 강제연행을 보여주는 문서는 많이 있다.

또 하나는 한반도로 말하자면 강제연행 등의 경우 반드시 직접 폭력이 아니더라도 속여서 끌고 가는 사례가 있다. 즉, 본인이 이해해 의사에 따라 가는 게 아니라 속아서 끌려간다는 것은 고노담화 표현대로라면 '뜻에 반(反)하여' 가게 된 것이다. 뜻에 반해 끌려갔고, 돌아가고 싶다고 해도 돌아갈 수 없었다. 이것은 강제 연행 그 자체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와도 같다. 폭력으로 끌려간 사람도 있고 속아서 끌려간 사람도 있다. 속아서 끌려간 뒤 돌아가고 싶다고 말해도 돌아갈 수 없다. 그것에 대해 일본 정부도 일본 사회도 구별하지 않는다. 둘 다 납치이며 어쨌든 지독한 일이다. 그런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폭력으로 데려가는 것만 문제이고 속여서 데리고 간 것은 문제가 없다고 한다. 이것은 괴상한 이야기다. 북한의 납치가 그렇다면 한반도에서도 그렇다. 한반도에서는 속여서 끌고 가는 사례가 많았으니까, 이것도 북한의 납치와 마찬가지로 용납할 수 없는 범죄다.

--박유하 세종대 교수는 저서 '제국의 위안부'에서 '대부분 한국인 업자가 속여서 여성들을 위안부로 모집한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어떻게 생각하나.

▲일본어 판을 읽어봤다. 역사 자료 및 사실을 무시했다. 조선인 업자가 나빴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업자 중 일본인 업자도 많다. 그런데 일본인 업자는 건드리지 않았다. 게다가, 일본군은 여성을 보호하려 했다고까지 썼다. 조선인들이 나쁜 짓을 해도 일본군은 몰랐다는 식으로 얘기하고 있지만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실제 일본군 병사나 장교들의 체험담 속에서도 그런 식으로 속여서 억지로 끌려간 여성에 대해 일본군 간부들은 알고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증언이 많이 있다.

더욱이 일본 경찰 자료에 따르면, 업자가 속여서 끌고 가려 했다는 것에 대해 경찰은 그 실태를 파악하고 있었다. 1937년 일중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는 업자가 속여서 끌고 가는 것을 경찰이 제지했다. 상하이(上海)의 해군 위안소로 끌려간 건에서 일본 경찰은 일본인 업자를 체포했다. 범죄니까 정부가 체포한 셈이다. 즉 업자가 그런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일본군도 알고 있었다. 실제로 끌려간 여성들이 어떻게 끌려갔다는 것을 일본군 장교와 군의관들도 알고 있고, 그것을 나타내는 자료는 많이 있다. 그래서 일본군이 (여성들이 속아서 끌려간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만약 업체가 나쁜 짓을 했다고 해도 일본군은 충분히 알고 있었고, 그것을 시켰다. 일본군은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한반도에서 이뤄진, 납치와 같은 '좁은 의미의 강제연행'이 있었는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반도는 당시 일제 치하였으니까, 군이 직접 할 필요가 없었다. 즉, 조선총독부라는 시스템을 사용하면 됐다. 총독부 상부에는 일본인이 있지만, 하부에는 조선인이 있으니 그 시스템을 사용해 사람을 동원했다. 이는 전체적으로 일본의 국가 책임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말단에 조선인이 있다고 해도 행정 시스템을 사용하기 때문에 굳이 폭력을 써야 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들면 여성에 대해 '당신이 가지 않으면 부모에게 누가 되는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는 위협에 의해 끌려간 사람의 증언이 많이 나와 있다. 혹은 공장에서 일할 거라고 속여서 끌고 갔다. 그래서 나는 강제연행이라는 표현은 별로 안 쓰는데, 즉 국가 시스템을 사용해 속이거나 위협해서 데려가는 것 자체가 범죄다.

--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한일 정부에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작년 6월 군위안부 문제 아시아연대회의에서 일본 정부에 제언을 했다. (뒤집을 수 없는 명확하고 공식적인 방법으로 사죄할 것, 사죄의 표시로 피해자에게 배상할 것, 일본 정부가 보유한 자료의 전면 공개, 국내외에서의 추가 조사와 국내외 피해자 및 관계자에 대한 청취 조사 등을 통해 진상을 규명할 것, 의무교육 과정의 교과서에 기술하는 것을 포함해 학교교육·사회교육의 실시, 추도사업의 실시, 잘못된 역사인식에 기반한 공인의 발언 금지 등) 이것은 기본적으로 일본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성의있는 사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며, 사과의 증표로서 배상을 하라는 것이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을 포함한 아시아 시민 단체가 이런 내용으로 해결하자고 하고 있다. 매우 유연한 방안으로, 아마도 한국 정부도 그 방안이라면 찬성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일본 정부로서도 그렇게 어려운 방안이 아니라 과거에 한 일, 즉 고노담화, 무라야마담화, 국민 기금에서 한 걸음만 나가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방안이다. 과거 이런 것들(고노담화 등)을 한 것은 일본이 나쁜 일을 했다는 것이 전제다. 그 노선 위에 서면 사실 이 제안은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다만, 아베 정권이 문제다. 즉 위안부 제도는 나쁘지 않았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20년간 쌓아 온 일본 정부의 자세를 모두 부정하는 것이다. 현재의 일한 관계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최대의 원인은 바로 거기에 있다.

다만 한가지 추가하자면 현재 박근혜 대통령의 방식은 일본인들의 반발을 살 수밖에 없다. 단지 역사인식 등을 되풀이해 말하는 것으로는 효과가 없다. 그저 '일본은 문제'라는 것일 뿐이다.

대통령은 중요한 때에 중요한 것을 잘 말하면 된다. 항상 같은 이야기를 하고 구체적인 것은 말하지 않으니 끈질기게 일본을 비판하고 있다는 식으로 일본 사람들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구체적으로 일본 정부가 어떤 식으로 하면 된다는 말을 중요한 때에 대통령이 제대로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틀린 말을 한 것 같지는 않지만 대통령의 발언은 더 무거운 것이라고 본다. 대통령은 신중하게 발언하면서 일본 정부가 지금까지 해온 것을 토대로, 앞으로 한 걸음만 더 가면 시민 단체들도 피해자도 정부도 모두 합의 가능할 것이라는 식의 구체적인 논의를 하는 쪽이 좋겠다.

--아베 총리가 여름에 발표할 전후 70년 담화(아베 담화)와 군위안부 문제의 관계를 어떻게 보는가.

▲단순히 담화 발표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만일 좋은 담화라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그 담화에 따라 어떤 행동을 하느냐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담화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아베 담화를 둘러싼 초점은 식민지 지배와 침략이다. 식민 지배에 대해 일본 우파 진영이 왜 부정하려 한다고 생각하나.

▲아베 담화에 식민지 지배로 심하게 폐를 끼쳤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더라도 '중립적 의미'로 식민지 지배라는 표현을 남길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그건 의미가 없다. 침략과 식민지 지배가 한 세트로 들어가서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면목이 없다는 내용이 제대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교 50주년인 올해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군위안부 문제의 해결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해결하는 것은 일한 문제에 매우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오히려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 독도 문제는 최근에도 일한 양국이 문제가 커지지 않도록 자제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그것은 상대적으로 쉽다고 생각한다.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면 일한 관계는 현저하게 개선된다고 생각한다.

■하야시 히로후미

1955년 효고(兵庫)현 고베(神戶)시에서 출생, 도쿄대 문학부를 나와 히토쓰바시(一橋)대 대학원에서 '근대 일본 국가의 노동자 통합:내무부 사회국 노동 정책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부터 간토가쿠인대학에서 강의와 연구를 하고 있다.

동남아에서 발생한 일본의 전쟁 범죄 행위, 일본이 침략전쟁으로 치닫는 과정에서 관료의 역할 등을 연구하다 군위안부 문제와 만났다. 시민단체인 '일본의 전쟁책임자료센터'에서 '연구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요시미 요시아키(吉見義明) 주오대 교수와 함께 일본 내 대표적인 군위안부 연구 권위자로 꼽힌다. (취재보조: 이와이 리나 통신원)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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