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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성 "을 역할 꼭 한번 해보고 싶었죠"

송고시간2015-03-29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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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풍문으로 들었소'서 서민의 서글픔 코믹하게 연기 "촬영 앞두고 용산삼각지 배회하며 사람들 관찰"

장현성 "을 역할 꼭 한번 해보고 싶었죠" - 1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역할이라 제안을 받고 너무 좋았습니다. 검사, 의사, 대통령 경호실장, 방송사 기자 등 어느 순간부터 어슷비슷하게 권력을 가지거나 권력을 등에 업고 뭔가를 하는 강한 캐릭터를 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그 반대로 그러한 권력에 휘둘리며 사는 인물을 하라고 하니 정말 좋았습니다."

배우 장현성(45)은 이렇게 말하며 서형식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는 게 재미있다고 말한다.

SBS TV 월화극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빚더미에 올라앉은, 별볼일없는 서민 서형식을 연기하는 그는 매회 현실감이 풍성하게 묻어나는 세밀한 연기로 손에 잡히는 '깨알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그를 최근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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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연기라도 이왕이면 거지보다 부자 역을 맡아야 입성도 좋고 폼도 나는 법이다. 또 성격이 강한 캐릭터를 연기해야 더 돋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배우들은 안다. 평범한 캐릭터, 일상적인 연기가 사실은 가장 어렵다는 것을.

"이런 인물이 사실 연기하기가 어려워요. 대단히 큰 동력을 갖고 있다거나, 시각적으로 상처가 눈에 띈다거나 하지 않는 굉장히 평범한 사람을 표현하는 것이 어려워요. 제가 지금껏 그리 보편타당한 인물을 연기해본 적이 없어서 촬영을 앞두고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서형식은 용산에서 장사하며 사는 서민이다. 장현성은 그런 서형식을 연기하기 위해 "용산 삼각지를 열댓 번 기웃기웃하면서 사람들을 관찰했다"고 말했다.

"처음엔 너무 막연했고, 그럼에도 뭐라도 해야 하니까 무작정 용산 삼각지 일대를 찾아갔어요. 가서 식당에서 밥도 먹고 선술집 같은 데서 술도 마시고 하면서 오가는 사람들을 관찰했어요. 우리 아버지, 삼촌 같은 평범한 주위 사람들의 모습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연구했죠. 늘 악한 것도 아니고, 늘 착한 것도 아닌 사람들은 평소에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까 생각했죠. 그렇게 시작해서 서형식을 연기하다 보니 지금은 '아, 서형식 같은 사람이 내 안에 있지' 싶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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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형식은 꼼짝없이 청소년 미혼모가 되는 줄 알았던 여고생 둘째딸 때문에 지옥과 천당을 오간다. 딸이 아빠 없는 자식을 낳아 키우는 게 아닌가 절망하다가, 딸이 알고 보니 최상류층 자제와 눈이 맞아 사고를 쳤고, 마침내는 결혼을 하자 세상을 다 얻은 듯 기뻐한다. 그리고 다음엔 은근히 욕심이 생긴다. 사돈댁에서 뭔가 콩고물이라도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엄청난 사돈이 생기니까 좋죠. 뭔가 경제적 지원을 바라기도 하고, 입사시험에서 서류통과도 못하는 큰딸을 취직시켜주지 않을까 기대도 하죠. 하지만 정서적으로 갑질을 하니까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는 거죠. 사람이 다 그렇지 않나요?(웃음) 서형식 정도 되면 강자도 아니고, 착하게 살려고 노력도 하지만 어디서 10만원이 생겨서 주변에 막걸리라도 살 수 있게 되면 생색을 되게 낼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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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자들의 '갑질'은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사람들의 공분을 산다. 그런데 그 반대편에는 없는 자들의 '을질'도 있다. 다만 별 관심을 끌지 못할 뿐이다. '갑'에 비해 한없이 약한 '을'이 '을질'을 해봐야 뭘 얼마나 할 것이며, '을'은 늘 '갑'에 당하고 치여 산다는 인식 때문에 동정표를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풍문으로 들었소'는 갑뿐만 아니라 을도 동시에 희화화하며 코믹하게 풍자한다. 갑 중에서도 슈퍼 갑이 등장하고, 그런 갑에 붙어살거나 혹은 그를 지향하는 다양한 을들을 극명하게 대비시키면서도 일련의 황당한 소동들을 통해 '인간사 따지고 보면 다 그게 그것'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이러한 이야기는 키득키득 웃음이 터져 나오는 블랙코미디를 통해 실어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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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갑이라고 하면 나쁘고, 을이라고 하면 선하고 고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만 사람 사는 게 그렇게 이분법적으로 나눠지지는 않잖아요. 그리고 보시는 분들은 재미있어하지만 인물들은 다 상황에 맞게 진지해요. 그래서 연기자들도 진지하게 하죠. '이 장면에서 웃겨야겠다'고 생각하며 연기하는 배우는 아무도 없어요. 그렇게 생각하고 연기하는 순간 오히려 이상해지죠."

장현성은 매 순간 '찌질'하면서도 처량한 서형식의 처지를 세포가 살아있게 연기한다.

그 자연스러움이 놀랍다고 하자 그는 "대본에 적힌 활자만으로는 연기하기 힘든 부분이 있어 촬영장에서 배우들끼리 대화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정성주 작가님의 대본은 일상적인 듯하면서도 일상적이지 않아요. 우리끼리 '야 이거 체호프 대본 같지 않냐?'라고 얘기하죠. 안톤 체호프의 희곡은 처음에 아무런 의미가 없는 듯 보이던 내용도 다시 읽어보면 '이게 왜 이러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이런 게 이럴 수도 있겠다' 싶어지거든요. 우리 대본도 여러 번 읽어볼수록 그 안의 의미가 달라져요. 그래서 우리끼리는 계속 대본을 읽어보고 대사를 맞춰보며 연극 리허설을 하듯 연습을 합니다. 저희가 연습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면 미친 사람처럼 보일 거예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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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성은 '풍문으로 들었소'에 앞서 '아내의 유혹'과 '밀회'로 정성주 작가-안판석 PD 콤비와 호흡을 맞췄다. 그는 특히 '아내의 유혹'에서 보여준 방송사 기자의 '알량한 갑질' 연기로 큰 화제를 모았다. 그랬던 그가 서형식을 맡아 궁상맞은 연기를 펼치니 전작들의 캐릭터와 비교해보는 맛도 꽤나 크다.

"'아내의 자격' 때는 대본에 역할에 대한 단서도 많았고 저도 나름대로 방송국에서 취재도 많이 했다면, 이번에는 가족을 중심으로 한 일상적인 모습의 디테일을 강화하자 싶었죠. 말로는 큰소리를 치지만 행동은 미적미적하고, 반대로 미적미적하다 막상 때가 되면 세게 나가는 서형식의 모습을 상황에 맞게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는 "작가님, PD님은 물론이고 조명, 카메라, 분장이 모두 세 작품째 같은 분들이라 현장이 너무나 친근하고 편하다"며 "전적으로 정 작가님과 안 PD님을 믿고 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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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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