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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골프에 '고참 선수 실종'…30대 단 3명

송고시간2015-04-0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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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9일 제주에서 막을 올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마트여자오픈은 2015년 시즌 개막전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는 올해 30개 대회를 치른다. 걸린 상금이 190억 원에 육박한다.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 창설 이래 가장 많은 대회에 가장 큰 상금이 내걸린 만큼 선수들의 각오와 다짐도 어느 해보다 뜨겁다. 팬들의 관심도 높다.

한국여자골프에 '고참 선수 실종'…30대 단 3명 - 2

하지만 이런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의 '전성기'에 30대 이상 고참 선수들의 자리는 없다.

출전 선수 120명 가운데 나이가 서른을 넘는 선수는 안시현(31), 최혜정(31), 홍진주(32) 등 3명뿐이다. 그나마 갓 서른을 넘겼을 뿐이다.

선수 대부분은 90년대생 20대 초반이다.

작년에 상금랭킹 10위 안에 든 김효주(20), 허윤경(25), 이정민(23) 전인지(23), 백규정(20), 징하나(23), 이민영(23) 고진영(20), 김하늘(27), 김세영(22) 등은 대부분 20대 초반이다. 27세의 김하늘이 '고참'처럼 느껴진다.

이듬해 정규 투어 대회 전 경기 출전권을 부여받는 상금순위 30위 이내에 30대 선수는 단 한명도 없다. 상금 15위에 오른 홍란(29)이 최연장자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가 올해 시즌을 앞서 개최한 미디어데이에 '간판선수'로 내세운 9명은 고진영(20), 김민선(20), 김자영(24), 박결(19), 이승현(24), 이정민(23), 윤채영(28), 지한솔(19), 그리고 최혜정(31)이었다.

최혜정이 선수 대표격인 협회 선수분과위원장의 자격으로 참석한 점을 감안하면 10대와 20대 초반 선수 일색인 셈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의 선수 연소화 현상은 유난히 심하다.

미국에서도 남자 골프보다 여자 골프가 선수 수명이 짧고 고참 선수들이 적지만 한국에서는 정도가 심한 편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20년 이상 투어에서 활동하는 선수가 8명이다.

한국에서는 10년차 선수도 손에 꼽는다. 대개 19세에서 20세 사이에 프로에 뛰어든 선수들이 10년을 조금 넘으면 거의 투어 무대에서 사라진다.

LPGA 투어에서는 결혼한 엄마 선수가 수두룩하다. 공식 집계에 따르면 LPGA 투어에는 엄마 선수가 25명이며 이들이 키우는 자녀는 36명이다.

'전설'로 대접받는 줄리 잉스터(56)는 물론 카트리나 매슈(46), 팻 허스트(46) 등도 애를 키우며 투어를 뛰고 있다.

올해 기아클래식에서 우승한 크리스티 커(38.미국)도 한살이 갓 넘은 아들이 있다.

하지만 한국여자프로골프에서는 기혼 선수도 손에 꼽는다.

홍희선 수원과학대 겸임교수는 "요즘 새내기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훈련에다 수많은 주니어대회 출전 경험을 지닌 채 투어에 들어온다"면서 "이런 선수들이 해마다 쏟아져 들어오기 때문에 나이 든 선수들이 밀려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1997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여자프로골프 1부 투어에서 선수로 활동했고 지금은 시니어 투어에서 뛰는 홍 교수는 "여자 선수들은 나이가 들어 결혼하거나 출산하면 운동 능력 뿐 아니라 운동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하게 된다"면서도 "운동생리학적 이유도 크지만 나이가 들고 결혼과 출산을 겪고도 선수로서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아직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의 연소화를 부추기는 요인 가운데 하나가 활발한 해외 진출이다.

한국에서 어느 정도 투어 경력을 쌓아 기량이 최고조에 이르면 미국이나 일본으로 진출하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고참 선수가 남아나지 않는다.

한때 한국 무대를 주름잡았던 박희영, 최나연, 유소연, 지은희, 서희경, 신지애, 안선주, 이보미 등은 20대 초반에서 20대 중반에 미국과 일본으로 무대를 옮겼다.

올해는 작년 상금왕 김효주를 비롯해 김세영, 백규정, 장하나도 짧게는 1년, 길어야 3년가량의 한국 투어 생활을 마감하고 미국으로 떠났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준회원이자 골프 매니지먼트업체 지애드에서 김효주를 담당했던 강혜원 씨는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더 어린 나이에 골프를 시작하면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면 기량이 최고조에 이른다"면서 "일찍 기량이 피어오른만큼 나이를 먹으면서 삶의 균형을 찾는 지혜를 찾아야 서른살이 넘도록 롱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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