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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넷 떠도는 원전 기술보고서 '보안 논란'

송고시간2015-04-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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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EA 제공 보고서 여과 없이 노출…연구원 신상정보까지 "정보교류 차원서 공개" vs "해킹 자료보다 수십배 중요"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영광 3·4호기 발전소컴퓨터계통 입출력 신호 요약 보고서, 영광 3·4호기 안전감압계통의 설계에 대한 현황 분석, 월성 원자력 2∼4호기 분기진도검토보고서(원자로 계통설계), 신형원자로 기술개발, 하나로 방사선 비상계획서, 중대사고시 노심용융물의 노내 냉각과 관련한 열전달 특성 분석, 일체형원자로 설계기술개발, 경수로용 신형핵연료 기술개발, 제4세대 원전용 고온재료의 환경 및 조사효과 연구, 혁신일체형원자로 기술개발 기획, 원자력시설주변 환경방사선 평가, 원전 냉각성능 종합평가실험 및 차세대 안전해석기술 개발….

얼핏 보면 작년 크리스마스 때 전 국민을 우울하게 했던 원자력발전소 자료 유출 사건 당시 유출됐던 원전 관련 자료들 같지만, 아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이 평화적인 목적의 국제 정보교류 차원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제공한 연구보고서들로 국내 원자로와 핵 기술 개발의 성과 중 일부가 담겼다.

각각 수십에서 수백 페이지 분량의 한글 보고서로 많게는 100억∼200억원 규모의 정부 예산이 투입됐다고 기재돼 있다.

상당수에는 국가과학기술 기밀유지 필요한 내용은 대외적으로 발표 또는 공개해서는 안된다는 경고 문구도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원전 관련 도면과 실험 결과들이 빼곡히 들어있다. 작년 12월부터 지난달까지 6차례에 걸친 원전 자료 유출 사건에서 해커가 빼냈다며 인터넷에 공개한 단편적인 원전 자료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체계적이고 심도 있는 정보라는 원전 전문가의 평가도 나온다.

13일 인터넷 보안전문가들에 따르면 구글의 키워드 검색으로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이 같은 원자력연구원의 보고서는 약 4천900건이며 이 가운데 500건 정도는 한글 원본을 바로 내려받을 수도 있다.

이 가운데는 원자력연구원 외에 한국수력원자력, 원자력발전기술원 등의 보고서도 있다.

연합뉴스가 인터넷 보안전문가 허장녕씨의 도움을 받아 실제로 구글 검색을 해본 결과 인터넷상에서 어렵지 않게 해당 보고서를 찾을 수 있었다.

[단독]인터넷 떠도는 원전 기술보고서 '보안 논란' - 2

이들 원전 관련 보고서는 국제적인 관행에 따라 합법적으로 외부에 공개한 것들이라는 게 원자력연구원의 설명이다.

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그동안 정보 교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높아진 한국의 원자력 기술을 해외에 알림으로써 세계 원전 시장에서 위상을 높이고 원전 수출과 같은 사업 성과를 얻어내는 데도 기여했다"고 말했다.

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매년 3천∼4천500건의 자료를 IAEA에 제공해 왔는데 이 가운데 중요도가 높은 연구 보고서는 100∼600건 안팎이다.

한국은 지난해도 총 4천506건의 자료를 제공해 자료 제공량에서 독일, 프랑스에 이어 세계 3위로 올라섰다.

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과거에는 한국의 기술 수준이 낮아 IAEA에 제공하는 보고서 내용이 문제 될 일이 없었으나, 최근 높아진 기술력을 감안해 정보 공개 수위를 제한해야 한다는 내부 의견이 모아져 2012년부터 제공하는 보고서 양을 대폭 줄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외부 전문가의 시각은 상당한 차이가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인터넷에 떠 있는 보고서를 다 검토하지는 못했지만 컴퓨터계통, 안전감압계통, 비상노심계통 등 경쟁국에서 보면 한국 원전기술의 장단점을 바로 파악 수 있는 정보들이 과도하게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작년 말 원전 자료 유출 때 공개됐던 자료들에 비하면 수십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설령 해당 기관이 선의로 정보 공개를 결정했다 하더라도 내용 중 핵심적인 부분은 보이지 않게 마스킹 등 보안처리를 해야 하는데, 그러한 관리가 이뤄진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일부 보고서에서는 연구원들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비롯한 개인 신상정보까지 그대로 노출돼 있어 보고서 관리가 허술했다는 지적이다.

서 교수는 "이번에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하는 스마트원전의 전신에 해당하는 원전에 관한 정보도 그대로 드러나 있다"며 "최근 원전 분야에서 한국을 따라잡은 중국이나 플로토늄 생산을 위해 경수로 사업을 하는 북한이 이 같은 보고서를 활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미 노출된 보고서들이지만 공개하기 부적합한 내용은 지금이라도 삭제를 하거나 접근을 제한하는 조치가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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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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