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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공항 총기탈취 '무죄' 한국인 노무사 지금은…

송고시간2015-04-13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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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입국 후 병원 전전·신용불량자 전락, 정부에 배신감 느껴"외교부 "홍콩 정부 상대 소송한다면 지원방안 협의하겠다"

(광주=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홍콩 공항에서 총기탈취 미수 혐의로 체포돼 무죄 판결을 받고 추방된 40대 노무사가 정부 대응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장기간 재판 끝에 18개월여 홍콩 체류를 마치고 돌아온 그는 '피고인'이 아닌 '원고'로 홍콩 정부와 싸움을 예고했지만,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현실이 발목을 잡고 있다.

체포에서 구금, 추방되기까지 과정에서 자국민을 보호해 줄 것이라는 국가에 대한 믿음은 섭섭함으로, 절망으로 차츰 바뀌었다.

2013년 8월 29일 오전 11시 30분께 홍콩 쳅락콕 공항.

아내, 딸과 함께 여행길에 나선 장모(44·노무사)씨의 부푼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장씨는 입국 심사를 기다리던 중 외교관 여권을 지닌 승객만 이용하는 줄로 옮겨 섰다가 다른 곳으로 옮기라는 지시를 받고 실랑이를 벌였다.

총을 든 경찰관 3명이 몰려들었고 장씨는 술을 마신 상태에서 총기를 탈취하려 한 혐의로 곧바로 제압당해 체포됐다.

소란을 피워 사과하는 의미로 왼손을 내밀었다고 장씨는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찰 조사과정에서 풀려난 장씨는 지난해 2월 12일 1심 법원에서 징역 27개월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가족 등을 통해 노무사 사무실을 정리하고 차를 팔아 법정 다툼에 나선 장씨는 지난해 11월 27일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홍콩 항소법원은 판결문에서 "호두를 깨는데 슬레지 해머(큰 해머)를 썼다"고 평가했다.

잠재적 위험성을 고려하더라도 폭행이나 공무집행 방해 혐의가 아닌 총기탈취 미수 혐의를 적용한 것은 지나쳤다는 것이다.

무죄 판결 후에도 장씨는 1심 재판 당시 체류 연장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시 구류돼 풀려났다가 지난달 6일에야 추방됐다.

1년 6개월여만에 어렵사리 주거지인 광주로 돌아온 장씨는 디스크, 소화기 질환 등을 얻어 고국 생활의 절반 이상을 병원에서 지냈다.

1시간 법률 자문에 150만원이 드는 변호사 비용, 체류 비용, 통역비 등을 감당하느라 신용불량자 신세로 전락했다고 그는 하소연했다.

홍콩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기로 했지만, 아직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가에 대한 실망감도 느꼈다.

장씨는 13일 "사건 현장 주변에 CCTV 5대 중 가장 불명확한 것만 증거로 제출된 것으로 보여 다른 화면이 있다면 결백을 증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며 "다른 CCTV를 볼 수 있도록 도움이 절실했는데도 현지 재판에 관여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배신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 이런 일을 당했으니 힘도 들고, 당사자로서는 지원이 충분치 않다고 느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홍콩의 사법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지원을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장씨가 홍콩 정부를 상대로 소송할지, 한다면 어떻게 진행하고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구체적 협의를 해온다면 전문적인 조언 등 총영사관의 역량을 간접적으로 활용해 돕겠다"며 "다만 소송 비용에 대한 지원은 예산이나 근거가 없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sangwon7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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