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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멋따라> '볼거리·이야기 가득' 울산 북구 강동사랑길

송고시간2015-04-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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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항 주변 바다·산·들 모두 체험…"해설사 안내받으세요"

<길따라 멋따라> '볼거리·이야기 가득' 울산 북구 강동사랑길 - 2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울산시 북구 정자동에 위치한 울산의 대표 항구 정자항.

정자항의 이름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다.

첫 번째는 버드나무 아래 정자가 있었다는 설이다.

두 번째는 위에서 보면 항의 모양이 자궁과 흡사하고, 배가 항구로 들어오는 모습이 자궁 속으로 정자가 헤엄쳐 들어가는 것과 닮아 이름이 붙여졌다는 것이다.

왜구의 침입을 막으려고 설치한 '유포석보'에서 저녁 시간에 정자항을 내려다보면 출항했던 배가 평온한 항구로 돌아오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그 모습을 보면 '정자항' 이름의 두 번째 설도 그리 비약은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울산 북구에는 이곳 정자항을 중심으로 정자해변, 유포석보, 박제상 발선처, 활만송 등을 돌아볼 수 있는 3.2㎞의 '강동사랑길' 1구간이 있다.

강동사랑길은 울산시 북구가 이야기와 설화 등을 간직한 지역 관광지를 믿음, 윤회, 연인, 부부, 배움, 사색, 소망 등 각각의 테마로 구간을 나눠 조성한 둘레길이다. '믿음길'로 불리는 1구간에서는 아름다운 풍경과 가슴 아픈 이야기, 미각을 자극하는 먹거리까지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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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항에 도착면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울산의 상징인 귀신고래 형상을 한 등대다. 암수 귀신고래 형상의 두 개 등대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서로 지킴이가 되겠다는 의미를 담은 귀신고래 등대는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의 명소가 됐다.

정자항에서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참가자미다. 이곳에서 잡히는 참가자미는 전국 유통량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어부들은 어선에서 상자에 차곡차곡 쌓인 참가자미를 육지로 내려놓고, 항구 곳곳에는 그물망 위에서 하얀 배를 드러낸 채 해풍에 말라가는 가자미들의 모습이 정겹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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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항에 있는 활어직판장에서는 갓 잡은 신선한 참가자미를 즉석에서 회로 맛볼 수 있다. 참가자미회를 씹으면 쫄깃하고도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참가자미뿐 아니라 항구에 늘어서 있는 각종 대게집도 미식가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정자항에서 강동동주민센터 방향으로 정자천을 따라 걷다 대나무숲에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활만송을 만난다. 이 소나무는 600년 전 왕자의 난을 피해 내려온 한 선비가 이곳에 정착하기로 결심하며 심었다는 유래가 전해진다.

600년의 세월을 견뎌 온 소나무에서 절개를 지키고 싶었던 강직한 선비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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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만송에서 넉넉잡아 20분 정도를 걸어가면 유포석보와 박제상 발선처에 닿는다.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조선시대 때 설치한 유포석보는 낮은 평지와 계곡을 성내로 삼고 그 주위에 돌을 쌓아 만들었다.

현재는 군데군데 이가 빠진 채 훼손돼 본래 돌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잡초가 무성하다.

일제강점기 때 이곳의 큰 돌을 빼내 정자항 방파제를 만들면서 석보가 훼손됐다고 한다.

박제상 발선처는 신라시대 박제상이 눌지왕의 명을 받아 일본으로 왕자 미사흔을 구하러 가며 떠나기 전 신발을 벗어 놓은 바위다.

바위 앞에 서면 몸은 왜나라로 떠나지만 자신의 영혼은 신라에 남겠다는 박제상의 굳은 결심이 느껴지는 것 같아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왕자를 구한 박제상은 결국 신라로 돌아오지 못하고 왜나라에서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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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상 발선처에서 다시 정자항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왼편에 넓게 펼쳐져 있는 바닷가의 아름다운 경치에 눈을 빼앗기게 된다.

'믿음길'의 끝에서 만나는 정자해변. 고운 모래 대신 형형색색의 몽돌들이 가지런히 누워 파도를 맞는다.

정자해변은 수심이 깊고 파도가 높아 해수욕이 금지되어 있지만 해변을 걷는 것으로도 몸과 마음이 시원해지는 곳이다.

파도가 치면 일제히 밀려왔다가 다시 가라앉는 돌들이 내는 소리가 뜻밖의 화음을 만들어낸다. 파도와 돌이 만들어내는 노래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조용히 어루만진다.

강동사랑길에는 '믿음길' 외에도 6개의 구간이 더 있다.

미역이 자생하는 바위인 곽암을 볼 수 있는 '윤회길', 결혼한 지 10년이 지나도록 아이 소식이 없는 부부에게 반가운 소식을 전해 준 금실정이 있는 '부부길', 용왕을 따라나온 공주에게 첫눈에 반한 장어의 이야기 등이 전해지는 '연인길' 등 각 길에는 저마다 이야기를 품고 있다.

또 강동사랑길은 각각의 구간이 길지 않음에도 바다와 산, 들을 모두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울산시 북구는 5월 1일부터 '강동사랑길 스토리텔링 해설사'를 투입해 관광객들에게 길에 얽힌 이야기를 설명해준다고 18일 밝혔다.

해설 가이드를 원하는 개인, 단체 관광객들은 미리 북구청 문화체육과(☎ 052-241-7391)로 문의하면 된다.

북구청 인터넷 홈페이지(www.bukgu.ulsan.kr)에서는 강동사랑길의 자세한 구간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yong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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