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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문턱' 넘나드는 리비아발 유럽행 보트 난민

송고시간2015-04-20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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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모자와 구조원
난민 모자와 구조원


(시칠리아 AP=연합뉴스) 한 구조요원이 2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항구에서 난민 어린이를 안고 있다. 아동 28명을 포함해 약 100명의 난민이 19일 부근 지중해에서 화물선에 구조됐다. 수백명이 탄 다른 난민선은 18일 리비아 근해에서 전복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AP Photo/Alessandra Tarantino)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아프리카와 중동의 빈곤과 분쟁을 피해 지난 10년간 수십만명의 난민이 북아프리카 리비아에서 목숨을 걸고 유럽행에 나서고 있다.

20일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와 영국 BBC 홈페이지 등에 실린 유럽행 아프리카와 시리아 난민들 인터뷰 내용을 보면 '보트 난민'은 개조된 작은 어선이나 구명보트, 소형 플라스틱 배 한 척에 몸을 싣고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며 지중해 종단을 시도한다.

이들 대부분은 리비아 항구에서 출발 직전부터 모든 소지품을 빼앗긴 채 위험한 여행을 시작한다.

에티오피아 출신의 아부 쿠르케는 2013년 10월 끔찍한 난민선 내부 상황과 함께 난민선을 탄 동료의 죽음을 자신의 눈으로 직접 목격했다.

쿠르케에 따르면 그와 친구들은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 항구에서 이탈리아 최남단에 있는 람페두사까지 가는 밀항선을 찾아낸 끝에 1천200달러(129만원)를 주고 배를 탈 기회를 잡았다. 트리폴리에서 람페두사까지는 약 220km 떨어져 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탈 배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소형 플라스틱 보트'와 다름없는 낡은 선박이었기 때문이다. 이 배에는 모두 72명이 탔다.

게다가 무장한 리비아 남성들은 난민들에게 모든 소지품을 빼앗아 갔다. 마실 물을 가져가는 것도 허용하지 않았다.

한 난민 부부는 배의 공간을 차지한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줄 음식과 물이 담긴 가방까지 빼앗겼다.

초과 승선한 탓에 일부는 배 한 쪽에 쪼그려 앉아야 했고 다른 사람들은 뱃머리에서 계속 선 채로 항해를 했다.

그는 배가 출발할 때 "24시간 이내 람페두사에 도착할 것"이란 얘기를 들었다.

수백명은 아직 바다 속에
수백명은 아직 바다 속에


(시칠리아 AP=연합뉴스) 이주민들이 2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항구에 내리고 있다. 아동 28명을 포함해 약 100명의 난민이 19일 부근 지중해에서 화물선에 구조됐다. 수백명이 탄 다른 난민선은 18일 리비아 근해에서 전복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AP Photo/Alessandra Tarantino)

하지만, 출항하고 나서 날씨 악화로 파고가 높아지면서 항해는 더욱 위험해졌다.

헬기가 지나가면서 비스킷 몇개와 소량의 물을 배에 떨어뜨려 줬지만, 모두가 먹기엔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2주 가까이 지중해를 표류하면서 보트에서 사망자가 하나둘씩 늘어났다. 그들은 지나가는 선박을 향해 죽은 아기를 들어 보였지만 무관심만 되돌아왔다.

함께 보트를 탄 사람 중에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63명이 그 앞에서 숨졌고 그 중 일부는 배고픔에 지쳐 바다로 뛰어들었다.

다행히 그는 나중에 구조돼 이탈리아에 도착했다.

4년 넘게 내전이 이어진 시리아를 탈출한 자카레아 다위크도 죽을 고비를 넘긴 끝에 구조된 경우다.

작년 10월 리비아의 한 항구를 출발할 때 다위크가 탄 배가 총격을 받았다. 이 총격으로 선박 일부분이 파손됐다. 람페두사 인근에 다다랐을 때 이 배는 전복돼 침몰했고 일부 난민은 바닷속으로 끌려들어 갔다. 다위크는 5시간 이상 바닷물에 있다가 이탈리아 해안경비대에 구조됐다.

그는 "시리아를 떠나 리비아에 도착했지만 삶은 너무 힘들었고 리비아인들은 우리 상황을 전혀 모른다"며 "우리는 유럽을 천국이라고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아프리카 난민은 이달 중순 위험을 무릅쓰고 이탈리아행을 시도한 끝에 10시간만에 구조됐다.

이 난민은 한 배에 200여명이 함께 탔으며 너무 협소해 비명과 신음이 끊이지 않았다고 했다. 먹을 음식도 없어 굶주림에 허덕인 채 이탈리아 구조대에 발견되기만을 기다렸다고 그는 전했다.

그는 "리비아에서는 몇 년째 매일같이 총성이 들리며 전쟁이 치러진다.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향하는 것도 매우 위험하지만, 그래도 하루만 참으면 되는 여행"이라고 강조했다.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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