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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美 우호기류 감지했나…침략·사죄 뺀 담화 시사

송고시간2015-04-20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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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오는 8월께 발표할 전후 70주년 담화(일명 아베 담화)에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죄를 포함하지 않을 뜻임을 시사함에 따라 파장이 예상된다.

아베 총리는 20일 BS 후지 방송에 출연, 전후 70년 담화에 '침략', '사죄' 등 표현을 담을지에 대해 "(과거 담화와) 같은 것이면 담화를 낼 필요가 없다"며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한다고 한 이상 다시 한번 쓸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는 '식민지 지배'와 '침략', '통절한 사죄', '마음으로부터의 반성' 등 1995년 전후 50주년 담화인 무라야마(村山) 담화의 핵심 단어를 아베 담화에 담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됐다.

아베 총리는 앞서 지난달 16일 유엔 창설 70주년 기념 심포지엄 연설 등 계기에 "앞선 대전(2차대전)에 대한 깊은 반성"을 거론한 바 있다. 그와 비슷한 수준의 문구를 아베 담화에 포함하고, 식민지 지배와 침략, 사죄 등 문구는 생략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이날 발언을 계기로 더 커진 셈이다.

아베 총리는 2013년 4월 국회에서 '침략의 정의는 정해져 있지 않다'고 말하고, 그해 12월 태평양전쟁 일본인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함으로써 역사 수정주의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정치적 스승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도 전후 60주년 담화에 포함한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죄를 전후 70주년 담화에 넣지 않는다면 노골적으로 침략 등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이견'이 있음을 표출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공산이 크다.

아베 총리의 복심으로 통하는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자민당 총재 특보가 지난 1일,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죄와 반성' 등 문구를 "사용하지 않고는 국제사회가 납득할 수 없다고 한다면 '복사'해서 담화를 내는 것도 가능하긴 하다"고 말했을 때만 해도 무라야마 담화의 핵심 단어를 계승할 수도 있다는 것이 정권 내부의 기류로 비쳐졌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반둥회의 연설(22일), 미국 연방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29일) 등 아베 담화의 풍향계가 될 중요한 연설 기회를 앞두고 자신의 '소신'을 밝힌 것은 미국의 우호적인 기류를 감지한데 따른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 보인다.

실제로, 미국 오바마 정권의 요인들은 자위대의 대 미군 후방지원 범위를 전세계로 확대키로 하는 등 미일동맹 강화에 전력을 기울이는 아베 총리의 행보를 적극 환영하면서 그의 '아킬레스건'인 역사인식을 크게 문제삼지 않으려는 듯한 인식을 언론 인터뷰 등 계기에 피력했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8일 보도된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미일 협력의 잠재 이익이 "과거의 긴장과 현재의 정치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한일 역사인식 갈등에서 일본의 태도 변화를 압박하기 보다는 한국의 변화를 요구하는 성격이 짙었다

또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지난 6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해 주체를 거론하지 않은 채 일본군 위안부를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의 희생자"로 표현한 아베 총리의 지난달 미국 언론 인터뷰 발언을 "긍정적인 메시지"로 평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총리는 미국 조야가 미일동맹의 중요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만큼 역사인식은 크게 문제삼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본색'을 드러낸 것으로 볼 여지가 없지 않다.

특히 일본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이 대미외교와 대중외교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오바마 행정부 아시아·태평양 정책에서 미일동맹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졌다는 자신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美 우호기류 감지했나…침략·사죄 뺀 담화 시사 - 2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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