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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합니까> ①단통법으로 소비자 후생 후퇴(이병태 KAIST 교수)

송고시간2015-04-22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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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합니까> ①단통법으로 소비자 후생 후퇴(이병태 KAIST 교수) - 1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정부가 휴대전화 단말기 유통 질서를 바로잡아 통신 소비자 권리를 확대하겠다며 도입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작년 10월 시행된 지 7개월째를 맞고 있다. 하지만, 통신 유통시장 개선과 단말기 및 통신비 인하 등 단통법 효과 여부를 놓고 찬반 의견이 여전히 팽팽히 맞서 있다.

이병기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단통법은 물론 모든 단말기 보조금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교수는 22일 "단말기 보조금 규제의 결과는 소비자 후생을 막대하게 후퇴시켰다"며 "가격 경쟁 환경을 조성해 시장 기능을 복원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단통법에 대한 이 교수의 반대 의견이다.

▲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 6개월, 그리고 단말기 보조금 규제의 결과는 소비자 후생의 막대한 후퇴로 나타났다.

단통법은 이전의 단말기 지원금 규제를 더 강화한 것이어서 그 효과를 단통법 시행 전과 후로 나눠보는 것은 의미가 없다. 단말기 보조금 규제가 있을 때와 없을 때는 비교해봐야 효과를 분명히 판단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최신 단말기인 갤럭시S6을 살 때 미국과 한국에서 실질적인 시장가격은 어떻게 다를까.

한국에서 갤럭시S6(32GB)의 출고가는 85만 8천 원이다. 여기에 이동통신사별로 13만∼21만1천원(최대)의 단말기 보조금이 지원되면 64만 7천∼72만8천원에 구매할 수 있다.

갤럭시S6 엣지는 97만9천원에서 12만∼21만1천원(최대)의 단말기 보조금을 빼면 76만1천∼85만9천원에 살 수 있다.

반면 미국은 메이저 이통사와 2년 약정(월 27달러 정도의 요금제)을 맺으면 보조금을 지원받아 단말기 가격이 갤럭시S6(32GB)은 199달러, 갤럭시S6 엣지는 299달러(이상 bestbuy.com 기준)가 된다.

여기에서 구형 갤럭시 기기에 대한 보상금 150달러를 빼면 실질 구매가는 갤럭시S6이 49달러, 갤럭시S6 엣지가 149달러다. 한화로 약 5만3천700원, 16만3천400원에 불과하다.

한국에선 갤럭시S6을 미국보다 12∼13.5배가량 더 비싸게 주고 사야 한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평균 15.6개월(2013년)인 점에 비춰보면 연간 35만∼51만원 정도를 외국에 비해 더 많이 지출하는 셈이다.

단말기 보조금 규제의 명분 중 하나는 과도한 단말기 보조금 경쟁을 지양하고 이를 통신료 인하 경쟁으로 이전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이통사의 수익구조 아래에서 모든 고객에게 연간 35만∼51만원의 사용료를 인하해주는 방법은 절대로 없다. 2011∼2013년 이통사 3사의 고객 1인당 영업이익은 4만2천원∼7만2천원이었다.

또 이통3사의 시설투자비를 가입 대수로 나누면 2011∼2013년 가입 대수당 투자비는 12만4천∼14만2천원으로 집계된다.

통신사들이 영업이익 전액을 포기하고 시설투자를 전면 중단한다고 해도 통신비 절감 여력은 1인당 17만5천∼19만8천원에 그친다.

단통법으로 통신비를 인하할 수 있다는 주장은 현재의 산업구조에서는 애초부터 달성할 수 없는 목표다.

결국 소비자 후생의 여력은 제조사의 보조금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단통법과 그 이전의 보조금 상한 규제는 이 가능성을 봉쇄한 것이다. 그 결과 단말기를 가장 잘 만드는 나라의 소비자가 전 세계에서 단말기를 가장 비싸게 사는 비극이 초래된 것이다.

작년 연말에 정부는 단통법 시행으로 공시지원금이 점차 상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공시지원금은 다시 축소되고 있다. 일시적인 기업의 가격정책 변경을 정책 효과인 것처럼 과장한 것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보조금 규제가 없는 다른 나라에선 최신 사양의 단말기가 2년 약정을 하면 공짜에서 20만원 안쪽 가격에 살 수 있는데 우리나라 소비자는 최대 80만원대에 구입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단통법 시행 뒤 월 4만5천원 미만의 저가요금제 가입 비중이 늘고 고가요금제 가입 비중은 크게 감소해 통신비 감소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저가요금제 가입이 실제 통신비 지출을 낮춘다는 보장은 없다. 낮은 요금제에 가입했어도 정해진 사용량을 초과하면 실제 통신비가 더 나올 수 있다.

단통법 옹호론자가 주장하는 긍정적 효과 중에는 이른바 '호갱(호구 취급을 당하는 고객)님'이 없어진 투명한 가격이 있다.

미국이나 일본을 보자. 미국의 경우 3대 이통사를 통해 2년 약정으로 가입하면 아이폰6을 모두 똑같이 199달러에 살 수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3대 이통사를 통해 사면 모두 사실상 공짜다.

애당초 보조금 규제도 없고 단통법도 없다 보니 시장 균형가격이 형성됐고 호갱님이 발생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호갱님이 발생한 이유는 기업들의 가격 경쟁인 단말기 보조금을 제한하고 그 제한선을 넘으면 불법이 되기 때문이다. 불법이기 때문에 기습적일 수밖에 없다.

단통법 아래에서는 신형 스마트폰의 구매가 위축될 수밖에 없고 신형 폰에 연관된 산업, 즉 액세서리 등의 소비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영세 통신 판매점들은 이통사의 판매 경쟁에 의한 대폭적인 리베이트와 수수료 없이는 존립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미 공급 과잉 상태인 유통점들은 매우 급속도로 폐업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보조금 규제 자체를 폐지하지 않는 한 소비자 피해와 산업적 피해를 피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단통법을 폐기해 단말기 지원금 및 가격 경쟁에 대한 규제를 풀고 이통사들의 가격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와 관행을 개선하는 등 통신가격 경쟁의 환경을 조성하는 쪽으로 개선해 시장 기능을 복원해야 한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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