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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전문사기범 꿈꾸며 과욕…택시기사 철창행

송고시간2015-04-26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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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두목과 `위챗'으로 연락하며 범행

보이스피싱 전문사기범 꿈꾸며 과욕…택시기사 철창행 - 1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김경윤 기자 = "네? 아… 그, 그게요…."

중국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의 국내 조직원 서모(38)씨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피해 여성의 돌발성 질문에 당황한 나머지 말을 더듬어버렸다.

아르바이트 제의에 속아 넘어간 이 여성이 사원 ID카드를 만드는 데 필요하다는 말에 체크카드를 넘기려고 했다가 의문을 제기한 것.

"취직할 회사가 서울에 있는데 왜 체크카드를 수원으로 보내야 하죠?"

딱히 할 말은 없었다. 수원은 사실 서씨가 사는 곳이다.

중국에 있는 두목인 일명 `사장님'이 힘겹게 착수해놓은 보이스피싱 작업을 망쳐버릴 뻔했다. 위기를 겨우 넘긴 그는 곧바로 중국 SNS인 '위챗'을 통해 상황을 보고했다.

"갑자기 뜬금없는 질문을 받으면 당황해서 더듬거리다가 사고가 날 것 같습니다."

"돌발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사기) 전화도 내가 직접 해야 할 것 같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개진했다.

서씨의 본업은 택기기사다. 지난 1월 조직에 가담한 그는 피해자들로부터 체크카드를 받아 다른 조직원들에게 전달하는 단순 전달책이다. 그럼에도 그는 매우 적극적이었다.

택시를 타고 카드를 전달하려니 기동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 그는 1천100만원짜리 오토바이를 구입하려 하기도 했다. 헬멧을 쓰고 전화를 할 요량으로 블루투스 장비도 구입했다.

과연 어떻게 했기에 사람들이 깜빡 속아 넘어갈까 궁금했던 서씨는 두목에게 "중국의 '작업장'(보이스피싱 전화를 거는 곳)에서 어떻게 전화하는지 들어보고 싶다"며 의욕도 보였다.

하지만, 서씨는 전달책에서 사기책으로 '승진'하지도 못하고 덜미를 잡혔다.

피해자들로부터 체크카드 7장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로 기소된 서씨는 법정에 서자 발뺌하기에 바빴다.

"처음에는 보이스피싱인 줄 몰랐고 체크카드를 전달하다 보니 비로소 카드들이 범죄에 쓰인 것을 알게 됐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위챗에서 두목과 나눈 대화 내용은 그가 고가 오토바이를 동원하려 할 정도로 의욕적으로 범행한 사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는 '젊은이는 취업을 미끼로, 나이 많은 사람들은 대출을 미끼로 한다'는 보이스피싱 기법도 익힌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북부지법 형사9단독 박진숙 판사는 초범인 서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박 판사는 "피고인이 위챗에서 한 대화만 보더라도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을 잘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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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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