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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세계관 때문" vs "국제정치구조 변화 때문"

송고시간2015-04-29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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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한일관계?' 주제 한일관계 진단·해법 모색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김효정 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을 불과 수 시간 앞두고 29일 오후 서울에서 한미일 전문가들이 모여 '최악의 한일관계?'라는 다소 자극적 주제를 놓고 공론을 벌였다.

아산정책연구원이 서울 용산구 하얏트호텔에서 개최한 '아산플래넘 2015' 국제관계 포럼에서 관련 전문가들이 과거사 갈등으로 악화된 한일관계에 대한 진단과 함께 해법을 모색한 것이다.

사회자로 나선 마틴 매클러 뉴욕타임스 도쿄지국장은 "한일은 미국의 중요한 우방인데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실질적 대화를 가져본 적이 없다"면서 "양국이 공동의 난제를 갖고 있음에도 함께 할 수 없는 것은 답답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고 화두를 던졌다.

아베 총리의 과거사 왜곡 시도에 반대하는 미국 역사학자들의 집단 성명을 주도했던 코네티컷 대학의 알렉시스 더든 교수는 "한일관계가 최저점을 찍은 이유는 현재 아베 총리가 21세기 다른 일본 총리들과는 전혀 다른 세계관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더든 교수는 "무라야마, 고이즈미 총리 모두 동일한 단어를 사용해 사죄했는데 아베 총리는 제대로 말을 못하고 있다"면서 "(아베 총리가) 그런 문장을 직접 말하지 못하면 정책을 그대로 이어받는 게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일본의 저명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지난주 가장 용감하고 용기있는 발언을 했다"면서 "침략자라고 한다면 사과를 계속해야 하고, 더 이상 이슈가 되지 않을 때까지 사죄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일관계 돌파구를 위해 "두 정상이 일단 만나야 한다"면서 "아베 총리가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서울을 방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니시노 준야(西野純也) 일본 게이오대 교수는 "단지 두 정상이 맞지 않아서가 아니라 국제정치 구조가 동아시아지역에서 변화됐기 때문"이라며 원인을 다른 데서 찾았다.

니시노 교수는 한일 언론사의 여론조사를 거론하며 "일본인의 75%는 미국을, 14%는 중국을 선호하는 데 비해 한국인의 49%는 미국을, 46%는 중국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미래의 중국을 한국과 일본이 각각 다른 시각을 가지고 보기 때문에 한일간에 상호 불신이 생겨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일은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정신을 돌아가야 한다"면서 "당시에서 일측에서는 진심으로 사과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그 사죄를 받아들였다"고 강조했다.

이 공동선언은 1998년 10월 8일 김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전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 후 발표한 것으로 양국 간 파트너십을 강조하고 있다.

당시 오부치 총리는 "과거 식민지 지배로 한국 국민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안겨준 데 대해 사죄한다"고 밝혔다.

니시노 교수는 "한일 두 지도자는 이제 스스로 근시안적 문제, 감정적 문제에서 벗어나 양국관계의 중요한 요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장기적 비전을 가져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박철희 서울대 일본연구소장은 "일본의 진정한 노력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일본이 '미안하다 죄송하다'로 끝나는 게 아니라 '죄송하지만'으로 말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과거 침략에 대해 후회를 언급했을 때 일본 정치인들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이중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한일을 겨냥해 "동맹국이 함께하지 못하면 문제"라면서 "더 큰 문제는 향후 더 중요한 전략적 문제, 중국의 대두에 대항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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