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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면돌파에 非盧 '부글부글'…당직자 연쇄 사의(종합2보)

송고시간2015-04-30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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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형섭 서혜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은 4·29 재보궐 선거에서의 충격적인 참패를 둘러싸고 책임론이 당내에서 분출되면서 하루종일 벌집을 쑤신 분위기를 연출했다.

문재인 대표는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정면돌파' 입장을 밝혔지만, 당내 비노(비노무현) 세력을 중심으로 책임론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면서 지도부간 고성까지 오고갔다.

특히 당직자들이 연쇄적으로 사의를 표하는 등 어수선한 모습이 계속되자 문 대표는 당직자들 만찬을 하며 만류하는 등 수습에 진땀을 쏟았다.

문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사이 비노 수장들이 각자 스피커를 키우는 등 친노(친노무현)와 비노 계파갈등이 일촉즉발로 치닫는 모습이다.

◇입장표명 후폭풍, 책임론 '봇물'…文 소통방식에도 불만 폭발 = 비노진영은 오전까지만 해도 문 대표 체제를 흔들어서는 안된다는 지도부 입장에 동조하는 듯 했다. 내부에서야 이대로 넘어갈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했지만 '적전분열'을 일으켜서는 안된다는 부담이 그만큼 컸다.

그러나 문 대표의 정면돌파 메시지가 나온 것을 계기로 후폭풍이 불어닥치며 비노진영을 중심으로 책임론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이날 문 대표가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소집한 긴급 최고위원회에서도 지도부간 고성이 오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한 의원은 문 대표의 입장표명이 지나치게 무책임하다며 "차라리 우윤근 원내대표의 발언과 서로 바꿨어야 했다"고 항의했다.

비노진영 최고위원인 주승용 의원은 이 자리에서 "지도부가 더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면서 최고위원직 사퇴까지 거론해 파문을 일으켰다. 다른 의원들의 만류가 이어졌지만, 의총후 보도자료를 통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제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 동료의원들의 견해를 더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양승조 사무총장과 이춘석 전략홍보본부장을 포함 일부 부총장 등 선거에서 중추적 역할을 했던 당직자들도 잇따라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자 문 대표는 이날 이 전략홍보 본부장과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 등 주요 당직자들과 만찬 자리를 만들어 사의를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문 대표는 "그렇게 따지면 최종적인 책임은 나에게 있다. 당직을 그만 두는 것은 결코 책임을 지는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라고 했으며, 결국 당직자들은 사의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는 취지에서 이런 얘기들이 나왔던 것"이라며 "그러나 결국 단결해서 위기를 돌파하자는 것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표가 아무 상의없이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거센 항의가 이어지는 등 문 대표의 그간 의사소통 부재 논란을 두고 최고위원들의 누적된 불만이 폭발하기도 했다.

주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아무런 얘기도 안하고, 우리가 들러리냐"면서 "해임건의안 때도 이완구 총리라는 (여권의) 앓던 이만 빼주고 사면정국으로 옮겨주지 않았나"라고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문 대표는 거취 문제와 관련이 없어 상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영식 최고위원은 "프로세스적, 정무적 관리가 안 되는 것 같다. 비선라인의 문제가 아니고 뭔가 지금 지도부 운영체계를 개선, 혁신해야 한다"며 "최고위원들도 문제인식이 많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문 대표의 입장 발표에 대해서도 "(입장발표 때) 최고위원들이 서줬어야 한다. 그리고 책임을 같이 통감한다고 했어야 한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비노진영 의원들 사이에서도 지도부 성토가 봇물 터지듯 나왔다.

노웅래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두루뭉술하게 해서는 안된다"면서 "(오전 발표처럼) 얘기해서 국민이 정신 차렸다고 보겠나"라고 꼬집었다.

비노의원 모임인 '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도 오찬을 함께 하며 이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간사인 최원식 의원은 "일단은 지켜볼 것"이라면서도 "지도부가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곳곳에서 "문 대표의 측근 '비선'이라도 물러나야 한다", "유체이탈 화법에 그쳐선 안된다"는 불만이 하루종일 당내를 휘감으며 분위기를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 "벙어리로 있어도 안돼"·"이겨야 하는 선거" 목청 높이는 비노 수장 = 문 대표의 리더십이 휘청거리는 사이 비노진영 수장들은 각자 볼륨을 키우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 7·30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임한 김한길 전 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다들 걱정이 크다"면서 "저도 고민이 깊다"고 하는 등 의미심장한 발언을 하며 여운을 남겼다.

지도부의 거취를 두고는 본인이 언급할 일이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자신이 대표 사퇴 때 얘기한 "이겨야 하는 선거에서 졌다"는 발언을 그대로 인용해 되돌려주는 모습이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에게 야권의 심장인 광주 서을을 내준 점을 두고 자성을 촉구했다.

그는 "졌으니 할 말이 없다"면서도 "국민의 뜻이 무섭다는 것을 알았으면 철저히 반성하고 어떻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모습을 당에서 보여주는 것이 좋을지 꿀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앉아 있어도 문제"라면서 앞으로 보폭을 넓힐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런 가운데 비노의 중심 인사인 안철수 의원도 문 대표와 전격 회동해 원내대표를 경선 방식이 아닌 합의 추대로 선출하자고 제안하는 등 당의 위기 속에 '구원투수'로 나섰다.

안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 선택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지도부에서 이제 고민이 깊을 것이고, 당 전체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당의 현안에 다소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안 전 대표가 모처럼 달라진 모습을 보인 것으로, 이후 역할이 서서히 커질 것으로 관측되는 대목이다.

◇ 어수선한 새정치연합에 '千의 침투'…"엎친 데 덮쳐" = 전날 텃밭인 광주에서 야당에 비수를 꽂은 천 의원이 이날 의원선서를 위해 '개선장군'처럼 국회를 찾자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한층 심란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천 의원은 기자들 앞에서 소감을 밝히고 본회의장 곳곳을 누비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 등 중진 의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지만, 야당 의원들은 떨떠름하게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우윤근 원내대표 등과만 의례적인 인사를 나눴을 뿐, 문 대표와는 아예 만나지도 않았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천 의원의 '정치세력화'에 맞서 단결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하며 견제구를 날리는 모습도 감지됐다. 실제로 천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새정치연합에서 (인재) 절반을 빼올까 싶다"는 발언을 해, 의원들 사이에서는 혹시라도 이탈 움직임이 있을지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도 감지된 터였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새정연은 60년의 역사를 가진 정당"이라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 정통성 바로잡는 도약의 계기로 만드는 것이 호남과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말했다.

박 전 원내대표도 천 의원이 30석의 후보를 내겠다고 한 것을 언급, "우리나라가 기울어진 운동장인데, 그나마 호남이 그런 점을 지탱해줬다"며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된 가운데 새정치연합은 1일 최고위원회의를 생략하기로 했다. 당에서는 노동절이어서 회의를 열지 않는다고 설명했으나, 일각에서는 언론 노출을 삼가며 전열을 정비할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로 풀이하고 있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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