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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내 '학대·방임에 멍드는 노인들' 급증

송고시간2015-05-07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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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노인학대 219건…전년보다 10%가량 증가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강원도가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을 눈앞에 둔 가운데 가족 등의 학대와 방임으로 마음마저 피멍이 드는 노인들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강원도 내 한 임시 보호소에서 거주하는 김모(74) 할머니는 매일 밤 악몽을 꾼다.

수년 전에 술 문제로 이혼한 아들(52)과 함께 살면서 밤마다 신체적·언어적 폭력과 학대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임시 보호소에 오기 전 김 할머니는 밤마다 술에 취한 아들이 '술을 사오라'며 자신에게 던지는 집안 집기와 욕설을 고스란히 몸으로 견뎌내야 했다.

아들의 폭력으로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된 김 할머니는 참다못해 경찰 등에 도움을 요청했다.

임시 보호소로 거처를 옮기고서야 김 할머니는 아들의 학대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언제 또다시 아들이 나타나 폭력을 휘두를지 몰라 여전히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수개월 전 뇌경색으로 왼쪽 마비가 와 거동이 불편한 박모(78) 할머니는 슬하에 1남 2녀의 자녀를 두고 있지만, 어버이날이 전혀 반갑지 않다.

남편과 사별한 박 할머니는 홀로 꿋꿋하게 자녀를 키워 큰아들을 대학교수로 만들었지만, 며느리와 성격차이로 거의 왕래가 없다.

가뜩이나 이혼한 막내딸은 동거남과 함께 사업을 한다는 이유로 할머니의 노후 자금이 든 통장을 마음대로 손댔다.

막내딸의 경제적·방임 학대에 시달리던 박 할머니는 둘째딸의 권고로 결국 마음이 썩 내키지는 않지만, 큰아들의 집으로 몸을 의탁할 수밖에 없었다.

이모(88) 할머니는 다른 지역에 사는 아들에 의해 수년 전 노인 병원에 입원했지만, 병원비 체납으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아들이 입원 첫해는 병원비를 부담했지만 최근 들어 병원비를 내지 않은 채 방문조차 거의 없기 때문이다.

'먹고 살기조차 버거워서 그런 것'이라고 애써 둘러대고 있지만, 이 할머니의 눈가에는 아픈 자신을 병원에 내버려둔 자녀에 대한 원망어린 눈물이 서려 있다.

7일 강원도 노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노인학대 건수는 219건(잠정 집계)이다.

이는 지난해 199건보다 10%가량 증가한 수치다. 2012년에는 187건인 점을 감안하면 2년 사이 17%가량 늘어난 셈이다.

도내 노인 학대는 초고령 사회 진입과 맞물려 해마다 증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기준 도내 인구는 154만4천442명으로 이 중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5만5천930명으로 16.6%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0% 이상인 초고령 사회 진입 시 경제력이 없는 고령자가 늘면서 노후 난민 시대가 도래하고 노인 학대·방임은 급증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추정임 강원도 노인보호전문기관 상담팀장은 "부양 의무에 대한 전통적인 가치관이 무너지면서 경제력을 상실한 노인에 대한 학대와 방임은 더 늘어날 전망"이라며 "심지어 급격한 고령화로 노인이 고령의 부모를 돌보면서 빚어지는 '노노 학대' 역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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