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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한국인의 국내여행 트렌드

송고시간2015-05-08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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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한국인의 국내여행 트렌드 - 2

(서울=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세상의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법과 제도의 변화,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특정한 사건이나 관심사가 유행을 선도하거나 트렌드를 바꾸기도 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최근 관광 트렌드 분석 및 전망’, 한국관광공사와 통계청 자료 등을 통해 한국인의 국내여행 트렌드를 7개 키워드로 정리해 본다.

◇모바일(MOBILE) =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의 보급과 관련 기술의 발달로 여행도 PC에서 스마트 기기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첨단기술 부분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률은 이미 70%를 넘었고, 태블릿PC도 노트북보다 많아졌다.

이렇듯 인터넷 접근성이 향상되면서 여행 분야에서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의 정보나 평가에 의존하는 경향이 점차 커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2013 국민여행실태조사’에 따르면 여행 선택 시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얻는 개인 여행자는 2011년 7.3%, 2012년 7.4%, 2013년 12.7%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보를 급속하게 소비하는 시대에 스마트 기기는 필수적인 여행 도구가 되고 있다.

이런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소셜 미디어의 사용 확대로 온라인을 통한 여행 관련 예약 서비스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의 품목별 ‘온라인 상품서비스 거래액’에 따르면 여행 관련 온라인 예약 서비스는 2012년 5조5천억원에서 이듬해 6조4천억원으로 15.6% 증가했다. 특히 여행 관련 서비스 거래액은 의류나 패션, 생활·자동차 용품보다 많았다. 또 우리나라 관광객은 여행지에서 80% 이상이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고 있었다. 여행자들은 현재 모바일을 통해 여행 정보를 얻고 여행 상품을 구매하고 현지를 여행하고 맛집을 찾아다니고, 다시 소셜 미디어나 앱을 통해 다른 이들에게 여행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즉 여행자 스스로가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가 됐다.

여행자의 이런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관광공사, 지방자치단체 등은 다양한 앱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대한민국 구석구석’과 ‘스마트 투어 가이드’, ‘부산투어’ 등 대표적인 공공기관 제작 여행 어플을 비롯해 다수의 숙박 예약, 맛집 소개, 트레킹과 캠핑, 지도 앱이 여행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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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SAFETY) = 지난해 세월호 참사는 여행에 대한 인식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사고 이후 지난해 5월까지 135만 명이 국내여행을 취소했고, 여행업계는 큰 손실을 입었다. 특히 여름철 섬 방문객은 제주도와 울릉도가 57%, 매물도·홍도가 60%, 서해 5도·육지도·금오도가 40% 감소했다.

사고는 교통수단 이용이나 여행 목적지 선택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펴낸 ‘안전여행 실현을 위한 국민인식 조사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들은 ‘국내 여행 시 우려되는 위험 요소’로 교통사고(52.5%)를 가장 많이 꼽았고 관광지 사고(30.2%), 레포츠 사고(11.7%) 등을 다음으로 선택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행자들은 안전한 교통수단과 숙소를 찾는 등 안전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 레포츠 참가자는 시설의 안전성에 크게 관심을 두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최근 여가와 관광 활동의 일상화·다양화, 일상 공간의 관광화가 퍼지고 활발해짐에 따라 여행 시 사고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앞으로도 안전이 여행자와 관광산업에 중요한 이슈로 부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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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OUTDOOR) = 국내 등산 인구는 1천800만 명, 캠핑 인구는 470만 명, 자전거 인구는 1천20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2000년에 2천억원에 불과했던 아웃도어 매출액은 2011년에 4조원을 돌파하더니 2012년 5조7천500억원, 2013년 6조4천억원, 지난해 6조9천억원으로 성장했다. 최근 성장세가 한풀 꺾이기는 했지만 아직도 엄청난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캠핑 인구의 증가와 함께 캠핑장은 2010년 300여 개에서 지난해엔 2천 개를 넘어섰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공 캠핑장이 440곳, 사설 캠핑장은 1천330여 곳, 해수욕장이나 계곡에 들어선 무허가 캠핑장도 250여 곳이나 된다.

주말이나 성수기에 캠핑장이나 휴양림은 예약 전쟁을 치러야 할 정도이고 이름난 산과 트레킹 코스에는 줄을 서서 다녀야 하며 자전거 도로와 명소는 동호인으로 북적인다.

아웃도어 인구의 폭발적 증가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고유가, 건강을 중요시하는 소비 행태 확산 등이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자전거 시장은 2008년 이후 2012년까지 연평균 22% 성장했고, 2013년 캠핑 시장의 규모는 6천억~8천억원으로 2008년 이후 5년 만에 시장 규모가 약 10배가량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관련 법률과 정책은 뒤처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캠핑아웃도어진흥원이 2013년 11~12월 전국 캠핑장 62곳을 조사한 결과 이용객 안전사고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곳은 65.4%, 화재 등 시설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곳은 57.7%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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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SLOW) = 세상은 빠르게 변화한다. 잠깐 한눈을 팔면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그럴수록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건조해진다. 현대인은 여유와 휴식, 위로와 공감, 치유가 필요하다. 최근 슬로시티, 슬로푸드, 슬로패션 등 ‘느림’이 주목받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느림은 음식, 패션, 공간을 넘어 이제 여유와 행복을 추구하는 여행으로까지 퍼지고 있다.

완도군 청산도를 비롯해 신안군 증도, 담양군 창평면 등 슬로시티로 지정된 마을은 느린 삶을 동경하는 이들의 관심을 끌었고, 최근엔 하동군 악양면, 남양주 조안면, 영월 김삿갓면 등에도 여행자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곳은 모두 옛 모습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거나 전통 방법으로 만든 음식을 먹으며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다.

템플스테이도 각광을 받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 맞춰 한국 전통문화의 멋을 알리기 위해 시작된 템플스테이는 현재 연간 16만여 명이 참여하는 가장 한국적인 힐링과 휴식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조용한 산사에서 하룻밤이나 이틀 밤을 지내며 명상을 하고 환경친화적인 음식을 먹는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경기 부진의 장기화, 취업난 등으로 사회가 각박해지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공감, 위로, 치유에 대한 욕구가 급증하며 느린 여행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국내여행 횟수가 늘면서 느린 여행에 대한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로컬(LOCAL) = 부산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원도심 근대역사 골목투어’ 코스를 진행하고 있다. 관광 코스는 과거와 현재를 체험할 수 있는 중구, 서구, 동구, 영도구의 근대 역사문화 자원을 찾아다니는 것이다. ‘영도다리를 건너다’, ‘용두산에 올라 부산포를 보다’, ‘이바구길을 걷다’, ‘국제시장을 기웃거리다’ 등 4개 주제로 구성돼 있으며 코스마다 2시간 정도가 걸린다. 특히 부산에서 30년 이상 거주한 어르신이 가이드로 나서는 것이 인상적이다.

여행자들은 흔히 아름다운 자연, 문화재나 사찰 등 유명한 장소를 중심으로 여행을 한다. 하지만 최근 여행의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 여행자들은 이제 지역의 골목길이나 시장, 숨겨진 매력을 찾아다니고 있다. 여행 횟수가 증가하면서 획일화된 여행에서 벗어나 좀 더 다양한 삶과 문화를 체험하고 싶어 하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나이든 사람들이 주로 찾던 서울 동묘 벼룩시장이 최근에 젊은이나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각광받고 통영 동피랑마을, 부산 감천문화마을, 태백 상장동, 동해 논골담길 등 과거 허름한 산동네는 화사한 벽화가 그려지고 예술 작품이 들어서며 지역 명소로 부상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이런 시류에 발맞춰 속속 벽화마을을 조성하고, 재래시장을 여행자들이 찾을 만한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속초 청호동의 아바이마을 골목길 벽화, 전주 자만벽화마을, 창원 꼬부랑길 벽화마을 등 오래된 골목이나 산동네를 거닐며 주민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곳이 생겨나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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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여행(DIY) =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말 발표한 ‘해외여행 트렌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개별자유여행(40.4%)과 숙소와 항공권만 정해진 에어텔 여행(12.5%)이 패키지여행(37.5%)을 크게 앞섰다. 이런 현상은 국내도 마찬가지다. 패키지여행은 약 30%를 차지하고, 개별자유여행은 9%, 나머지는 가족단위의 소규모 그룹 형태의 여행으로 조사됐다.

개별자유여행은 자신이 원하는 일정으로 자유롭게 여행을 즐기는 방법이다. 스스로 여행을 계획하는 추세는 특히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젊은 세대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이렇게 여행자가 계획을 짜고 교통편과 숙소를 예약하는 ‘스스로 여행’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끄는 것은 웹사이트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여행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저비용항공(LCC)과 열차패스인 ‘내일로’, 고속버스 패스인 ‘EBL(Express Bus Lines) 패스’가 등장했으며 게스트하우스 등 값싼 숙박시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내일로는 만 18∼24세의 젊은 여행자가 여름과 겨울에 열차 여행을 할 수 있는 패스로 1주일 동안 KTX, 수도권 전철을 제외한 열차에 마음껏 타고 내릴 수 있다. 내일로는 출시 첫해인 2007년에 8천여 장이 팔린 데 이어 2008년 1만3천여 장, 2009년 2만4천여 장, 2010년 5만8천여 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높은 인기를 끌었다. 코레일은 2011년 구매자의 연령 제한이 없고 혼자서 이용하는 ‘하나로’ 패스와 둘이 함께 열차를 탈 수 있는 ‘다소니’ 패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또 EBL 패스는 국내 고속버스 사업체가 연합해 만든 것으로 전 연령층이 주중 고속버스를 자유롭게 승하차하며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상품이다. 이 패스는 모두 야간에 이용할 수 있어 특히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이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렇게 이동 수단이 더욱 편리해지고 값싼 숙소가 늘어남에 따라 젊은 층 중심의 스스로 여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뉴 시니어(NEW SENIOR) = ‘뉴 시니어’(New Senior)는 최근 정년을 맞은 전후 베이비붐 세대를 말한다. 문화적·경제적으로 급속히 발전한 1960~1970년대에 유년기나 청년기를 보낸 이들로 여유 있는 자산을 기반으로 한 적극적인 소비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이들은 젊은이 못지않은 건강과 과거에 경험한 문화와 정서에 대한 향수를 바탕으로 여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통계청의 ‘2014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13년 주말이나 휴일의 여가 활용 방법으로 베이비부머 계층은 65세 이상의 고령자에 비해 여행, 스포츠, 문화, 자기계발 활동 등을 훨씬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또 젊은 세대의 여행 형태인 배낭여행, 옛 향수를 찾는 추억여행, 그리고 특정한 주제를 따라 가는 테마여행에 나서고 있다. 특히 토종식물, 전통시장, 박물관, 역사 인물 탐방, 생태 탐방 등 주제를 찾아다니는 여행이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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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k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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