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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인 청주노인병원, '폐업' 권한 수탁자에게 있나

송고시간2015-05-10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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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탁자 명의로 병원 개설…폐업 결정권 있어운영자 2차 공모 실패하면 근로자 실직 불가피

청주노인병원 운영자 위탁 포기
청주노인병원 운영자 위탁 포기

(청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노사갈등으로 파행을 겪고 있는 청주노인병원 한수환 원장이 위탁운영 포기서를 제출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사진은 청주시 서원구 청주시노인병원 모습. 2015.3.19
vodcast@yna.co.kr

(청주=연합뉴스) 박재천 기자 = 청주시노인전문병원 민간위탁 운영자가 다음 달 10일을 이 병원 폐업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가운데 일각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청주시 소유인 노인전문병원을 어떻게 수탁자가 폐업을 거론하느냐는 것이다.

한수환 노인전문병원장은 지난 6일 "다음 수탁자가 나올 때까지 병원을 유지하려 노력했지만, 의사와 간호사가 부족해 환자 안전을 책임질 수 없고 매달 8천100만원의 적자가 발생하면서 채무가 늘어나 더는 병원을 운영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12년 1월부터 운영한 시노인전문병원을 다음 달 10일 자로 폐업하고 의료기관 개설 허가증을 시에 반납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한 원장의 말 속에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의문에 대한 답이 들어 있다.

10일 시에 따르면 의사, 의료법인, 지방자치단체 등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지만, 시노인전문병원은 시와 위·수탁 협약을 한 씨엔씨재활요양병원 측 한 원장 명의로 개설 허가가 났다.

따라서 의료업을 폐업 결정할 자격도 한 원장에게 있다.

그렇다면 협약서에 따라 위탁 기한인 오는 12월까지 노인전문병원을 계속 맡아 운영하라고 시가 한 원장에게 요구할 수 있지 않으냐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협약서는 중대한 사유가 발생했을 때 시가 수탁자에게 3개월 전에 위탁 해지를 통보할 수 있도록 했다.

수탁자의 수탁 해지 요청을 금지하는 내용은 담아 있지 않다.

한 원장은 지난 3월 수탁 포기서를 시에 제출했다. 폐업 3개월 전에 수탁 해지 통보를 한 셈이다.

시청 안팎에서는 "적자 심화와 의료인력 공백을 폐업 이유로 들었는데 현실적으로 제지할 방법이 없지 않으냐"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물론 한 원장이 언급한 폐업은 본인이 병원 운영에서 손을 떼겠다는 것이어서 임시 성격이지 노인전문병원이 영구 폐쇄된다는 것은 아니다.

이런 가운데 노조원 66명을 비롯한 노인전문병원 근로자들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고용주인 한 원장은 지난 4일 '폐업으로 인한 해고 예고'를 직원들에게 우편으로 통지했다.

청주시의 노인전문병원 민간위탁 운영자 2차 공개모집 결과와 관계없이 내달 10일이면 병원문을 닫을 뜻임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2차 공모 신청서 접수일인 오는 21일 응모자가 나타나고, 이 응모자가 26일 적격 심사를 통과해 새 수탁자로 결정되면 이 병원 근로자들은 전원 계속해서 일할 수 있다.

응모 조건 중 하나가 현 근로자의 고용 승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차 공모가 무산되고 한 원장도 예정대로 내달 10일 시청에 의료업 폐업 신고를 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근로자들도 실직자 신분을 면하기 어렵게 된다.

청주고용노동지청의 한 관계자는 "사업장이 폐업되면 근로를 제공할 장소가 없고 의무도 사라진다. 사업장이 실질적으로 사라지는 것이어서 구제할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노인전문병원 노조와 지역 노동계는 "시가 관선이사를 파견해 노인전문병원을 정상화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미 환자 보호를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폐업한다고 병원에서 호락호락 물러나지 않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일각에서는 시가 노인전문병원 위탁운영자 자격을 지역에서 전국으로 확대하는 내용으로 조례 개정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 노조가 새 수탁자가 나타날 때까지 지역 노동계와 함께 투쟁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노조원들의 고용 승계를 염두에 둔 대응이다.

시는 노조가 정년 문제 등을 양보하면 2차 공모가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강경 일변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인전문병원 측이 환자와 환자 보호자를 대상으로 다른 요양병원으로의 전원을 유도하는 가운데 임시 폐업을 앞두고도 대화의 여지가 없어 보이는 이 병원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청주시가 2009년 서원구 장성동에 156억원을 들여 세운 노인전문병원에서는 근로제도 변경 등을 둘러싸고 작년부터 극심한 노사 분규가 빚어졌다.

jc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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