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쇄 푼 일본 자위대, 남중국해서 중국 대항전선 구축하나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이 자위대 활동의 지리적 제약을 없애는 가운데 남중국해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일본 해상자위대와 필리핀 해군이 12일 실시한 연합 훈련은 동중국해에서 남중국해로 이어지는 반(反) 중국 전선을 형성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일본 해상자위대 관계자는 1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훈련이 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행동기준(CUES, Code for Unplanned Encounters at Sea)을 활용한 훈련으로서는 처음이지만 양국 간의 공동 훈련은 이전부터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미국과 일본이 18년 만에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개정해 미·일 동맹을 지리적으로 제약하지 않고 자위대가 미군 외의 타국 군을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한 직후라서 훈련이 예사롭게 여겨지지 않는 분위기다.

훈련이 중국과 필리핀이 영유권을 다투는 남중국해의 스카보러 섬(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에서 그리 멀지 않은 수역에서 이뤄지는 점은 중국의 심기를 자극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일본은 중국과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 중인 베트남과도 방위협력을 거듭하고 있다.

해상자위대는 지난달 비행간부후보생 훈련 차 호위함 2척을 베트남 다낭에 파견했으며 이달 14일에는 일본과 베트남이 수색·구조 연합 훈련을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베트남에 순시선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일련의 행보는 중국을 포위해 영유권 분쟁에서 유리한 구도를 만들겠다는 일본의 전략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즉 동중국해의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에서부터 베트남, 필리핀이 중국과 다투는 남중국해를 잇는 공동 전선을 만든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자위대의 활동 반경 확대에 필요한 안보관련 법안 제·개정안을 이달 15일께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들 입법은 공동전선 구축을 물리적으로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아베 정권은 필리핀과 상호 주둔군 지위협정을 체결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으며 이런 구상이 실현되면 남중국해에서 자위대의 존재가 더욱 부각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이 밖에도 정부개발원조(ODA)를 활용해 동남아 지역의 군 인력을 육성하는 등 여러모로 군사 협력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 (취재보조 이와이 리나 통신원)

sewonle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15/05/12 17:09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