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실종아동의 날> ②"딸 실종 21년…아직 희망 안 버려"

송고시간2015-05-24 10:10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부모 자식 생이별한 경우 어떻게든 만나게 해줘야"실종아동찾기협회 서기원 대표 인터뷰

지난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9회 실종아동의 날 행사에서 경희순씨가 실종된 딸 정경진 씨의 사진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9회 실종아동의 날 행사에서 경희순씨가 실종된 딸 정경진 씨의 사진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놀이터에서 놀던 희영이가 갑자기 사라진 지도 벌써 21년이 지났네요. 시간이 꽤 흘렀지만 저는 아직도 그날이 생생합니다.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 모두가 이런 마음으로 살 겁니다."

21년 전 딸이 사라진 그날을 떠올리던 서기원(53) 씨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그땐 딸을 찾는 일이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다"면서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1994년 4월 27일 오후 전북 남원시 향교동 집 앞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함께 놀던 모습을 마지막으로 딸은 종적을 감췄다.

당시 열 살이던 딸은 올해로 서른한 살이 됐다.

"'희영이가 집에 오지 않는다'는 전화를 받고 불길한 생각에 뛰쳐나와 딸의 친구 집과 학교, 역전 등 가볼 만한 곳은 밤새 다 뒤졌습니다. 경찰서, 방송국을 찾아가 도움도 청했지만 끝내 딸의 흔적은 찾지 못했습니다."

서씨는 이후 친척·지인 등과 함께 전단을 만들어 전국을 수소문했고, 같은 처지의 부모들을 만나 도움을 주고받으며 정보를 교환했다.

그러다 부모들이 서로 힘을 보태자며 1995년 실종아동 가족 모임을 만들었고, 이것이 실종아동찾기협회의 모태가 됐다.

서씨는 2008년부터 이 협회의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실종아동 부모들이 경찰, 복지부, 실종전문기관 등 여러 기관으로부터 도움을 받았고 이에 대해 감사해 하고 있다"면서도 "기대가 컸던 만큼 미숙한 대응, 관료주의, 미비한 법제도 등으로 실망했던 순간도 적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9회 실종아동의 날 행사에서 박정문 씨가 실종된 아들 박진영 씨의 사진을 어루만지며 오열하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9회 실종아동의 날 행사에서 박정문 씨가 실종된 아들 박진영 씨의 사진을 어루만지며 오열하고 있다.

그는 협회가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2005년 관련 법 제정 당시의 경험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2005년 제정된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실종아동법)은 실종아동을 '실종신고 당시 만 14세 미만 아동'으로 정의했다.

이는 많은 실종아동이 법적인 실종아동의 지위를 박탈당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열 살 때 실종된 희영양의 경우도 실종 11년이 지난 2005년에는 경찰에 실종신고 기록이 남아있지 않고 파기돼 실종신고를 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길이 없었다. 다시 신고를 하자니 2005년 기준 희영양의 나이가 21세가 돼 당시 법상 '실종아동'에 해당하지 않았다.

서씨는 "당시 어린이재단이 보관하고 있던 2000∼2005년 실종신고 기록에 이름을 올린 아동 58명을 제외하고는 이전까지 모든 실종아동의 상태가 '가출'로 처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며 "세 살에 사라진 아이나 7개월 때 유괴된 아이들이 모두 가출로 처리된 상황에 부모들 사이에서 이게 과연 누구를 위한 법이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가출 사건은 경찰이 더는 수사하지 않기 때문에, 2005년 법 제정으로 아이 찾기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희망을 걸었던 부모들은 아픈 가슴을 또 한 번 찧어야 했다.

서씨는 "이때부터 당사자인 부모들이 힘을 합쳐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힘을 모아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게 됐다"며 "부모들이 눈물로 하나하나 법을 개정해 갔다"고 말했다.

실종아동법 1조에 있던 해당 조항은 실종부모들의 요구 등으로 2011년 8월에 '실종당시 14세 미만 아동'으로 개정됐고, 2013년에는 해당 나이가 국제기준인 '18세 미만 아동'으로 확대됐다.

협회는 실종아동법이 제정되면서 보건복지부가 관련 업무를 위탁한 실종아동전문기관과도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따로 예산은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회비로 모인 연 1천여만원을 제외하면 협회는 대부분 서씨의 자비와 서씨 지인의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세계 실종아동의 날을 닷새 앞둔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을 찾은 시민이 실종아동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희망메세지가 적인 대형 현수막을 살펴보고 있다.

세계 실종아동의 날을 닷새 앞둔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을 찾은 시민이 실종아동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희망메세지가 적인 대형 현수막을 살펴보고 있다.

서씨는 "부모들이 나름대로 할 일이 있는데 언제까지 적은 회비와 사비로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복지부에서 내년에는 예산이 나올 걸로 믿었는데 여의치 않은 모양"이라며 걱정했다.

협회는 실종아동의 옛 사진을 바탕으로 현재의 추정되는 얼굴을 의학·과학적으로 복원해 포스터에 넣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실종 관련 기관의 도움을 받아 10여명에 대한 추정 사진을 받았고 앞으로 협회 차원에서 인력을 길러낼 계획이지만 예산 확보가 관건인 상황이다.

잃어버린 아이들의 사진이나 사연을 될 수 있는 한 많이 노출하려고 신문과 인터넷 방송을 만들었지만 이 역시 운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그러나 이따금 들려오는 재회 소식에 서씨를 비롯한 실종아동 부모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10개월 전 서울에서 잃어버렸던 아이가 경기도의 한 시설에서 보호받고 있다가 DNA 검사를 통해 찾아 부모의 품으로 돌아갔다.

20여 년 전 전주역에서 실종됐던 아동은 전주의 한 시설과 입양기관을 거쳐 미국으로 입양 간 사실이 밝혀져 현재 미국에 사는 당사자에게 친부모가 만날 의사가 있는지를 확인중이다.

이런 성과는 지난해 경찰이 '장기 실종자 추적팀'을 신설, 각종 기록과 DNA 정보를 활용해 수사하면서 속도가 나고 있다고 서씨는 소개했다.

그러면서도 실종된 뒤 해외로 입양 보내진 아이, 시설에 입소 한 뒤 호적을 새로 만들어 독립가구로 구성된 아이 등에 대해서도 DNA를 수집해 부모를 만날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제도적 미비점을 지적했다.

그는 "얼마 전에는 한국전쟁 때 피란하다 손을 놓쳐 부모를 잃어버렸는데 찾을 방법이 없겠느냐는 영화 같은 문의전화도 받았다"면서 "어떤 이유에서건 부모 자식 간 생이별한 이런 경우까지도 가족을 만나게 해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dkkim@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