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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양심적 역사가들의 성명에 아베가 답할 차례다

송고시간2015-05-2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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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제연행된 위안부의 존재는 그간의 많은 사료와 연구에 의해 실증돼 왔다.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실로부터 눈을 돌리는 무책임한 태도를 일부 정치가나 미디어가 계속한다면 일본은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을 국제적으로 홍보하는 것과 같다." 일본의 16개 역사 관련 단체가 25일 발표한 '위안부 문제에 관한 일본 역사학회·역사교육자단체의 성명' 내용이다. 성명은 "강제연행은 단지 강제로 끌려간 사례뿐 아니라 본인의 의사에 반해 연행된 한반도 등의 사례도 포함해야 한다"면서 "근년의 역사연구는 동원된 여성들이 인권을 유린당한 성노예 상태에 놓인 것을 분명히 하고 있고, 위안부 제도와 식민지배 차별구조와의 관련성도 지적하고 있다"며 위안부 동원이 식민지 조선에 대한 제국주의 일본의 수탈 과정 일부였음을 분명히 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그릇된 역사인식을 비판하는 전 세계 역사학자의 수가 500명에 육박할 정도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일본 국내 역사학자들이 대거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자국 정부의 왜곡된 시각을 비판하고 나선 것은 마치 용기있는 지식인들의 양심선언처럼 보일 정도다.

지난해 8월 아사히 신문은 '제주도에서 여성을 납치해 군위안부로 삼았다'고 증언한 요시다 세이지 씨의 주장에 입각한 1990년대 초반의 보도가 검증결과 오보였다고 20여년 만에 인정했다. 그러자 아베 정권과 일본 우익은 당시 아사히 보도로 일본이 위안부를 강제 동원한 나라라는 오명을 썼고 그로 인해 위안부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가 나오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매국노' 등의 원색적 용어를 동원해 '아사히 죽이기'에 나섰다. 심지어 위안부 문제를 보도한 아사히 기자들에 대한 살해 협박까지 했다. 그러자 일본 역사학연구회가 아사히의 오보 인정에도 불구하고 일본군이 군위안부 강제 연행에 깊이 관여하고 실행한 것은 '흔들림없는 사실'이라는 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일본 16개 역사관련 단체의 이날 성명은 바로 그 연장선에 있다. 이 학자들은 역사학연구회의 성명이 나온 뒤부터 지금까지 6개월여동안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자신들의 연구 결과들을 다시 검토하고 종합해 이 성명을 발표하게 됐다고 한다.

미국 역사학자들의 성명을 주도했던 미국 코네티컷 대학의 알렉시스 더든 교수는 "역사는 편한 대로 취사선택해 기억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아베 총리는 국내 반대파들로부터 침략이나 사죄 등의 표현을 요구받을 때마다 "역사의 평가는 역사가들에게 맡겨야 한다"고 말해왔다. 바로 그 역사가들이 아베 총리에게 "역사적 사실에서 눈을 돌리는 무책임한 태도를 버리라"고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역사를 보거나 그런 방향으로 역사를 수정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오는 8월 15일을 전후해 발표될 아베 총리의 70주년 담화는 향후 한일 관계를 결정할 중요한 분수령이다. 아베 총리는 계속 과거사 왜곡을 일삼으며 한일 관계를 파탄으로 가져갈지, 과거사를 깨끗이 사죄하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갈지를 결정해야 한다. 우리는 아베 총리가 국내외 역사가들의 용기 있고 양심적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아베 총리는 최근 국회 당수 토론에서도 인정했듯 포츠담 선언(일본의 2차대전 책임을 명시하고 전후 질서를 규정한 선언)조차 주의 깊게 읽지 않은 정치가일 뿐이다. 그래서 그는 객관적인 사실에 바탕해 평가를 내리는 역사학자들에게 역사적 평가를 맡겨야 한다고 말했을 것이다. 이런 역사학자들의 성명에 이제 아베 총리가 분명한 답을 해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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