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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이슈> 2차 수명 연장이냐, 폐로냐, 기로에 선 고리 1호기

송고시간2015-05-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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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안전성·경제성 있으면 계속 운전"…반핵단체·주민 "재연장 안돼"

고리원전
고리원전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정부는 1977년에 만들어져 2007년 6월 18일 설계수명 30년이 끝난 고리 1호기의 운영허가 기간을 2017년까지 10년 연장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고리 1호기는 설계수명을 넘어 38년째 가동하고 있다.

1차 연장 기간 종료를 2년 앞두고 한국수력원자력은 2차 연장을 추진하고 나섰고, 환경단체와 지역주민들은 폐로를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20여일 후면 고리 1호기가 더 가동될지, 폐로될지 판가름날 전망이다.

◇ 한수원 "안전 문제 없으면 계속 운전이 국가적으로 이익"

고리 1호기의 운영허가기간을 2017년부터 2027년까지 10년 더 연장하려면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오는 6월 18일까지 계속운전 신청서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한수원은 "고리 1호기의 안전성이 확보되고 경제성이 있으면 계속운전을 추진한다는 것이 회사의 기본 방향이다"라고 밝혔다.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면 원전을 계속 운전하는 것이 국가경제적으로 이익이라며 주민 수용성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2차 계속운전 신청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리원전
고리원전

한수원은 고리 1호기 2차 계속운전을 위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할 안전성평가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마련 중인 제7차 전력수급계획 내용도 주목받고 있다.

2년마다 수립하는 전력수급계획을 보면 고리 1호기 계속가동을 전제로 한 것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한수원과 협의해 고리1호기 계속운전 재연장 신청 마감일인 6월 18일 이전까지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구체적인 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 환경단체·주민·지자체 "더는 연장 안 돼…전방위 압박"

환경단체와 고리원전 주변 주민들은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 설계수명이 지나 노후한 고리 1호기는 반드시 폐쇄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부산지역 59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반핵대책위)는 재연장 신청 마감일인 6월 18일을 '고리 1호기 폐쇄 D-데이'로 정했다.

울산지역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6월 13일 해운대에서 대규모 거리행진을 계획하는 등 시민을 상대로 대대적인 수명연장 반대운동을 벌이면서 한수원이 추가 운영 신청서를 제출하지 못하도록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최수영 반핵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는 "현재 가장 오래되고 낡은 핵발전소인 고리 1호기를 폐쇄하는 방법은 정부의 '7차 전력수급계획'에서 배제하거나 6월 한수원이 수명 재연장 신청을 하지 않는 두가지"라며 "두가지 모두 실현될 수 있도록 시민의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와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도 고리 1호기 수명 2차 연장을 반대하고 나섰다.

고리원전 1호기 폐쇄하라
고리원전 1호기 폐쇄하라

부산·울산시장은 고리 1호기 폐쇄를 선거공약으로 내걸고 환경단체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고리 1호기는 설계수명을 다해 한차례 연장을 했고 2017년 6월까지는 운전이 종료돼야 한다"며 "지금 안전하다고 해서 7∼8년 후에도 안전할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 시장은 시민단체에 울산시장과 협의해서 고리 1호기 폐쇄를 요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부산시의회 원전특별위원회(위원장 강성태 의원)도 "설계 수명을 다한 고리 1호기의 재연장은 절대 안 된다는 것이 부산시민의 뜻이다"며 고리 1호기 수명 재연장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도 거리로 나가서 설계수명이 다한 고리 1호기를 폐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07년 고리 1호기 계속운전을 결정할 때와는 확 달라진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 설계수명 넘겨도 안전?…한수원 "외국선 대부분 계속 운전"

부산시 기장군에 있는 고리 1호기는 설비용량 58만7천㎾의 경수로형 원전이다.

설계수명 30년을 근거로 한 운영허가 기간이 2007년 6월 18일에 만료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당시 한수원이 제출한 고리 1호기 안전성 평가서를 검토해 2017년 6월 18일까지 운영허가 기간을 연장했다.

한수원은 "설계수명은 원전 설계 때 설정한 기간으로 원전의 안전성과 성능기준을 만족하면서 운전 가능한 최소한의 운영허가 기간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생물에 사용하는 '수명'이라는 용어를 기계에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게 한수원의 논리다.

한수원은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원전 435기 가운데 204기(46.9%)가 30년 이상 운전되고 있으며, 51기(11.7%)가 40년 이상 운전 중이라고 밝혔다.

고리1호기 폐쇄 촉구하는 부산범시민운동본부
고리1호기 폐쇄 촉구하는 부산범시민운동본부

151기는 계속운전 승인을 받았고, 이 가운데 83기(미국 27기, 러시아 18기, 캐나다, 9기, 영구 5기, 인도 4기 등)가 계속운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에서 설계수명이 만료된 122기 가운데 7기(6%)만 폐로했고, 나머지는 계속운전을 선택했다고 한수원은 강조했다.

◇ 재연장 vs 폐로 어느 쪽이 더 경제성 있나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가 내놓은 고리 1호기 경제성 분석결과도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고리 1호기가 2007년 7월부터 2017년 6월까지 1차 수명연장을 하면서 사후처리비용 상승, 이용률 저하, 판매단가 하락 등으로 3천397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2천368억원의 순이익이 발생한다는 한수원의 2007년 분석과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에 무려 5천765억원의 차이가 난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해운대기장을)은 "한수원이 수명연장에 급급해 계속 운전에 유리한 방향으로 경제성 분석을 엉터리로 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 측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속조치를 위한 안전성 보강 설비 투자비가 발생했고, 2012년 원전사후처리비용 재산정으로 해체비용이 3천251억원에서 6천33억원으로 증가하는 등 추가비용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고리1호기를 2027년까지 가동하는 것이 2017년까지만 가동하고 폐로하는 것보다 2천505억원(이용률 80%)에서 최고 3천267억 원(이용률 85%)의 경제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수원은 "1차 연장을 할 때 원전장비 교체와 안전시설 보강에 큰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에 1차보다 2차에서 경제성이 높게 나온다"며 "이는 원전을 가동하는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한수원은 "고리 1호기가 생산하는 전기는 부산시 전체 가정용 전력을 모두 공급하고도 남는다"며 "고리 1호기를 폐쇄하고 화력발전으로 대체하면 연간 890억원이 더 소요된다"고 덧붙였다.

'부산 시민의 힘으로 고리1호기 폐쇄하자'
'부산 시민의 힘으로 고리1호기 폐쇄하자'

그러나 시민단체와 주민 등은 "수명 재연장 문제는 경제성으로 따질 게 아니다"며 "시민안전을 위협하는 노후 원전은 반드시 폐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폐로한다면 절차와 방법은

한수원이 6월 18일까지 2차 계속운전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고리 1호기는 2017년 폐로가 확정된다.

한수원이 계속운전을 위해 21개 분야 계속운전 안전성 평가서를 제출하더라도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고리 1호기에 대한 안전성 평가 검증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마찬가지로 폐로를 위한 준비절차가 시작된다.

원전해체가 결정되면 한수원은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영구정지를 위한 운영변경허가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신청하게 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대규모 원전을 해체한 사례가 없다.

원전 해체는 원자력시설 사용 종료 후 해당 부지를 더 이상 방사능 방어가 필요하지 않고 무제한 재사용 가능한 상태로 회복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해체 방법에는 즉시 철거, 장기안전보관, 매립 등이 있다.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원전 폐로의 비용을 예측하기 어렵고 외국 기술과 경험을 활용하더라도 많은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원전 해체 관련 기술과 경험을 쌓는 노력이 필요하며 관련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진영 부산시의원은 "고리 1호기 외에 2호기 3호기 등 노후 원전이 줄줄이 수명 만료를 맞이하게 된다"며 "원전 해체와 관련한 기술을 개발하고 원전 국가들의 원전 해체 사례들을 충분히 고려해 한국형 원전 해체 정책 방향을 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수원은 "원전해체가 최종 결정된다면 원자로를 영구 정지한 뒤 주민의견을 수렴해 원전해체 계획서를 작성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해체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c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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