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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는 숨기고 의료진은 신고 늦고'…속타는 보건당국

송고시간2015-05-28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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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 감염 의심자, 의료진의 비협조로 보건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초기 역학조사 과정에서 위험지역인 중동지역 방문 동선이나 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감염의심자를 진찰한 사실을 뒤늦게 신고해 초동 방역조처에 심각한 차질을 빚어서다.

28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국내 첫 메르스 환자로 확인된 A(68)씨는 단지 바레인을 다녀왔다고만 했을 뿐이다. 구체적으로 중동지역 어디에 머물며 그곳에서 무엇을 했고, 어느 지역을 돌아다녔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보건당국은 다른 루트를 통해 A씨의 중동지역 내 동선을 알아내느라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만 했다.

첫 번째 환자 A씨가 입원했던 ⓑ병원에서 2인실 병실을 함께 썼던 세 번째 환자 C(76)씨의 가족도 보건당국의 속을 태웠다.

C씨를 병문안하면서 같은 병실에 있던 첫 번째 환자 A씨와 밀접하게 접촉한 C씨의 딸이자 네 번째 환자인 D씨(46. 여성)와 아들인 K(44)씨가 대표적이다.

D씨와 K씨는 5월 16일 아버지 C씨를 찾았다. 이 과정에서 A씨와 C씨가 입원한 병실에 4시간가량 머물렀다. 하지만, D씨와 K씨는 초기 역학조사에서 이런 사실을 보건당국에 알리지 않았다.

D씨는 아버지 C씨와 같은 병실에 있었던 첫 번째 환자 A씨가 20일 메르스 첫 환자로 확진되고, 이어 아버지 C씨마저 세 번째 환자로 확인되자, 21일 질병관리본부에 자신도 메르스 검사와 격리치료를 요구하다 발열증상이 없어 거절당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남동생인 K씨가 19일부터 고열 증세를 보였는데도 자신과 K씨가 아버지 C씨를 병문안한 사실을 사실대로 밝히지 않았다.

K씨도 마찬가지였다. K씨는 37.7도의 고열로 22일 의료기관을 찾았다. 하지만, 자신이 첫 번째 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사실과 가족 중에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진료의사에게 밝히지 않았다. K씨는 계속 고열 증세로 고생하다 25일 자신의 부인을 데리고 두 번째로 응급실을 찾아 진료받으면서 자신의 아버지가 메르스로 확진된 사실을 진료의사에게 밝혔다. 이에 따라 담당 진료의사는 K씨에게 중국출장을 가지 말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K씨를 진료의사의 권유를 받아들이지 않고 26일 중국출장을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K씨를 진료한 해당 의료기관도 늑장 신고로 보건당국을 괴롭혔다.

K씨가 역학적으로 메르스와 관련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K씨가 진료받은 25일 당일에 즉시 보건당국에 신고하지 않다가 이틀이나 지난 27일에야 뒤늦게 신고했다. 이미 K씨가 중국 출장을 떠난 뒤였다.

현재 감염병 감시체계에서 보건당국은 사법권이 없기에 조사받는 의심자의 진술이나 의료진의 신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환자 자신과 의료진의 성실한 신고가 중요한 이유다.

'환자는 숨기고 의료진은 신고 늦고'…속타는 보건당국 - 2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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