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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고발하고 기소되고…추락한 미주대륙 'FIFA 귀족들'

송고시간2015-05-28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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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녹음하며 첩보원 노릇" 고발자 블레이저도 뇌물 10% 받은 'Mr.10%'1천만달러 챙긴 의혹 잭 워너, 제프리 웹 등 중남미 축구 실세들 낙마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강건택 기자 = 미국 사법당국의 국제축구연맹(FIFA) 부패 수사로 미주 대륙의 '축구 귀족'들이 줄줄이 추락했다.

스위스 취리히 호텔에서 체포된 후 첫 밤을 구치소에서 보낸 이들 FIFA 간부 중 일부는 미국으로 신병이 넘어가는데 반대하고 있다. 이들과 돈잔치를 벌인 미국 축구 행정가는 처벌수위를 낮추려고 내부고발자로 변신, 결정적 수사단서를 제공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은 미국 검찰이 제기한 공소 사실의 상당 부분이 미국 축구 행정가 척 블레이저(70)의 입에서 나왔다고 보도했다.

블레이저는 1997년부터 2013년까지 내리 17년간 FIFA 집행위원을 지냈다.

FIFA 집행위원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과 함께 국제 스포츠계의 최고 권력자로 꼽힌다. 집행위원 25명은 월드컵 본선을 포함해 FIFA가 주최하는 대회의 개최지, 운영방식을 결정할 뿐만 아니라 각종 정책을 좌지우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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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저는 집행위원 중에서 별나게 뇌물, 향응을 즐겨 유명했다. 청탁·중개 금액의 10%씩을 떼어가는 버릇 탓에 '미스터 텐프로'(Mr.10%)라는 별명도 붙었다.

그는 2010년 월드컵 본선 개최지를 선정하는 2004년 투표를 앞두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집행위원들을 매수해달라며 건넨 뇌물 1천만 달러를 전달하며 100만 달러를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 사무총장을 지내면서도 연맹 예산의 10%를 떼어갔다. 그가 1996년부터 2011년까지 연맹에서 빼돌린 돈은 2천60만 달러(약 228억원)에 달했다.

그는 자신의 유령회사에 저축한 범죄수익을 천만장자처럼 쓰고 다녔다. 애완용 고양이들을 위해 고급 아파트까지 장만할 정도였다.

블레이저의 호화생활은 2011년 탈세 혐의가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포착되면서 끝났다. 그는 수사에 협조하면 형량을 낮춰주겠다는 FBI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블레이저는 2012년 런던 올림픽 기간에 열린 FIFA 고위 임원들의 회의를 녹음해 FBI에 전달하는 첩보원 역할까지 했다. 현재 그는 대장암과 투병하며 초라하게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 비리 혐의로 기소된 14명 중 9명은 미주 대륙의 축구행정가이고, 5명은 이들에게 뇌물을 건네거나 전달을 약속한 혐의를 받는 스포츠 마케팅 업자들이다.

남아공 월드컵 유치과정에서 1천만달러 이상을 수수해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까지 받고 있는 '몸통' 잭 워너(72)는 트리니다드토바고 출신으로 지난 1983년부터 30년 가까이 FIFA 부회장을 지내다 뇌물 사건에 연루돼 2011년 사임했다.

당시 "선물을 주고받는 것은 FIFA 문화의 일부"라고 항변한 워너는 CONCACAF 회장직을 내놓고 고국에서 국가안보장관으로 임명됐다.

케이맨 제도 출신의 금융업자 제프리 웹(50)은 워너로부터 FIFA 부회장과 CONCACAF 회장직을 물려받은 실세다.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이 그를 차기 회장 후보로 꼽을 만큼 총애했고, 역설적이게도 FIFA 투명성준수위원회를 이끌었다.

코스타리카 축구협회장인 에두아르도 리(56)는 29일 FIFA이 새 집행위원으로 선출됐으나 전격 체포됐다. 중국계인 리는 작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자국이 8강 신화를 쓴 덕분에 '2014년 코스타리카 올해의 인물'로 뽑혔다.

축구선수 출신인 주제 마리아 마린(83)은 상파울루 주지사와 브라질 축구협회장을 지냈다. 역시 축구선수 출신인 에우헤니오 피게레도(83)는 우루과이 축구협회장과 남미축구연맹(CONMEBOL) 회장을 역임했다.

파라과이 태생으로 CONMEBOL 회장과 FIFA 집행위원을 지낸 니콜라스 레오스(86)는 과거 스포츠 에이전시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사퇴한 적이 있다.

그는 2018년 월드컵 유치를 신청한 잉글랜드 축구협회장에게 잉글랜드를 찍는 대가로 기사작위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의혹을 부인했다.

20년 이상 니카라과 축구협회장을 지내고 FIFA 개발담당관으로 재직 중인 훌리오 로차(64)는 작년 승부조작 혐의로 수감된 인물과 따로 만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스페인 태생의 라파엘 에스키벨(68)은 베네수엘라 축구협회장과 CONMEBOL 집행위원을 지냈고, 영국 국적의 코스타스 타카스(58)는 웹 부회장의 측근으로 CONCACAF 회장의 대외연락관과 케이맨 제도 축구협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이밖에 아르헨티나 스포츠 마케팅그룹인 '토르네오스 이 콤페텐시아스'의 알레한드로 부르사코(50) 총괄담당, 미국 '트래픽스포츠 USA'의 애런 데이비드슨(44) 회장, 아르헨티나 기업 '풀 플레이 그룹'의 총괄담당인 우고 힌키스(70)와 마리아노 힌키스(40), 브라질 발렌테사의 주제 마르굴리에스(75) 총괄담당이 기소됐다.

jangje@yna.co.kr,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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