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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메르스 방역망 '구멍' 막을 강력한 대책 세워야(종합)

송고시간2015-05-2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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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우리나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벌써 두자릿수로 늘어났다. 감염이 의심되던 남성은 중국으로 출장을 갔다가 현지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한 감염자는 기관삽관 시술을 받을 정도로 상태가 나빠졌다고 한다. 지난 20일 첫 환자가 발견된 이후 열흘도 안 됐는데 우려스러운 일들이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메르스의 전염성이 낮다는 지금까지 연구 결과를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 정상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이는 사태 진전에도 방역 당국이 탁상공론 같은 자체 기준에 얽매여 일을 키웠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나서 단호한 대응을 약속했지만 문제가 터진 뒤에야 호들갑을 떠는 고질적인 뒷북행정을 답습하는 것 같아 걱정이 커진다. '(감염자가) A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았으니 그 병원에 가면 안 된다', 'B 지역에서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했다'는 등 근거를 알 수 없는 소문까지 인터넷에서 떠돌고 있으니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는 좀 더 확실한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보건당국은 발생 초기부터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2013년 메르스중앙방역대책반을 만들었다는데 정작 상황이 발생하자 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첫 환자는 귀국 후 발열과 기침 등으로 병원 3곳을 돌아다녔는데도 당국이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번에 홍콩을 거쳐 중국에 입국했다가 확진 판정을 받은 남성은 아버지와 누나가 감염됐고, 국내 첫 환자가 있던 병실에 4시간동안이나 머물렀는데도 보건당국은 자가격리조차 취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26일 중국으로 출국하기 전까지 아무런 제약 없이 회사에 출근하다 외국출장까지 떠났다. 더구나 출국 전 두 차례 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두 번째로 응급실에 갔을 때는 자신의 아버지가 메르스로 확진된 사실을 진료의사에게 밝혔는데도 보건당국은 이런 사실을 출국 다음날에야 알았다고 해명했다. 허술한 방역 관리 때문에 주변국까지 위험에 노출시켰다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환자가 발생하기 전까지 중동을 제외하고 감염자가 가장 많은 나라는 영국(4명 발생.3명 사망)이었다. 아시아에서는 필리핀 2명, 말레이시아 1명뿐이었다. 이들 3명은 모두 중동에서 근무했거나, 중동을 방문했던 사람들이다. 이전까지는 아시아에서 우리와 같은 2차 감염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번에 우리나라에서는 첫 환자가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무려 11명에게 메르스를 전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메르스 환자 1명당 2차 감염자는 0.7명꼴이고, 가장 많은 경우가 7명이었다고 한다. 이미 우리가 알고 있던 메르스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든다. 이런 점에서 앞서도 지적한 것처럼 메르스를 일으키는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MERS-CoV)'가 전염성이 강한 쪽으로 변이를 일으키지 않았는지 다시 한번 철저히 검사해봐야 할 것 같다.

정부가 3차 감염은 없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3차 감염까지 발생하면 더욱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지금부터라도 철저한 방역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 문 장관은 "개미 한 마리라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자세로 하나하나 철저하게 대응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꼭 그렇게 실천해주기를 바란다. 현재 '주의' 단계인 관리체계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해외 신종 전염병의 국내 유입이 확인되면 '주의', 이 전염병이 다른 지역으로 전파되면 '경계'를 발령한다. 이런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경계'에 준하는 조치라도 취해야 한다. 불안을 조성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강력한 대책을 주저하면 오히려 불안과 불신을 키울 수 있다. 중국, 홍콩과도 긴밀히 협력해 메르스가 다른 나라로 확산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국제적인 의무이고 국제적으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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