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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이 '격리 원칙' 무시…'병원 내 감염' 우려

송고시간2015-06-0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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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낸 병원, '운영 위기' 이유로 의료진 격리 부실 이행

의료진이 '격리 원칙' 무시…'병원 내 감염' 우려 - 1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김태균 한지훈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첫 사망자가 입원했던 병원이 의료진 격리를 제대로 못 한 것으로 3일 알려지면서 메르스 관리 체제에 예상치 못한 경고등이 켜졌다.

일반 시민보다 더 철저히 격리 원칙을 지켜야 할 의료기관이 자율이라는 허울 밑에서 감염 관리를 소홀히 한 셈이라 사안이 가볍지 않다.

메르스는 지금껏 병원 안에서만 감염이 일어난 것으로 공식 조사됐던 만큼 발병 병원의 격리 관리가 보건 당국의 핵심 과제였다.

특정 병원 안에서만 머무르던 바이러스가 격리 '방어벽'을 뚫고 3차 감염(바이러스가 사람 사이를 연쇄적으로 옮아가는 현상)을 거듭하며 환자를 더 양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경기 지역의 모 병원은 메르스 초기 방역망 바깥에 있다가 뒤늦게 통제 대상이 된 곳이라 더 엄격한 관리가 필요했다.

이곳 내과 중환자실에서 숨진 25번째 환자(여·57)는 애초 당국이 감염 사실조차 몰랐다가 사망 후 메르스 확진 판정이 나와 파문을 컸다.

보건당국은 해당 환자 사망 후 병원에 '중환자실과 응급실 의료진 50여명을 자가 격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전문 집단인 만큼 격리는 자율적으로 잘할 것으로 보고 사후 결과만 확인키로 했다.

그런데 일이 꼬였다. 병원 측은 의료진에게 자가용으로 외부 접촉을 최소화하며 출근하고, 마스크 쓰고 중환자실 내에서만 일하라는 지시만 내렸다.

직무를 멈추고 전원 귀가 조처하는 원칙과 비교할 때는 매우 미약한 격리만 한 것이다. 의료진이 메르스 바이러스를 중환자실 환자와 방문객 등에게 전파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병원 내 감염은 애초 의료진이 중요 변수다. 국내 첫 메르스 환자가 20여명을 감염시킨 ⓑ병원에서도 처음 발병 사실을 몰랐던 의사·간호사가 무심코 병실 내에 바이러스를 옮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병원의 20대 간호사 1명은 직접 메르스에 감염돼 현재 격리 병상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번에 물의를 빚은 의료기관이 '제2의 ⓑ병원'이 될 개연성이 있다는 말이다.

권준욱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3일 브리핑에서 "의료진은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들을 반복적으로 만나는 만큼 격리 원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자가 격리·시설 격리 면에서 만전을 기하겠다"는 원론을 강조했다.

의료계에서는 보건당국이 의료진 격리와 관련해 사전 홍보와 관리 가이드라인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적잖은 병원은 메르스 악재로 환자 격감 등 운영상 위기를 먼저 걱정할 수밖에 없어 무조건 당국 원칙을 충실히 따를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병원도 지방의 작은 병원이라 의료진 50여명이 한 번에 빠지면 병실 운영이 마비될 수 있다는 이유로 소극적 격리만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전병율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국제보건)는 "감염의 위협을 감내하며 메르스 전파를 막을 주체는 바로 현장 의료진"이라면서 "이들을 어떻게 격려하고 제대로 환자를 볼 수 있게 만들지를 고민해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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