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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이 민주혁명을 돕기는 하지만 동력은 아니다"

송고시간2015-06-0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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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정보기술 혁명의 경제효과는 실망스러워"정보기술 혁명 효과와 기대에 대한 과대포장 경계론 대두

(서울=연합뉴스) 장미 혁명(그루지아), 오렌지 혁명(우크라이나), 튤립 혁명(키르기스스탄), 삼나무 혁명(레바논), 그리고 재스민 혁명(튀니지)으로부터 시작된 `아랍의 봄'.

"정보기술이 민주혁명을 돕기는 하지만 동력은 아니다" - 2

2000년대 들어 이들 민주화 혁명이 일어날 때마다 정보통신 기술 발전의 총아인 인터넷, 스마트폰, 소셜네트워크 미디어 등이 혁명 촉발과 전파의 주역으로 떠받들려 졌다.

그러나 정보통신 기술은 혁명적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데도 세계의 민주주의 국가 수는 더 늘지 않고, 기성 민주국가와 신생 민주국가 모두 심각한 쇠약증을 앓거나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다. 왜?

정보 기술이 개개인의 정보 접근과 상호 통신, 거대한 네트워크화, 정보와 자료의 공유를 통해 개인의 역량을 과거에 비할 수 없을 만큼 키움으로써 민주주의 정치체제의 발전을 가져오리라던 이론과 기대는 어디로 갔는가?

누구나 가져봄 직한 이 의문에 대해 미국 카네기재단의 토머스 캐로더스 부이사장이 3일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 폴리시 기고문 '기술이 왜 더 많은 민주주의를 가져오지 않는가'를 통해 답해보려 했다.

통신 정보 기술의 직접적인 영향권인 경제분야에서마저 기대만큼의 경제적 효과가 나지 않는 데 대한 질문은 지난달 25일 노벨 경제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이 뉴욕타임스 칼럼 '에이, 이게 뭐야(the Big Meh. 빅 메)'를 통해 제기했다.

크루그먼은 개인용 컴퓨터와 휴대폰이 등장하고 인터넷이 막 발전하기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40여 년간의 디지털 혁명을 되돌아 보면 경제 성장과 소득이 정체하거나 그저 그런 정도여서 "실망"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왜 이런 결과밖에 나오지 않았느냐고 자문하고 자답했다.

민주주의 진전과 기술 발전 간 불일치에 관한 의문에 대해 캐로더스 부이사장은 정치변동론 전문가 6명의 의견을 들어 3가지로 답을 정리했다.

첫째, 당연히 "(기술혁명의) 완전한 효과를 보기엔 아직 이르다", 둘째, 기술 혁명이 민주혁명에 미치는 긍정적인 잠재효과가 다른 요인들에 상쇄되거나 제약받는다, 셋째, 민주체제 구축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시민의 집단적인 행동과 효율적인 대표제의 제도화는 정보기술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는 것이다.

시기상조론은 "기술혁명의 긍정적인 정치적 효과는 현재 국가 하위 단위에서 궤도에 오르고 있는" 단계라는 것으로, "브라질, 필리핀 같은 많은 나라에서 지역 단위 차원의 민주주의 활동이 두터워지고 있지만, 아직 나라 전체 차원의 체제엔 많은 변화를 낳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쇄·제약 요인으로는 `테러와의 전쟁'으로 인해 인권개선 압력이 힘을 받지 못하거나, 독재자들도 민주주의 활동가 색출·탄압에 정보기술을 활용하고 인터넷을 차단하는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는 점, 취약한 사회에서 정보기술의 전파력이 사회 양극화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거나, 개발도상국들에선 정보기술의 혜택을 누리는 계층이 아직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 등이 거론됐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기술 자체로는 아무것도 추동하지 못한다"는 데 다수가 공감했다.

기술이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서로 생각을 섞어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긴 하지만 "사람들이 참여하고 행동에 나서도록 하는" 것엔 기술만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구타당하는 두려움, 자기검열의 습관이 행동을 억제하는 곳에선" 정보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들을 사회변화의 행동으로 끌어낼 수 없으므로 "사회변화를 요구하고 나서도록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조직하는 방법을 찾는 게 난제"일 수밖에 없다.

경제분야에서, 1970년대와 80년대 기술은 급속히 발전하는데 경제성장은 굼뜨고 소득은 정체상태이던 '생산성 역설'에 대해 크루그먼은 "기술 개발과 그것의 효율적 사용법 터득은 별개이므로 기술에 시간을 더 줘야 한다"는 설명이 당시 유행했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1995년부터 2005년 사이에 반짝 경제 성장이 이뤄졌지만 일회성으로 그치고 "아이폰과 아이패드 시대의 우리는, 2008년 금융위기 영향을 감안하더라도, 성장과 소득 추세가 70,80년대(미국과 유럽)를 특징 지운 부진 상황으로 되돌아갔다"고 크루그먼은 지적했다.

그는 이런 실망스러운 결과에 대해 "숫자가 현실을 놓치고 있을 가능성"을 한가지 답변으로 내놓았다. 자신이 새로운 정보기술 기기로 좋아하는 음악가의 공연을 즐기는 큰 기쁨을 누리고 있으나 그것이 국내총생산(GDP)으로 잡히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10년 전 경제호황 때 생산성의 대폭 증가는 재고관리 같은 분야에서 주로 이뤄져 소매산업 같은 비기술분야의 생산성 향상이 첨단기술 분야 자체와 같거나 그보다 컸는데 현재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앞으로 기술혁명이 어떻게 될 것이냐에 대한 "나의 답은 모르겠다는 것이고, 다른 누구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빅 데이타가 곧 모든 것을 바꿔 놓거나 3차원 입체 프린터가 물질세계에도 정보혁명을 초래할지도 모르겠지만, "어쩌면 또 하나의 '빅 메'가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내가 확신하는 것은 (정보기술 혁명에 대한) 과장을 자제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기술이 세상을 얼마나 바꿀 것인가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다른 이슈들에 대한 관심을 빼앗고 그 이슈들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변명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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