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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언론인이 살려낸 위안부 할머니 목소리 일본인 양심 울렸다

송고시간2015-06-0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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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 도시쿠니 씨 다큐 '기억과 함께 산다' 촬영 20년만에 상영

日언론인이 찍은 군위안부 다큐 영화 도쿄서 공개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7일 도쿄 지요다(千代田)구의 히비야 컨벤션홀에서 200여 관객이 객석을 꽉 채운 가운데 프리랜서 언론인 도이 도시쿠니(62·土井敏邦) 씨가 만든 군위안부 다큐멘터리 영화 '기억과 함께 산다'가 처음 상영됐다. 2015.6.7 jhcho@yna.co.kr

日언론인이 찍은 군위안부 다큐 영화 도쿄서 공개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7일 도쿄 지요다(千代田)구의 히비야 컨벤션홀에서 200여 관객이 객석을 꽉 채운 가운데 프리랜서 언론인 도이 도시쿠니(62·土井敏邦) 씨가 만든 군위안부 다큐멘터리 영화 '기억과 함께 산다'가 처음 상영됐다. 2015.6.7 jhcho@yna.co.kr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한 일본인 저널리스트의 열정이 살려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목소리가 일본 시민들의 양심을 울렸다.

7일 도쿄 지요다(千代田)구의 히비야 컨벤션홀에서 200여 관객이 객석을 꽉 채운 가운데 프리랜서 언론인 도이 도시쿠니(62·土井敏邦) 씨가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기억과 함께 산다'가 처음 상영됐다.

도이 씨가 1990년대 중반 약 2년에 걸쳐 고(故) 김순덕(2004년 작고)·강덕경(1997년 작고)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삶과 죽음을 옆에서 지켜보며 영상에 담은 작품이었다. 위안부가 된 경위, 위안부 시절과 해방 후에 겪은 말 못할 고통에 대한 증언이 3시간 35분에 걸쳐 계속되는 무미건조한 작품이었지만 관객들은 숨을 죽인 채 진실과 마주했다.

군위안부 다큐영화 공개한 日언론인 도이 도시쿠니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7일 도쿄 지요다(千代田)구의 히비야 컨벤션홀에서 프리랜서 언론인 도이 도시쿠니(62·土井敏邦) 씨가 만든 군위안부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 '기억과 함께 산다'가 처음 상영됐다. 도이 씨(사진 오른쪽)가 상영후 토크쇼에 참석, 영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15.6.7 jhcho@yna.co.kr

군위안부 다큐영화 공개한 日언론인 도이 도시쿠니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7일 도쿄 지요다(千代田)구의 히비야 컨벤션홀에서 프리랜서 언론인 도이 도시쿠니(62·土井敏邦) 씨가 만든 군위안부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 '기억과 함께 산다'가 처음 상영됐다. 도이 씨(사진 오른쪽)가 상영후 토크쇼에 참석, 영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15.6.7 jhcho@yna.co.kr

"돈 몇 푼 받고 물러서고 싶지 않다", "우리는 돈 벌려고 몸 팔러 간 것이 아니다. 자존심을 되찾고 싶다"는 할머니들의 증언에 객석은 숙연해졌다.

또 피해자 할머니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리려 했을 때 조카가 '고모는 속이 시원할지 모르지만 자식들이 충격받는다'며 만류해서 고민했다고 말하는 장면, 병약한 몸을 옆으로 누인 채 "끝끝내 싸워야지"라고 되뇌이는 장면 등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특히 각 피해자 할머니들이 유언처럼 남긴 말들과 그들의 묘비를 보여주는 마지막 장면은 관객들의 가슴에 묵직한 울림을 일으킨 듯했다. 상영이 끝나고 자막이 올라오는 동안 자리를 일어서는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관객 이구치 다이스케(56) 씨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포함해, '위안부 피해자들의 말은 거짓말이다, 날조된 것이다, 애매하다'는 등의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은 괴상한 일"이라며 "이런 증언을 직접 듣고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리모토 다카코(69) 씨는 "오늘 영화에 등장한 피해자 할머니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지만 다음 세대가 같은 일을 겪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힘들게 용기를 낸 것 같다"며 "그런 것을 생각하면 '위안부가 없었다'거나 '매춘이었다'는 등의 이야기에 대해 부끄러워서 참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두들 이런 영화를 봄으로써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보고 기억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본인이 찍은 군위안부 다큐멘터리 '기억과 함께 산다' 포스터 (도쿄=연합뉴스)

일본인이 찍은 군위안부 다큐멘터리 '기억과 함께 산다' 포스터 (도쿄=연합뉴스)

감독인 도이 씨는 상영후 토크쇼에서 100시간 넘는 분량의 영상을 1995, 1998년 NHK에 일부 제공한 뒤 17년만에 다시 영화로 만들어 공개한 배경에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의 군위안부 발언이 있었다고 말했다.

도이 씨는 "('군위안부가 당시에 필요했다'는 등의) 하시모토 시장 발언을 들으며 이 사람에게는 할머니들의 고통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며 "다행히 그분들의 얼굴을 찍은 나로서는 공개할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가해국의 언론인이 제대로 사실과 마주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내 영화를 본 사람이 (군위안부 피해자들을) 만났다고 생각하면 내 역할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7월 4일부터 '시부야(澁谷) 업링크'에서 정식으로 이 영화를 개봉할 예정이라며 "역시 일본인들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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