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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 대상 방치·무단 이탈…구멍난 메르스 방역망

송고시간2015-06-09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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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 환자 접촉자 열흘간 방치…"증세 없다" 격리대상이 출국·관광

격리 대상 방치·무단 이탈…구멍난 메르스 방역망 - 1

(전국종합=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정부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퇴치를 위해 병원 이름 공개와 휴대전화 위치 추적 등 초강수 대책을 내놨지만 당국의 방역망은 여전히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메르스 환자는 95명으로 늘어 세자릿수 진입을 눈앞에 뒀고, '안전지대'로 여겨지던 충북과 강원도에서도 확진 환자가 발생하는 등 조속히 진정되기를 바라는 국민 염원과는 달리 전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 열흘간 무방비 노출…병의원 3곳 전전한 뒤 확진 판정

대전 을지대병원서 치료 중인 90번째 확진 환자 A씨는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에서 14번째 확진 환자를 접촉했으나 열흘 넘게 당국의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기간 A씨는 동네병원을 오가거나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등 '방역 통제선' 밖에서 자유롭게 움직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지난 8일 뒤늦게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간암 환자인 그는 지난달 27일 서울에서 충북 옥천의 자택으로 이동한 뒤 이튿날부터 열흘 동안 3곳의 동네 병원과 한의원 등을 드나들면서 치료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증세가 악화된 지난 6일에는 대중교통인 택시를 타고 옥천성모병원을 찾았다가 앰뷸런스를 이용해 을지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과정에서 A씨는 가족과 이웃, 의료진 등 20여명과도 밀접하게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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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가 격리 대상이지만, 질병관리본부가 이 사실을 지난 7일에서야 충북도에 통보하면서 감염 확산 가능성을 키운 셈이다.

최일선 관리기관인 옥천군보건소는 그가 확진 판정을 받은 지난 8일에서야 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 당국은 뒤늦게 A씨가 거쳐간 동네 병원 2곳을 폐쇄하고, 옥천성모병원의 의료진 11명 등 20여명의 접촉자를 자가 격리조치하는 등 '뒷북 행정'에 나섰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도 이 환자가 경유한 병원 체류 환자에 대해 추적 조사를 실시하는 중이다.

◇ 확진 환자가 '감염 취약지대' 요양병원 들어가 치료받아

경기도 화성에서는 메르스 확진 환자가 당국의 감시망이 가동되기 전 요양병원에 들어가 치료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요양병원은 면역력이 약한 만성질환자와 고령자가 많아 메르스 감염에 취약한 곳이다.

동탄성심병원은 이 병원에 입원했다가 9일 메르스 감염이 확인된 94번째 환자 B씨가 지난달 28일 "요양병원으로 가겠다"며 퇴원했다고 밝혔다.

B씨는 지난달 27∼28일 같은 병실에 있던 15번째 환자로부터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그는 15번째 환자가 '의심 환자'로 통보되기 전 병원을 옮겼다. 15번째 환자에 대한 '의심 환자' 통보는 그가 퇴원한 다음날인 지난달 29일 나왔다.

질병관리본부는 "B씨가 요양병원서 1인실에 격리돼 있었고, 격리 전에는 (메르스) 증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 자가격리 중 무단이탈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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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에서는 메르스 감염이 의심돼 '자가 격리'됐던 C(92번 확진자)씨가 "열이 난다"며 지난 8일 오전 혼자 택시를 타고 동네 병원에 가 치료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C씨도 이튿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C씨는 서울 아산병원 보안요원으로 근무하다 지난달 26일 응급실을 찾은 6번 환자(71·사망)와 접촉했고,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2일까지 서울 송파보건소 관리 아래 격리됐다가 공주시 보건소로 관리업무가 이관됐다.

방역당국은 이 환자가 탔던 택시와 병원 등을 상대로 역학조사에 나서는 등 뒤늦게 호들갑을 떨었다.

전북 순창에서는 확진 환자를 진료한 의사 부부가 지난 6일 필리핀으로 출국했다가 이튿날 귀국하는 일도 발생했다.

내과와 정형외과 원장인 이들 부부는 각각 능동 감시(일상 격리) 조치와 자가 격리 조치된 상태였다.

그러나 이들 의사 부부는 "증상은 물론 감염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자가 격리 조치에 강하게 반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당국은 "이들과 수시로 전화를 했으나 통화를 거부하는 등 소재파악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대전에서 자가 격리됐던 D(57·여)씨는 지난 6일 강원도에서 여객선을 타고 울릉도 관광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보건소의 신고를 받고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통해 뒤늦게 울릉도에 있는 D씨를 찾아내는 등 격리자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충남도 메르스대책본부장인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9일 "당국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당사자가 협조하지 않으면 메르스 확산을 막을 방법이 없다"며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조와 신중한 처신을 당부했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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