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LPGA "메이저 살리기"…자존심 버리고 실리를 얻다

송고시간2015-06-11 07:05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존폐 기로 LPGA챔피언십 회생 위해 대회 명칭에 'LPGA' 포기

LPGA "메이저 살리기"…자존심 버리고 실리를 얻다 - 4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12일 (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해리슨의 웨체스터 골프장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은 LPGA 투어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이다.

LPGA투어 메이저대회 가운데 US여자오픈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랜 역사를 지닌 전통 있는 대회이다.

1955년 창설된 이 대회는 작년까지 59년 동안 LPGA챔피언십이라는 대회 명칭을 고수했다.

이브-LPGA챔피언십(1971∼1972년), 마스다 LPGA챔피언십(1987∼1993년), 맥도널드 LPGA챔피언십(1994∼2009년), 웨그먼스 LPGA챔피언십(2011∼2014년) 등 타이틀 스폰서 기업 이름을 앞에 달아준 적도 많았지만 여전히 본명인 'LPGA챔피언십'은 변함이 없었다.

우승자의 면면도 화려하다. 안니카 소렌스탐, 카리 웨브, 쩡야니 등 당대 최고의 고수들이 이 대회 정상에 올랐다.

박세리는 1998년 이 대회에서 LPGA투어 첫 우승을 거둬 스타 탄생을 알렸다. 박세리는 2002년, 2006년에도 우승해 메이저대회 우승컵 5개 가운데 3개를 이 대회에서 쓸어 담았다.

박인비가 2013년에 이어 작년에 우승해 한국 골프팬들에게는 이래저래 낯이 익은 대회다.

그런데 이 대회 명칭에 올해부터 'LPGA'가 쏙 빠졌다.

대회 이름에는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회계·컨설팅 기업 KPMG와 함께 생뚱맞게도 미국프로골프협회(PGA of America)의 약칭인 'PGA'가 들어있을 뿐 'LPGA'는 사라지고 없다.

LPGA의 선수권대회 명칭에서 'LPGA'가 없는, 어쩌면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LPGA "메이저 살리기"…자존심 버리고 실리를 얻다 - 2

대회 명칭에 'LPGA'를 뺀 것은 LPGA 투어를 이끄는 마이크 완 커미셔너가 시도한 발상의 전환이 이룬 결과물이다.

LPGA챔피언십은 2009년 대회를 마치고 맥도널드가 타이틀 스폰서를 더는 맡지 않기로 하면서 큰 위기를 맞았다.

2010년부터 유통 기업 웨그먼스가 타이틀 스폰서를 자청했지만 뉴욕 등 미국 동부 지역에서 100여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웨그먼스의 기업 규모와 역량으로는 메이저대회 후원이 버거웠다.

결국 웨그먼스가 손을 떼자 LPGA챔피언십은 존폐의 기로에 섰다. 타이틀 스폰서를 구하지 못하면 대회를 열지 못할 위기였다.

완 커미셔너는 미국 골프 관련 비즈니스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지난 미국프로골프협회에 손을 내밀었다.

미국 전역 골프장마다 한명 이상 재직하는 골프장 헤드 프로와 골프 교습가 등 골프 관련 전문 직업인 3만여명을 회원으로 거느린 미국프로골프협회는 여자 골프 분야에 대한 사업 확대를 꾀하는 중이었다.

미국프로골프협회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과 미국-유럽 대항전인 라이더컵, 그리고 메이저대회 우승자끼리 겨루는 그랜드슬램 등 특급 대회도 운영하지만 남자 대회 일색이다.

미국프로골프협회는 영향력과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적인 회계·컨설팅 기업 KPMG를 스폰서로 끌어들였다.

KPMG 역시 미국과 세계 각국 기업에서 여성 고위 임직원이 많이 늘어나는 추세에 주목하던 참이었다.

KPMG 존 베이미어 회장은 "더 많은 여성 임원이 최고 경영자에 오르는 기회를 창출하는데 이 대회 후원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 믿고 있다"고 밝혔다. KPMG는 5년 동안 이 대회 타이틀 스폰서를 맡기로 약정했다.

KPMG는 이번 대회 프로암과 함께 'KPMG 여성 리더십 세미나'를 개최했다. 300여명에 이르는 여성 임원이 참가해 최고 자리에 오르는 데 필요한 것을 배우고 논의하는 자리다.

미국프로골프협회의 영향력과 KPMG의 두둑한 재정 지원으로 LPGA챔피언십은 메이저대회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특급 대회로 거듭났다.

우선 상금이 350만 달러에 증액됐다. 지난해 225만 달러보다 125만 달러나 많아졌다. 우승 상금도 작년 33만7천500달러에서 63만달러로 갑절 가까이 뛰었다.

대회 코스의 격도 달라졌다.

LPGA "메이저 살리기"…자존심 버리고 실리를 얻다 - 3

이번 대회가 열리는 웨체스터 골프장은 PGA투어 대회를 여러 차례 개최하는 등 프로 선수들의 경기력을 객관적으로 반영하는 수준 높은 코스라는 평가를 받는다.

전장 6천670야드에 파73으로 세팅한 코스는 장타력과 정확성을 동시에 갖춰야만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

미국 대회용 골프 코스에 밝은 2015 프레지던츠컵 상임고문은 "LPGA 투어 대회가 열리는 골프장 가운데 최상급"이라면서 "이제 이 대회가 진정한 메이저대회가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상파 TV인 NBC가 토요일과 일요일에 생방송으로 이 대회를 중계한다.

미국 전역이 시청권인 지상파 TV가 LPGA투어 대회를 주말에 생방송으로 중계하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다.

이런 실속을 차린 LPGA투어는 대회 이름에 'KPMG'와 'PGA'를 넣는 대신 'LPGA'는 뺐다.

체면과 자존심을 접은 셈이다.

LPGA 투어 간판선수이자 개인적으로 KPMG의 후원을 받는 스테이시 루이스는 "LPGA챔피언십이라는 대회 이름이 없어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지만 이렇게 좋은 조건이라면 거부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면서 "우승컵도 예전 그대로고 역대 우승자도 다 초청받았고 이름만 빼면 모두 전과 똑같으니 대회 이름이야 어떤들 상관없다"고 밝혔다.

LPGA투어 명예의 전당 회원이자 골프 중계방송 해설가로 활약하는 주디 랜킨은 "돈을 아끼지 않는 든든한 후원 기업이 있어서 대회가 제대로 치러진다면 뭐가 문제가 되겠느냐"고 대회 이름에 'LPGA'가 없어진 것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명분보다는 실리를 선택한 커미셔너의 결단에 불만을 표시하거나 반발하는 LPGA 투어 구성원은 아직 없다.

완 커미셔너는 "우리가 원하는 타이틀 스폰서를 얻으려면 그들이 원하는 걸 내줘야 한다"고 말했다.

khoon@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