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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모국수학 참여한 재일 저널리스트 박순리 씨

송고시간2015-06-15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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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숙한 한국어로 지구촌 곳곳의 동포 소식 전하고 싶어"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한반도를 연구하는 학자나 기자를 자주 만나는데, 일본에서는 구할 수 없는 한국어로 된 자료나 정보를 그들처럼 자유롭게 읽고 싶어 연수에 지원했습니다. 유창하게 익혀서 고국의 동포와도 통역 없이 인터뷰하는 게 목표입니다."

재일동포 3세 저널리스트인 박순리(43) 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어와 아직 익숙지 않은 한국어를 섞어가면서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국립국제교육원이 주관하는 '2015 재외동포 모국수학 단기 2 교육과정'에 지원한 박 씨는 6월 1일부터 공주대학교 한민족교육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이번 연수에는 미국, 일본 등 8개국에서 온 23명의 재외동포가 참가했다.

박 씨는 와세다대학 졸업 후 TV 프로그램 제작회사와 정보잡지를 거쳐 15년째 자유기고가로 일간지와 주간지 등에 기고하고 있다. 한국의 현재를 소개한 '한국의 속마음', 헤이트스피치(증오언설) 등에 앞장서는 일본인 주부들의 이야기를 르포 형식으로 파헤친 '부인은 애국'을 공저로 발간하기도 했다.

8월 31일까지 3개월간 한국어·한국 문화·한국사 등 배우게 될 박 씨는 수업을 쫓아가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시간을 내서 한·일 관계와 관련 자료를 열심히 수집하고 있다.

그는 "일본의 우경화 때문에 생존권을 위협받기도 하는 우리와 달리 일본 이외의 지역에 사는 재외동포는 어떤 삶을 사는지 궁금했다"면서 "세계 곳곳에 사는 그들과의 만남을 위해서라도 한국어를 제대로 배울 작정"이라고 의욕을 내비쳤다.

박 씨는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에 대한 기사뿐만 아니라 연예계 인터뷰 등 여러 방면에서 글을 쓰는 자유기고가다.

아사히신문과 아시아에 일본을 소개하는 잡지 AJW(Asia Janpan Watch) 등에 헤이트스피치와 대학생이 주도하는 특정비밀보호법반대 시위 등에 대해 글을 썼다. 남성 패션지 '스타일매거진'과 시사대중지 'AREA'에는 연예계 소식과 여배우 인터뷰를 연재하고 있다.

박 씨는 6월 28일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성적소수자의 퍼레이드 행사와 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에 대해서도 취재해 일본 웹 뉴스에 기고할 예정이다.

그는 연수 기간에 고려인 연수생과 만난 것이 큰 기쁨이라고 밝혔다.

"연수를 마치면 조선족 취재를 위해서 중국 옌지(延吉)를 가려고 했다가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에서 온 고려인과 만나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일본에서는 고려인의 존재를 몰랐거든요. 한국에 와 있는 중앙아시아의 동포에서부터 현지 고려인까지 취재해 책으로도 내고 싶습니다."

박 씨는 "일본에서 연일 한국의 세월호 사건, 위안부 문제, 이른바 '땅콩 회항', 메르스 사태 등 부정적인 보도가 이어지다 보니 '한국은 안 된다'라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마음이 아프다"면서 "양국은 지리상 영원히 이웃국가일 수밖에 없는데 일본은 왜 그렇게 한국을 의식하고 부정적으로 보는지 안타깝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는 "일본의 우익이 '한국에서 반일 시위가 벌어지므로 우리도 한국이 싫다'며 벌이는 헤이트스피치 등에 대해 한국 정부는 왜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느냐"고 지적한 뒤 "한국과 일본 사이에 끼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고통받는 재일동포의 입장도 헤아려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단일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일본에서 성장한 재일동포 청소년들이 기를 못 펴고 일본 사회의 눈치를 보는 상황에 대해서도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사회적 소수자가 의견을 내면 '싫으면 일본을 떠나라'라며 따돌립니다. 비판을 하는 순간 '남 취급'을 하는 거죠. 자신이 선택해서 일본에서 태어나 사는 게 아닌데 마치 '일본이 살게 해줘서 산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아이가 늘어나지 않게 해야 합니다. 제가 기사를 계속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는 앞으로 '한국의 속마음' 속편도 쓰고 고려인과 멕시코 에네켄(애니깽) 후손 등 재외동포를 두루 취재할 작정이다. 다른 곳에 사는 동포를 만날수록 재일동포로 살아가는 자신의 정체성이 더 확실해질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의 각 섬에 있는 책방을 소개한 '이도(離島)의 책방'을 펴낸 그는 제주도, 거제도, 울릉도 등 한국의 섬 책방도 취재하고 나아가 '세계의 섬 책방'이란 책도 쓸 계획이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은 그는 한국 연수를 절호의 기회로 생각해 알차게 보낼 궁리가 가득하다.

"재일동포와 재미동포에 대해 일본인 저널리스트가 쓴 '코리안 세계로의 여행'이라는 명저가 있는데 저 역시 이런 주제로 현재를 살아가는 지구촌 한인의 모습을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귀화 등으로 재일동포의 숫자가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대안을 보여주고 싶어서입니다. 살아가는 방법은 다양하니까요."

<인터뷰> 모국수학 참여한 재일 저널리스트 박순리 씨 - 2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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